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는 신뢰의 국적정책을 논할 때
- Weekly Korea EDIT
-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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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가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만 65세 이상에만 허용된 복수국적 제도는 그동안 수많은 재외동포의 관심과 요구 속에서도 좀처럼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제 정부가 ‘국민공감대’라는 전제를 달고 다시 문을 두드린 것이다.
복수국적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가 ‘병역 기피’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제도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이다.
병역의무를 마친 뒤 국적 회복을 허용하거나, 복수국적 유지 조건에 명확한 병역 조항을 넣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수국적을 불신과 회피의 시선으로만 보는 것은, 해외에 흩어져 살아가는 750만 동포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국적은 단순히 ‘여권’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신뢰’의 문제다. 세금을 내고, 투자하고, 한류를 전하고, 모국의 브랜드를 높여온 재외동포들에게 여전히 “당신은 절반의 한국인”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재외동포청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복수국적 연령 하향을 ‘주요 과제’로 명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김경협 청장이 언급했듯, ‘국민공감대’는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이민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국민의 65.5%가 “현행 65세 이상 유지”에 찬성했다. 이 벽을 허물기 위해선 단순히 제도 개편을 넘어선, ‘국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법안을 내고 사라지는 방식이 아닌, 재외동포의 경제적·문화적 기여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국민의 이해를 얻어야 한다.
이번 복수국적 논의는 정부의 의지 못지않게 재외동포 사회의 성숙한 대응이 중요하다. 단순히 “권리를 달라”는 요구를 넘어, “우리는 모국과 함께 성장하고 책임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한상 네트워크, 차세대 리더십 포럼, 한글학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복수국적이 한국에 주는 이익’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길은 결국 ‘투명한 동포사회’에서 시작된다.
복수국적은 단지 법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철학을 상징한다. 선진국들은 복수국적을 ‘위협’이 아닌 ‘자산’으로 본다.
이제 한국도 “한민족 네트워크”라는 거대한 자산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포용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복수국적은 국가의 부담이 아니라, 국가의 확장된 힘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선거용 공약이 아닌, 진정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동포사회 역시 “국적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주체로서 성숙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안기종
위클리코리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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