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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Weekly Korea EDIT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인내의 장소 -팽이-

최종 수정일: 8월 20일


현대 여인들은 옛날과 달리 삼종지의와 칠거지악의 사슬을 훌훌 벗어던졌다. 자유와 여유를 만끽하며 자아를 실현하고 인격과 인권을 부르짖는다. 그동안 이루어진 여권 신장 덕분일까.

 

하지만 언젠가 새해벽두부터 전해진 모 탤런트 내외의 결혼 파경 소식은 결혼의 의미에 대하여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아직도 남자는 제국주의자이고 여자는 식민지란 말인가. 두 사람의 파국 원인이 남편의 구타와 혼수문제로 불거진 일이라고 한다. 딸을 셋씩이나 둔 어미로서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어느 유명한 일본인의 말처럼 “ 가정은 대다수에게 행복의 장소가 아니라 인내의 장소” 라는 말이 맞는 성 싶다. 설령 서로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혼수를 적게 마련했다 하여 그것을 문제 삼는다는 결코 진정한 결혼이 아니다.


결혼이 무슨 장삿속인가. 그것을 미끼로 상대방의 물질을 탐내다니.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도 가정은 이미 부자인 셈이다. 결혼은 두 사람의 달콤한 사랑으로 이루어질 가정의 반석인 것이다. 가정이 사랑은 실종된 채 물질만 잔뜩 쌓아놓는 잡동사니의 저장고가 돼서야 되겠는가.


청춘 남녀의 결혼에 혼수로 인한 갈등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친구의 딸인 그녀는 늘씬한 키에 섹시한 외모, 게다가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딸보고 사위 고르라고 했던가. 그녀의 어머니는 그러한 자신의 딸에 버금가는 고학력의 좋은 직장, 뼈대 있는 가문의 사윗감을 골라 결혼을 성사시켰다.


그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특급 호텔에서의 결혼식은 참으로 호화롭고 성대했다. 또한 신랑 신부가 여러모로 너무나 잘 어울려 그야말로 천생배필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두 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문제의 발단은 신랑 측이었다 신부 쪽에서 준비한 예단이 너무 형편없다는 시댁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두 사람 사이에 골을 깊게 패이게 하였다. 물질이 과연 사람보다 귀하단 말인가. 그릇된 욕심은 불변의 사랑마저 끝내 깨뜨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그녀가 참기 힘든 것은 남편의 손찌검이었다고 하였다.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러 도저히 참고 살 수 없다고 했다. 남자들의 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게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아마도 남자들은 여자를 팽이로 착각하나보다. 하긴 아직도 여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면 어쩜 놀이 도구로 잘못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도토리나 상수리처럼 둥글고 길쭉한 물체를 돌리기 시작한데서 놀이가 유래됐을 것이라는 팽이. 이 팽이를 어린 날 얼음판에서 쳐 본 남자라면 잘 알 것이다. 얼음판에 팽이는 때릴수록 잘 돈다. 하지만 인간은 상대방으로부터 타격을 당하면 심한 분노를 느낀다.


심신에 흠집을 지나치게 입히면 치유하려는 의지보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가슴에 뜨겁게 들끓게 마련이다. 가슴에 불붙은 분노는 사랑과 행복을 파괴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라도 가정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의 앙금이 있으면 대화로 풀고 허물이 있으면 사랑으로 덮어주는 게 부부 사이가 아니던가.


사랑도 물질로 저울질 당한다면 우스갯말로 혼수가 아닌 원수(?)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혹여 결혼생활을 하다가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남편들은 팽이를 들고 얼음판으로 달려가 보라. 동심으로 돌아가 팽이 이름을 가만히 입 속으로 되뇌며 힘차게 팽이를 돌려보라.


뺑이(경상남도)! 뻉돌이(전라남도)! 도래기!(제주도) 등 각 지방마다 다르게 불러온 팽이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힘껏 팽이를 내리치노라면 가슴속에 고였던 스트레스도 어느새 사르르 풀리지 모를 일이다.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옛 물건에 얽힌 추억과 효용 가치 등을 사유하여` 테마로 쓴 글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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