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야 알게 된 진짜 나”… 중년의 ADHD 진단
- Weekly Korea EDIT
- 10월 12일
- 2분 분량
정신 건강, 중독, 그리고 자존감 회복의 여정

뉴질랜드 여성 폴렛 크로울리(Paulette Crowley)는 50대 초반에야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가 오랜 시간 겪어온 불안, 우울, 알코올 중독 뒤에는 다름 아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가 있었다.
■ 당신도 ADHD일 수 있습니다
크로울리는 원래 자녀의 ADHD 검사를 위해 한 임상심리학자를 찾았다. 그런데 상담 도중 심리학자 루시 팔코너 박사(Dr. Luci Falconer) 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폴렛, 당신도 ADHD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엔 모욕처럼 들렸다. 그러나 의사의 설명은 명확했다. ADHD는 유전적 요인이 크며, 우울증·불안·중독과 강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그녀가 수십 년간 겪어온 정신적 혼란의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혼란의 연속
어린 시절의 폴렛은 “말이 너무 많다”, “집중력이 없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했다. “감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고 회상한다.
청소년기에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술과 담배, 폭식으로 달랬다. 20대 초반에는 언론계에서 일하며 빛을 보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해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번뜩이지만, 일상에서는 무너졌다”는 그녀의 표현은 그 시절을 잘 보여준다.
■ 알코올 중독과 우울의 반복
술은 일시적인 위안이었지만, 곧 통제할 수 없는 중독으로 변했다.
“한순간 최고였다가, 다음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정신과 의사는 그녀에게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을 내리고, 술을 끊으라고 했다. 하지만 원인을 모른 채 중독을 끊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뒤늦은 ADHD 진단, 인생의 전환점
수십 년의 혼란 끝에, 크로울리는 마침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정식으로 ADHD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명확한 ADHD”. 그녀는 딸이 복용하던 리탈린(Ritalin)을 처방받았고, 처음으로 ‘조용한 머리’를 경험했다.
“평생 30개 라디오가 동시에 켜져 있던 머리에, 드디어 리모컨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신세계 같았다. 집중이 가능했고, 집안일과 업무도 안정적으로 해냈다. 몇 달이 지나면서 약효의 흥분감은 잦아들었지만, 삶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ADHD 약은 기적이 아니라, 나에게 ‘매뉴얼’을 준 거예요.”
■ 뒤늦은 슬픔과 진짜 자아의 회복
하지만 진단 후에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슬픔도 몰려왔다. 만약 더 일찍 알았다면, 그토록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평생 자신을 “게으르고,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이라 믿었지만, 이제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안다. “나는 잘못된 게 아니라, 다르게 연결된(brain-wired) 사람이었어요.”
‘마스킹(masking)’이라 불리는, 사회에 맞추기 위한 연극도 이제 멈췄다.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요. 그게 약보다 강력한 치유예요.”
■약보다 중요한 ‘자기이해’
건강 문제로 약 복용을 줄인 지금도, 그녀는 삶을 조율하는 법을 배웠다. 운동, 수면, 영양, 스트레스 관리, 의미 있는 일과 관계 — 이것이 그녀의 새로운 처방전이다.
“진짜 치유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그 어떤 약보다, 그 어떤 칭찬보다 평화를 주죠.”
50대에 ADHD 진단을 받은 폴렛 크로울리의 이야기는, 정신건강과 중독, 그리고 자기이해의 교차점에서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최고의 회복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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