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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의 세상속으로] 까꿍은 하고

1월 30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거나 말거나 웬 참견이냐고 하는 말이 있는데 국가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고 마스크를 안 쓰고는 나다닐 수 없는 세월을 오래도록 보냈다.


불가피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 부작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한 겨울이라 마스크를 쓰면 방한 효과도 있지만 한 여름에 마스크를 쓰면 더워서 정말 힘들었다. 대중교통이나 병원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안 써도 좋다는 것이니 이제 마스크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모두가 다 좋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 구정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났다. 조상님께 모시는 차례는 간소화라는 이름으로 정말 간소해졌고 성균관에서도 차례(茶禮)는 말 그대로 차 한 잔 올리면 되는 것이라 하니 차례 때문에 못 떠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쉽게 되었다. 요즈음은 따끈한 커피를 올리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녹차나 커피나 숭늉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사람들은 짧은 연휴라 가까운 이웃 나라를 많이 찾았다. 듣자하니 일본에는 한국 사람들로 밀려다닌다는 것이다. 일본에 왔는데 보이고 들리는 것이 한국사람, 한국말이니 휴가가 제대로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본식 건물, 일본 음식, 일본의 자연은 즐겼으리라.

몇 년 전에 태국을 여행하면서 시내에 있는 어느 절을 둘러보았다. 밀랍으로 만들었는지 무얼로 만들었는지 오래전에 입적하신 큰 스님들의 인형이 살아 계신 것만 같아 눈을 마주치고는 흠칫 놀랐다. 살고 죽는 것이 무엇일까?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기둥에 있는 숫자판을 보고 나자빠질 뻔 했다.


당신에게 남은 날짜이다. 인생을 70년으로 보고 지금 나이를 찾아보면 그 옆에 남은 날짜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조견표(早見表)하고 한다. 69세는 기껏해야 1년인 365일이 남은 것이다. 물론 70을 넘어 사는 사람들이 많다. 태국에서는 오래 살아야 70이었던 오래전의 통계로 만든 표였을 것이다.


80, 90을 산다고 치자. 살아도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이 아니던가? 제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축복 아니던가. 그것만으로도 즐기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더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제 발로, 제 정신에, 제 지갑으로 산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여력이 있으면 베풀고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후회 없는 마무리가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이다.


친구들 보다는 많이 늦게 외손녀가 태어났다. 주말이면 손녀를 본다. 이제 200일 정도 되었으니 겨우 옹알이를 하는 수준이나 눈을 마주치며 웃는 모습에 내가 웃을 일이 생겼다. 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느냐고 하더니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금세 내리고 눈을 마주치며 ‘까꿍’을 한다.


웃는다. 눈 맞춤이란 놀라운 것이다.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길이 눈알, 즉 시선인 것이다. 얼이 드나드는 길인 동굴(洞窟)을 얼굴이라 하더니만 시선을 마주쳐야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면 무언가 감추고 회피하는 것이 틀림없다. 당당하다면 무엇이 두려워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는가?

갓난아이는 무엇이건 잡으면 입으로 가져간다. 먹고살아야 하기에 본능적인 행동일 것이다. 젖병을 빨아먹는 것이 신기하고 불편하면 울음으로 표현을 한다. 위험이나 공포를 잘 모르니 부럽기는 하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도리도리’를 한다. 내가 해 보니 어지럽다. 도리도리를 할 일이 없지 않은가?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의 기억은 없으니 동생이나 조카들을 보며 도리도리와 까꿍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까꿍을 찾아보았다. ‘도리도리, 짝짜꿍, 건지곤지, 잼잼’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단동10훈(檀童十訓)’에 있다.


단동10훈은 ‘단동치기 십계훈(檀童治基 十戒訓)’의 줄임말로 ‘단군 자손인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이란다. 놀랍다. 읽어보니 과학과 철학이 어우러져 있다. 수천년 전에 어찌 그런 위대한 가르침을 알았을까? 그런데 까꿍은 여기에 없다.

어떤 사람이 단동10훈의 세 번째가 도리도리(道理道理)인데 도리를 알자는 것이고 이는 도리도리 까꿍(각궁; 覺窮)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까꿍”은 "각궁”에서 유래되었으리라는 유추를 하는 것이다. 각(覺)은 깨닫다(오; 寤), 깨우치다, 곧다(직; 直)의 의미이고 궁(窮)은 다하다(극; 極), 마치다(경; 竟), 궁구하다(구; 究)는 뜻으로, 어떤 과정의 마지막이나 끝의 경지를 깨닫거나 깨우침을 말한단다.


사람이 태어나 인간의 도리를 다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라고 할 때, 부모가 그러한 소망을 담아 그 뜻을 아기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라 하니 단연 배달의 자손인 우리가 자랑스럽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까꿍은 하고 떠난다면 좋겠다.

아가야 까꿍하자! 아가가 잠들고 조용한 밤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것도 시가 될는지요?


제목: 까꾸웅

까꿍을 한다. / 까꿍하며 숨으시곤 아직 안 보이신다. / 우리 어머니. /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네.

나도 까꿍을 한다. /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 손바닥을 내리며 까꾸웅.

환하게 웃는 한 살 짜리 손녀. / 언젠가는 나도 그러겠지요. / 까꿍해 놓고는.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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