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떠나는 사람들… 호주의 혜택?
- Weekly Korea EDIT
- 7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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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기후, 기회, 교육, 그리고 삶의 질”

중국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크라이스트처치에서 9년을 살아온 아벨링 리(Aveling Li) 씨는 최근 브리즈번 이주를 결정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네일살롱 ‘나인 문스(Nine Moons)’도 접을 예정이지만, 따뜻한 기후와 딸의 더 나은 교육 기회, 그리고 창의적 커리어에 대한 열망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리 씨의 이주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뉴질랜드 시민권자 순유출 현상’의 한 단면이다. 지난 1년간 수만 명의 뉴질랜드 시민이 장기 혹은 영구적으로 해외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문제는 아니지만…“창의적 기회의 한계”
리 씨는 “사업도 잘 되고 있었고, 뉴질랜드는 여전히 사랑하는 나라”라면서도, “브리즈번은 따뜻하고, 딸의 교육이나 나의 창작활동 측면에서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파트너와 함께 TV광고 제작 회사를 운영했지만, 코로나 이후 일감이 줄어들면서 미디어 산업의 ‘지역 중심적 성향’에 한계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브리즈번에서 소셜미디어 기반의 창작 활동과 라이브 음악(노래)에 도전할 계획이다.
“나는 중국 노래도 많이 부르는데, 브리즈번엔 30만 명 넘는 중국인이 있어요. 무대가 크죠.”
현재는 괜찮지만…“경기 회복 시 인력 공백 우려”
통계청(Stats NZ)에 따르면,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해외 이주는 원래 꾸준히 존재하던 흐름이지만, 최근 18개월 간 그 규모가 유독 컸다.
반면, 외국인 순이민자 수는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수석 경제학자 닉 브런드슨(Nick Brundson)은 현재처럼 고용 성장이 없는 시점에서는 큰 경제적 타격은 없지만, 향후 경기 회복 시 인력 공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대의 경험적 이주(OE)만이 아닌, 자녀가 있는 30대 가구의 이탈은 장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시민권자의 유출과 중국, 인도, 필리핀 등의 이민자 유입은 뉴질랜드의 인구 구성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출산율이 낮은 국가 상황에서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인구의 유입은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생산성과 임금 모두 앞서고 있어”
ANZ의 수석 경제학자 샤론 졸너(Sharon Zollner)는 뉴질랜드 인력의 호주 이탈을 단순한 경기 순환(cyclical)이 아닌 구조적(structural) 문제로 진단했다.
“호주는 자원 부국으로 벌어들인 부를 기반시설 등에 재투자하며 생산성과 실질임금을 높여 왔습니다.
뉴질랜드는 숙련 인력을 지켜내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녀는 최근 뉴질랜드의 대규모 이민 유입이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흐름이었다는 점도 지적하며, “들어오는 인력과 나가는 인력 사이의 숙련도 격차가 뉴질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뉴질랜드 시민의 호주 이주, 무엇이 다를까?
뉴질랜드 시민이 호주로 이주할 경우, 일반 외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이민 절차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트랜스-타스만 협정(Trans-Tasman Travel Arrangement)에 따른 양국 간 특별한 관계 덕분으로 비자 신청 없이 입국, 취업, 거주, 의료까지 가능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비자 신청 없이도 '합법 거주자'로
뉴질랜드 시민은 호주에 입국하는 순간 자동으로 특별 카테고리 비자(Subclass 444, Special Category Visa, 이하 SCV)를 부여받는다. 이는 별도 신청이나 심사 없이, 입국 즉시 전자시스템으로 등록되는 자동비자다.
SCV는 유효기간이 따로 없고, 체류 중 계속 유효하며 출국 시 소멸된다. 재입국 시에는 자동으로 새롭게 발급된다.
즉, 뉴질랜드 시민은 비자 신청 없이도 즉시 호주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으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취업과 의료, 시민과 유사한 수준의 혜택
SCV 소지자는 호주 내 모든 직종에서 제한 없이 취업 가능하다. 별도의 취업비자나 스폰서가 필요하지 않으며, 세금번호(TFN)만 발급받으면 일반 시민과 동일하게 근로 가능하다.
또한, 호주의 공공의료제도인 ‘Medicare’에도 등록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응급치료, 병원 진료, 수술 등의 공공 의료 서비스를 시민처럼 이용할 수 있다.
교육 혜택과 복지 접근
SCV 소지자 자녀는 현지 공립학교에서 무상 초중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학 등록도 가능하지만, 학생대출(HECS-HELP)은 일부 제한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장기 체류 SCV 소지자에게도 교육보조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복지의 경우는 시민권자·영주권자에 비해 제약이 있으며, 실직급여나 장애급여 등 일부 수당은 “장기 거주(보통 10년 이상)”를 조건으로 한다. 다만, “가족 수당(Family Tax Benefit)”이나 “육아 보조금(Child Care Subsidy)”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시민권까지의 경로 간소화
2023년 7월부터 호주 정부는 뉴질랜드 SCV 소지자에게 영주권(Permanent Residency, PR) 취득 절차를 간소화했다.
호주에서 2년 이상 거주한 SCV 소지자는 별도 기술심사나 영어시험 없이 PR을 신청할 수 있으며, 1년 이상 PR로 거주하면 시민권 신청 자격도 주어진다.
이는 기존 4년 거주 요건을 단축한 조치로, 뉴질랜드 시민의 호주 정착이 보다 수월해진 배경이다.

고려해야 할 단점
그러나 SCV는 정식 영주권(PR)이 아니므로 몇 가지 제한이 존재한다. 복지 접근의 제약, 일부 공공기관 취업의 제한, 그리고 SCV는 형사범죄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자 취소 및 추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정리하자면… 뉴질랜드 시민이 호주로 이주할 경우, △입국 즉시 자동 비자(SCV)로 합법 거주·취업 가능, △의료(Medicare)·초중고 교육은 시민 수준으로 이용 가능, △복지 일부 제한, 대학 학비 지원은 점진적으로 확대 중, △2년 거주 후 영주권→시민권 경로도 간소화, △별도 비자 신청이나 스폰서 없이 정착이 가능하다.
이는 타국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이민 특권'으로 평가되며, 이로 인해 뉴질랜드인의 호주 정착 장벽은 매우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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