[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남편 좀 빌립시다
- Weekly Korea EDIT
- 8월 2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8월 31일

영웅을 이젠 존경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여권 운동가는 아니나 적나라한 이들의 이중적 면모에 심히 실망해서다. 세상 절반은 남자이고 여자다. 더구나 요즘처럼 양성 시대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영웅들이 지녀온 또 다른 얼굴을 떠올린다는 게 실은 불편하다. 하지만 역사적인 기정 사실이기도 하기에 언급할까 한다.
무릇 세기적 영웅들은 여인네 육체를 성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로마 속국이었던 이집트를 독립시키기 위하여 세기 미인인 클레오파트라는 시저를 유혹 했잖은가. 이 때 시저는 나일강을 따라 에디오피아 국경까지 2개월에 걸친 여행길을 클레오파트라와 동행 했다.
타라메고스라 불리는 넓은 침대를 갖춘 요트로 밀월 여행을 하였다. 이 달콤한 둘 만의 여행이 끝난 수 년 후 시저는 암살당했다. 그러자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결국은 시저의 양자 아우구스투스 군사에 패해 그녀 가슴에 안긴 채 숨을 거둔 안토니우스였다.
이밖에도 세기를 뒤흔든 영웅들 뒤엔 항상 아름다운 여인들이 포진했다. 그리고 여인들은 그들 심신을 자신들 치마폭에 감싸 안기 바빴다. 이로보아 전쟁도 평화도 여인으로 하여금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인이기에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인이기에 자괴감을 갖게도 한다. 어찌 여인이 지닌 미(美)가 육감적이고 성애의 대상이기만 한 것인가.
진정 여인의 육체를 미적 화신으로 삼을 요량이라면 외형적 미에만 혹할 것이 아니다. 농밀한 내면적 미를 추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보라. 참으로 신비한 것이 여인의 육체다. 남정네가 쏟아 놓은 정액 한 톨을 달갑게 받아 그것을 3백일이라는 긴긴 시간 혼신을 다하여 한 인간으로 창조해 낸다는 사실에 한번만이라도 경악해보라.
생명 잉태 10개월, 그 열 달 동안 여인의 삶이 어떠하였을까. 그리고 뼈가 꺾이는 출산의 고통을 견디며 탄생시킨 생명, 그 생명을 헌신적으로 키워낸 모성애, 그 결과로 얻어진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들임을 생각해야 한다.
여인천하(女人天下)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여인들이 이제야 대접을 받나 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어제의 여인이 아니라, 오늘날 여인들이라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 동물은 번식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했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여성들은 이걸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결혼이 꼭 필요한 것도, 2세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번식이 중지되면 종(種)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만약 여인들이 본능적인 미에 스스로 도취되어 향락만 추구한다면 필연적으로 이 지구상에 인간이란 종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여성 스스로가 조성해서야 되겠는가.
여성만을 나무라는 것 같아 이쯤에서 접는다.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그간 여인들이 너무나 많은 푸대접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푸념 한번 늘어놔 본 것이다. 현대 여인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한가.
경제권을 탈환(?)하고, 교육이란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자손에게 성(姓)을 모계로 이어줄 수 있게 되었으니 여성 상위시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수 미쓰에이의 '남자 없이 잘 살아' 이 노래 가사가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는다.
-'This is for all the independent ladies/ Let's go/ 나는 남자 없이 잘 살아/ 그러니 자신이 없으면 내 곁에 오지를 마/ 나는 함부로 날 안 팔아/ 왜냐면 난/ I don't need a man I don't need a man (What)/(하략)'
이 유행가를 입속으로 흥얼거리노라니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해외 토픽 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외국 어느 나라에선 남편도 빌려준다는 기사였다. 독신 여인이 어느 행사나 모임에 나갈 때 남편 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이를 대행해 주는 곳이 생겼단다.
필요할 때 잠깐 남자를 빌릴 수 있다고 하니, 이젠 어쩌면 ‘남편도 형식상의 남편을 따로 두고 사는 세상이 오지 않나’ 싶어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뿐만 아니라 돈만 있으면 불가능이 없는 세상에 굳이 결혼이란 굴레에 묶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단다. 이것이 젊은 여성들의 가족관이란다.
하긴 어느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일본인 방송인이 있다. 사유리라는 여인이다. 이 여인은 남편 없이 아이를 출산해 스스로 미혼모를 자처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진정 남자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나 또한 목하 생각 중이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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