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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컬 우선”의 그늘…이민노동자를 잊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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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정부가 최근 고용주들에게 “가능한 한 뉴질랜드인을 먼저 채용하라”고 강조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외 인력 고용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민부의 취지는 분명하다. 경기 침체와 함께 실업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의 현실적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버스 운전사, 청소노동자, 요양보호사 등 이른바 ‘저숙련 직종’의 상당수는 현지 구직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정부는 인력난을 이유로 수년간 해외 인력을 받아들였고, 그들이 산업 현장을 지탱해왔다. 하지만 이제 경제가 식었다는 이유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남아공 출신 한 운전사는 세 아이와 함께 이주했지만, 3년 비자 만료로 귀국해야 한다. 그는 “처음부터 3년 후 돌아가야 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좌절을 토로했다.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투자해 숙련도를 높였고, 이들은 이미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을 단순히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위기 때마다 내보내는 제도는 인간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민자단체들은 정부가 이민노동자와 지역사회를 갈라치기 한다고 지적한다. 이민노동자는 현지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비어 있는 산업의 공백을 메운 사람들이다.


현지 고용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 논리로 이미 뿌리내린 이민자들을 내모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또한 현재 제도는 직종의 ‘숙련도’에 따라 체류 연장 기회를 제한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숙련 직종이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 산업이다. 이민노동자 없이 돌아가는 병원, 버스, 물류 현장을 상상할 수 있을까.


물론 정부 입장도 이해된다. 모든 이민자를 무제한으로 체류시킬 수는 없으며, 일정한 기준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는 ‘필요할 때만 부르고 위기 때 내보내는 단기 순환 구조’로 머물러 있다. 이는 인력정책이라기보다, 단기 경기 조정 수단에 가깝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정부는 ‘로컬 우선’ 원칙을 유지하되, 이민노동자에게도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일정 기간 근무 후 숙련 인정, 교육 연계, 가족 체류 지원 등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틀 말이다.

그래야 기업도, 이민자도, 지역사회도 함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뉴질랜드는 이민으로 성장한 나라다. 팬데믹 시기 경제를 지탱한 것도, 회복기를 이끄는 것도 결국 이민노동자다.


그들을 필요할 때만 부르고 불필요할 때 내보내는 나라는, 결국 신뢰를 잃는다. 이민정책의 핵심은 ‘누가 먼저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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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종

위클리코리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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