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를 찾는 사람들… 고물가 시대의 ‘작은 절약 전략’
- WeeklyKorea
- 8월 9일
- 2분 분량

뉴질랜드의 생활비 상승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사람들은 일상 속 사소한 소비까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빨래다. 전에는 집에서 당연히 하던 세탁이, 이제는 “세탁소에 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으로 바뀌고 있다.
오클랜드의 어느 세탁소. 건조기 앞에 앉은 한 여성은 느릿하게 돌아가는 타이머를 지켜보며 말했다. “전기요금 너무 비싸서 건조만 하러 왔어요. 빨래는 집에서 해도, 건조는 세탁소가 더 싸게 먹히죠.”
그녀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겨울철 빨래 건조에 드는 전기요금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매주 쌓이는 빨래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세탁소가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 된 셈이다.
또 다른 시민은 “세탁기나 건조기 고장나면 수리비도 부담이죠. 집 기계가 작으니 한 번에 다 못 돌리고 오래 걸리고요. 여기서는 대형 세탁기에 한꺼번에 다 끝나요”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처럼 하루에 사계절 날씨를 겪는 지역에선 빨래가 마르기까지 며칠씩 걸리는 일상이 세탁소로의 이동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세탁소 업주들도 이 같은 변화에 공감한다. ‘데이스프링’ 세탁소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험프리스는 “요즘은 가족 단위로 대형 빨래를 들고 와서 한꺼번에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무게만 34kg짜리 세탁기 풀로 도는 일도 흔하죠”라며 이용객 규모가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탁소 업계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험프리스는 “가스 요금, 수도 요금이 계속 오르는데 수익은 그대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탁소가 돈 잘 버는 줄 아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사회적 신호로도 읽힌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기요금은 지난 1년 동안 9% 가까이 올랐고, 소비자 단체 조사에서는 국민의 20%가 전기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11%는 난방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계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세탁기, 건조기 하나쯤은 있어야 기본’이라는 인식이 흔했던 시대는 점점 바뀌고 있다. 자기 집이 아닌 공공 세탁소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대, 그것은 단지 비용을 아끼기 위한 선택을 넘어, 한 나라의 경제적 체감온도를 보여주는 풍경이기도 하다.
빨래는 여전히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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