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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의 세상속으로] 소금을 왜?


소금(salt)에서 월급(salary; 소금 살 돈)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단다. 로마에서 병사들에게 소금 사 먹을 돈을 월급처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때, 다른 양념이 없었으니 병사들이 생야채에 소금만 쳐서 먹었는데, 소금(sals)을 쳤다고 해서 샐러드(salad)라고 했다는 말도 있다. 소금은 그만큼 귀하고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었다.

욕심쟁이가 훔친 맷돌이 계속 소금을 만드는 바람에 배가 가라앉아 죽었는데도 해저 어딘가에서 맷돌이 여전히 소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참동안 믿고 자랐다. 물고가 오줌을 누어대니 바닷물이 짤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우스개도 있다. 아프리카의 사파리에는 크고 작은 짐승들이 산다.


모두들 물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걸고 물가로 간다. 이 짐승들이 소금을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기르는 가축들은 소금 없이는 안 된다. 철분과 미네랄이 든 고령토를 갈아서 소금과 섞어 단단한 벽돌처럼 만들어 주면 이것을 핥아먹고 산다. 가축이 염분과 미네랄을 두루 섭취하는 것이다. 이때는 싼 소금인 암염(돌소금)이 제격이다.

꾀 많은 당나귀 이야기도 있다. 소금을 당나귀 등에 싣고 가는데 무겁다. 시냇물을 건너다가 미끄러져서 물에 빠졌다가 일어나니 짐이 훨씬 가볍다. 소금이 녹은 것이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당나귀가 다음에는 일부러 시냇물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쉬운 일이 있다니…. 그러나 주인이 벼르고 있는 줄은 몰랐다.


다른 물건과 솜을 등에 싣고 개울을 건너는데 당나귀가 또 미끄러운 척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솜이 물을 잔뜩 머금어서 허리가 휘는 것이었다. 세상일이 그렇다. 태양과 해풍에 말려 굳어진 소금인 천일염은 소금장수가 지고 다니면서 팔았다. 그걸 사다가 재어두면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조금씩 녹아 내렸다.


그것이 간수다. 간수는 독하여 먹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서 끓이고는 자루에 담아 짜서 비지를 걸러내고 남은 콩물에 간수를 치면 앙금이 생긴다. 두부가 엉기는 것이다. 이것을 자루에 담아 눌러서 물을 짜내고 모양을 낸 것이 두부다. 두부공장에서는 이런 간수를 쓰지는 않지만 오래전 가정에서는 필수품이었다.

간수를 뺀 소금을 장독에 풀어 가라앉은 불순물을 걸러내고 메주를 띄워 간장을 담갔다. 이때 숯을 몇 개 넣어 잡 내와 불순물을 걸러내는 지혜도 발휘했다. 겨우 3%(실은 2.8%)가 들어 있어서 바다가 썩지 않게 한다. 그런데 바닷물은 왜 짤까?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의 염도가 1% 전후인데 바닷물에는 이보다 3배나 많은 염화나트륨이 있기 때문에 짜다고 느끼는 것이다.

가을에 거둔 야채를 이듬해까지 먹게 저장하는 방법이 소금에 절이는 것이다. 그것을 김장이라고 한다. 야채를 다른 양념과 함께 소금에 담그는 것이 침채(沈菜)이고 이것이 딤채가 되고 김치가 되었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은 성경에도 나온다는데 세상에 썩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금 아닌가?

여러 조건으로 보아 목포 근처의 신안군에 염전이 많다. 천일염을 만들기 좋은 곳이다. 일은 고되고 소금 값은 시원치 않고 일꾼은 귀하다. 한때 일꾼을 노예처럼 부려먹어서 염전노예라는 말이 생긴 적이 있다. 소금은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지만 일이 고되어 염전을 태양광 발전설비로 바꾼 곳도 있는 모양이다.

천일염과 달리 소금은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 오래전에는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다. 소금은 염화나트륨(NaCl)이다. 염화나트륨은 나트륨 이온(Na+)과 염소 이온(Cl-)이 결합하여 극성 구조를 가지기에 같은 극성 용매인 물에 잘 녹는다. 소금의 결정 구조는 팔면체를 띠는 각 원자가 6개의 아주 가까운 이웃을 가지고 있는 모양새다.


천연으로는 바닷물 속에 평균 2.8% 함유되어 있는데 그냥 3%라고 말한다. 대나무 통에 소금을 다져 넣고 황토로 봉한 다음, 불가마에 넣어 쌓고 소나무 장작불을 태워 아홉 번을 반복해서 구운 뒤, 그것을 곱게 갈아서 만든 것이 죽염이다.

손이 많이 가고 땔감이 많이 드는데다 부피도 줄어들어 비쌀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기 634년(백제 무왕 35년)에 창건된 1300년 고찰인 전라북도 부안군의 개암사에서 죽염을 만들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소금은 결빙점이 낮아 겨울에 얼어서 미끄럽지 않게 하는데 필요하다.


경수(된 물)를 연화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금속을 부식시킨다는 단점이 있지만 병원에서 자주 맞는 링거액도 실은 소금물이다. 의료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초수액제(링거)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수분과 각종 전해질을 몸속에 공급하려는 것으로 소금을 섞은 ‘생리식염수’, 신체의 전해질과 똑같은 농도의 ‘하트만 용액’, 다른 주사약물을 투입할 때 희석하여 사용하는 ‘5% 포도당 수액’ 등이 있다.


정맥에 놓으면 심장을 거쳐 온 몸에 빠르게 퍼진다. 씹어 삼키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은혜로운 제품이다. 사람의 혈액, 림프액, 조직액, 산모의 양수 등도 0.9%의 염도가 있다. 건강한 사람의 소변 염도는 1.2% 이상이란다. 소변의 염도가 0.9% 아래로 내려가면 혈류나 백혈구의 활동이 위축돼 병이 생긴다고 한다.

땀과 소변은 체내의 염도를 조절하여 배출하고 있으니 약간의 과다 섭취는 걱정할 일이 아니란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처리수를 방류한다하니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3중수소를 더 걱정한다. 차제에 미리 청정한 소금을 사재기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소금을 넉넉히 생산하지 못한데다가 염전은 줄고 수요가 폭증하니 가격이 뛰고 재고는 바닥난 모양이다. 왜들 이럴까? 좀 잠자코 기다리면 안 될까. 당장 다 먹을 소금이 아니니 사재기 하면 번거롭기만 할 것인데….


원전의 오염처리수 처리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믿고 맡기면 안 될까? 급하고 위험하다면 일본 사람들이 더할 것이다. 배를 타고 한바다로 나가 보면 안다, 참 너르다는 것을. 바다에는 육지만큼 많은 물이 있다. 해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흐르는 저 많은 물을 오염시키고 돌아와 신안 앞바다 염전을 위험하게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 같다. 아직 방류도 안했는데 벌써 횟집이 문을 닫게 생겼단다. 어쩌면 지금이 싱싱한 회와 생선을 싸게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여름이라 회가 부담스러우면 생선구이가 어떤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회자(膾炙)라는 말은 회와 구운 생선을 이르는 말이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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