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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사랑, 달콤함과 씁쓸함에 대하여

주름살을 흔히 인생 훈장이라고도 부른다. 그것은 오로지 스스로 서러운 자위일 뿐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얼굴에 잡히는 주름살 앞에서는 절로 한숨을 토하곤 하잖은가.


이에 여성들에게 놀라운 선물이 출현했다. '보톡스'라는 요술방망이가 나타난 게 그것이다. 보톡스의 원재료는 보툴리눔 균이다. 이 균은 독성이 매우 강하다. 독성이 강하기에 이를 약제로 이용한다. 보툴리눔 균 독소는 본래 신경마비제로 사용하는 의료품이다.

 

이 의료용으로 쓰이는 보톡스가 오늘날 여인들의 미에 대한 욕구를 한껏 충족시키는 물질로 둔갑했다. 여인들의 얼굴에 거리낌 없이 주입되고 있는 게 그것이다. 이로보아 '약과 독'은 늘 상존하는 사촌지간인가 보다.

 

아름다움을 생명처럼 여기는 인자를 타고난 게 여인이다. 우윳빛 피부, 사슴 같은 눈망울, 얌전한 몸매의 여인은 언제보아도 정갈한 외양이다. 그럼에도 인간 외양은 세월과 함께 변모하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외모 속에 영원히 변치 않는 불변의 보석은 내면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여성이 아름다울 땐 넉넉한 가슴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너그러움과 부덕을 갖추었을 때다. 이것이야말로 우미優美의 상징 아닌가.

 

요즘은 뉴스 보기가 몹시 무섭다. 수년 전 들려온 소식이다. 조강지처의 위치를 망각하고 불륜을 저질렀다. 그도 모자라 한때 사랑했던 남편과 내연 남을 살해해 고무 통에 보관했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탈을 쓴 인간 전형을 보는 듯해서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남녀의 신성하고 고귀한 사랑을 잘못 인식한 탓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감정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긴 이래로 아직도 진행형이다. 또한 인류의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굳이 '신곡'을 지은 단테의 사랑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 본질쯤은 이 감정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할 것이다. 아홉 살 때 처음 만난 베아트리체를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온 단테다. 일생을 한 여인만 오로지 그리워한 단테의 외골수 사랑 앞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톨스토이가 지은 소설 '안나 카레니나'이다. 이 소설 첫 문장을 짚어보면 아침 이슬처럼 순수하고 애틋한 남녀의 사랑이 독毒이 될 수도 있음을 새삼 절감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가 그것이다. 이 소설에서 표출된 가정불화의 원인은 '불륜'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당시에도 모든 문학작품이 거의 유일한 주제가 불륜이라고 말했다. 이 '불륜'을 문학 소재로 자주 애용하기조차 하였다. 다 알다시피 그는'안나 카레니나'를 통하여 남녀 간 빗나간 사랑을 자신의 작품 속에 용해 시켰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눈이 먼 그녀다. 안나카레니나는, "저에게는 이제 당신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라는 말로 브론스키를 향한 사랑의 진한 농도를 고백하기도 한다.

 

이 고백은 훗날 브론스키의 마음자락을 완전히 붙잡지 못했다. 그토록 뜨겁게 불꽃을 피웠던 두 사람 사랑도 얼마못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이에 상처를 받은 안나 카레니나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생의 파멸을 맞이하잖은가. 그녀는 미처 불륜의 속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불륜은 순간 달콤함과 행복을 안겨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 생명은 그리 길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륜은 톨스토이가 살았던 그 시대에도 사회적으로 만연했다. 또한 현재도 그 위력은 여전하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세간에 이목을 끌었던 유명한 모 영화감독과 여배우와의 불륜 설만 해도 그렇잖은가.

 

불륜은 자칫 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아무리 간통죄가 폐지 됐다하여도 간통죄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게 있다. 불륜을 저지르는 어느 사이, 주위의 많은 것을 희생 시키고 잃게 한다는 점이다. 결핍을 느끼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이긴 하다. 그러나 외도가 행복을 충만 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착각 아닐까. 평생 한 남자 한 여자만 사랑하기에도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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