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의 책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뉴질랜드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과연 누가 이 상황을 초래했는지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출 삭감과 공공부문 감축이 원인이라는 주장부터,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문제라는 지적까지, 책임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경제에 결정타?

Kiwi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로드 커(Jarrod Kerr)는 최근 발표에서 "중앙은행(RBNZ)의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Infometrics의 수석 예측가 가레스 키어넌(Gareth Kiernan)은 보다 복합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2020~2021년 정부와 중앙은행이 동시에 과도한 부양 정책을 펴면서 경제가 지나치게 과열됐고, 그 후폭풍으로 현재 긴축 정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2년간의 경제 둔화 중 약 2/3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의 영향이며, 20~25%는 정부 지출 축소, 나머지 10%는 수출 부진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정부 지출도 ‘한몫’…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고 공공 부문 인력을 감축한 것도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정부 소비는 팬데믹 이전 예측보다 13.5% 증가했으며, 이후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예상보다 7.5% 높았다.

키어넌은 “정부는 팬데믹 시기 과도한 지출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렸고, 지금은 그 부작용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침체를 부른 긴축은 '과열의 대가'라는 뜻이다.

양측 모두 책임… 정치권 비난은 “국민 기만”

오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 로버트 매컬럭(Robert MacCulloch)은 양 정당 모두 책임이 있으며,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팬데믹 당시 임금보조금 제도는 노동당이 도입했지만, 국민당 역시 이를 확대하라고 압박하며 동의한 바 있다”며 “현 정부가 이전 정권의 실책만을 탓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공공 부문 감축은 향후 고령화로 인해 폭증할 복지 지출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재정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문제는 여전… 생산성 향상 없이는 답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나 지출 조절만으로는 뉴질랜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NZ 이니셔티브의 에릭 크램튼(Eric Crampton)은 “현재의 실업률 상승은 코로나 시기 과잉 부양의 후유증이며, 인플레이션 목표 유지가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인 경기 안정과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통화당국이 정치권의 재정 방침을 철저히 감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떠한 정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뉴질랜드의 경제 침체는 단순히 정부나 중앙은행의 한쪽 실책 때문만은 아니다. 팬데믹 당시의 과잉 부양과 그 이후의 긴축, 고령화, 낮은 생산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다.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정책 조율을 넘어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정치권이 협력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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