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의 건강식품] 수면 –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2


그렇다면 잘 자기 위해 수면제를 상용하면 어떨까? 미국의 경우, 2014년 한 해에만 5,5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평생 한 번은 불면증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면제 판매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 질병통제센터(CDC)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에 해당하는 900만 명이 수면제 처방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환자들의 처방 약 리스트를 보면 CDC가 발표한 4%라는 수치와 보고서의 결과는 전형적인 하향 보고란 걸 알 수 있다.


국립수면재단의 자체 설문 조사에서도 놀랄 만큼 높은 수치가 보고되었다. 전체 여성의 29%가 적어도 주중 몇 차례(처방 약이든 보충제든 상관없이) 종류를 막론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성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잡지사 퍼레이드(Parade)가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23%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수면제를 복용하고, 14%는 매일 복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수면제는 졸피뎀(Zolpidem)이다. 미국에서는 상품 브랜드명 앰비엔(Ambien)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도 가장 흔하게 처방되었던 수면제 중 하나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던 의약품이다. 사실 논란이 되었던 부작용은 졸피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수면진정제가 그렇다.


이들 약물을 수면제 용도로 장기 복용하는 환자 중에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 약의 부작용일 확률이 높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수면진정제의 한국어 어감은 온화하지만, 영어로는 최면제(hypnotic)라고 부른다. 약효 작용을 통해 수면을 유도하거나 수면 시간을 늘릴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이다. 졸피뎀 외에도 루네스타(Lunesta)와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에스조피클론(Eszopoclone)의 2014년 매출이 4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수면진정제 시장의 규모는 방대하다.


그렇다면 이들 수면진정제의 효과는 어떨까?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수면제를 의지하게 된 환자들의 과정과 경험을 살펴보면 ‘수면제’라는 명칭이 무색하다. 깨어 있지 않은 상태가 곧 수면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수면과 수면 지정제 약물 유도에 의한 수면에는 차이가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패트릭 풀러(Patrick Fuller) 교수의 설명이다. 사람이 수면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뇌의 여러 회로가 관여한다. 수면진정제는 이 중 한 가지 화학작용에만 관여한다. 이는 당연히 뇌 화학 신호에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 뇌는 정상적인 수면에 빠져드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뇌파를 살펴보면 몸을 회복시키는 서파 수면(slow-wave sleeping) 상태에 빠져들지는 못한다. 졸피뎀 같은 최신 약물들은 많이 개선되어 자연적인 수면에 가까운 상태로 유도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부작용이 존재한다.


극히 드물게 몽유병이나 수면 중 음식을 먹는 수면 식이 장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두 정상적인 수면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들이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기면 상태가 가벼워 별문제 없거나 옆에서 볼 때 우스운 수준인 경우도 있지만, 심각할 때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면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과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연구 결과, 공황장애 치료제이자 수면제로 처방되는 자낙스(Xanax)나 레스토릴(Restoril)을 3개월에서 6개월간 장기 복용했을 때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3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3개월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3개월 이상 처방을 받고 장기 복용을 한다. 6개월 이상 장기 복용 시 위험은 84%로 증가한다. 그러면 가끔 사용할 경우에는 어떨까? 대니얼 크립키(Daniel Kripke) 박사가 이끄는 스크립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비교 연구가 있다.


졸피뎀이나 레스토릴 복용자 1만 명을 약을 복용하지 않는 비 그룹 2만 3,000명과 2년 반 동안 추적 비교한 결과, 연간 18 복용량 이상을 처방받은 그룹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 약의 양이 증가할수록 사망률도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양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그룹은 연간 132 복용량이었는데, 이 그룹의 암 발병률 또한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암의 종류는 폐암, 림프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양했다.


간혹 잠을 자기 위해 타이레놀 PM 정이나 나이퀼, 베나드릴 같은 감기약을 먹는 경우를 본다. 이 약들은 해열제이지 수면제가 아니다. 약의 부작용을 이용하는 경우인데 대표적인 약물 남용이다. 늦은 저녁에 먹어도 약효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래 걸려 자정 넘어서야 약효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약효가 오전 9시까지 지속될 경우, 커피를 마시고 체내에서 배출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피곤한 경우가 있다.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면서 아이를 재우기 위해 타이레놀을 먹이는 것을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자랑하는 엄마들도 있다. 이는 약물 남용을 넘어 아동 학대다.


멜라토닌

불면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양제가 멜라토닌이다. 1992년 처음 소개된 이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나 그 효과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개인차가 큰 이유가 있다. 멜라토닌은 날이 어두워지면 뇌의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분비되어 우리 몸의 수면과 기상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 시간 변화에 의한 광주기를 감지하여 생식 활동의 일주성, 연주성 등 생체리듬에 관여한다. 초저녁에 잠이 쏟아질 때 버티다가, 그 시간을 넘기면 잠이 달아는 이유는 멜라토닌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멜라토닌을 보면 인간은 야행성이 아닌 주행성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파리에 갔을 때 동물들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동틀 무렵이다. 해가 뜨면서 동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원래 이와 같았다.


하지만 요즘은 해가 떨어져도 빛이 줄어들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값싼 전기료 덕분에 빛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해가 지면 곧바로 잠들고 해가 뜨면 일어나야 마땅한데, 전등불 덕분에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늦은 시간에도 활동할 수 있다.


빛이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켜 불면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시에 사는 매미가 밝은 빛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도 울어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불면증의 원인이 단순한 멜라토닌 결핍인 경우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불면증의 원인이 멜라토닌만은 아니다. 다른 복잡한 원인에 의한 불면증이라면 멜라토닌을 복용해도 별 효과가 없다. 그래서 누구는 멜라토닌이 효과가 좋은데, 누구는 별 효과가 없다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멜라토닌은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잠이 줄어든다. 멜라토닌 수치의 저하는 수면 장애를 유발하고, 수면 장애는 또다시 이차적으로 인지 저하(치매) 가속화,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당뇨, 혈압, 비만) 등을 유발한다.


멜라토닌이 낮과 밤의 사이클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위 혹은 특정 뇌세포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혈당 상승과 같은 만성 질환은 멜라토닌의 정상 분비를 억제하여 당뇨병 환자의 경우 수면 장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다.


멜라토닌이 건강한 사람의 수면 습관과 숙면에 도움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말 궁금한 것은 멜라토닌이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까? 한발 더 나아가, 수면 장애 부작용을 유발하는 처방 약을 복용 중인 회장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멜라토닌은 이 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 멜라토닌 섭취가 혈압약의 부작용에 의한 불면증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는 중년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3주 경과 후 매일 2.5mg의 멜라토닌을 보충받은 그룹은 평균 수면 시간이 현저하게 길었고(하루 36분 이상), 잠에 빠져드는 시간도 짧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14분 이하). 또한 숙면을 취하는 비율도 비교 그룹에 비해 7.6% 높게 나타났다.


암 환자들 중 스트레스와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수년간 지속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 역시 멜라토닌이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기 유방암 생존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하루 3mg의 멜라토닌을 섭취한 여성들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의 수면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멜라토닌은 폐경기 여성에게 흔한 수면 장애에도 도움이 되는데, 하루 5mg의 멜라토닌을 복용했을 때 건강한 폐경기 여성의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체중 감소 효과도 보고되었다. 체중 감량은 수면 개선뿐만 아니라 다른 대사 질환 문제들도 개선한다.


수면 유도를 위해 자낙스와 같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환자들이 알아야 할 점은 이 약물들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자낙스와 같은 알프라졸람(alprazolam) 계열의 약물들은 야간 멜라토닌 상승을 현저히 억제함으로써 자연적인 수면을 취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 때문에 약물 의존성이 발생한다. 최근에 과학자들은 불면증 환자들의 벤조다이아제핀(benzodiazepine) 약물 의존성을 개선하기 위해 멜라토닌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세로토닌

숙면과 관련해 멜라토닌만큼이나 중요한 호르몬이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serotonin)이다.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가 타깃으로 삼는 호르몬이다. 세로토닌을 생성하기 위해선 아미노산의 하나인 트립토판(tryptophan)을 필요로 한다.


트립토판은 수면을 돕는 것 외에도 생리 전 증후군이나 섬유근육증의 증상을 완화하고 불안증, 탄수화물 식탐, 술 뒤 숙취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트립토판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비타민 B6가 필요하다.


그리고 비타민 B6를 체내에서 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선 아연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타민 B6나 아연의 결핍이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경우 비타민 B6와 아연을 보충해주는 것만으로 간단히 수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종합 비타민이나 비타민 B 복합체를 먹고부터 잠을 잘 잔다는 사람들이 이 상황에 해당한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사용되지만 만들어지는 곳은 소장과 대장이다. 세로토닌의 95%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행복하기도, 잠을 잘 자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밖에 카모마일 차도 도움이 되고, 사리염(Epsom salt)에 족욕이나 목욕을 하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초들로는 길초근(valerian root), 아슈와간다ashwagandha), 시계초(passionflower) 등이 있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

수면에 가장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전파 공해다. 그리고 SNS도 한몫한다.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그 습관을 끊지 못하면 수면 장애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잠자리에 들기 한두 시간 전에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내려놓고 종이로 된 인쇄물을 읽을 것을 추천한다.


빛이 나오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을 덜 깜박이게 된다. 이는 뇌 활동 증가로 이어져 잠드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종이에 인쇄된 책을 읽으면 잠이 더 잘 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멜라토닌 수치는 빛과 반비례로 오르락내리락해서 저녁 시간에 집안 조명이 너무 밝은 것은 좋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일찍 재워야 하는 집에서는 일찍 소등해서 잠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영향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어두운 조명도 수면에 방해가 된다.


잠은 어둠 속에서 자야 한다. 잠자는 동안 어두운 조명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낮 동안의 뇌 기능과 컨디션이 영향을 받는다. 경쟁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충분한 수면 시간과 숙면을 취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편안하게 잠에서 깨는 경우도 주말에나 가능한데, 심지어 그런 주말도 없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보통은 알람 소리를 이겨내며 힘들게 잠에서 깨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쪼개 사용하다 보니 우리 몸이 요구하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날씬해지기 위해서는 숙면을 취하는 것, 그리고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는 정신력으로 이겨낼 사안이 아니다.


미운 사람도 용서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번민하며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이 많아선 안 된다. 그것이 일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관계가 되었든 상관없이 잠보다 중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2. 11. 22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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