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자들 “우리는 노숙자가 될 처지”
웰링턴 홍수 피해 6개월, 집 잃은 주민들의 막막한 현실

시간당 77mm 기록적 폭우로 주택 40채 거주 불가 판정
피해 주민들 추가 지원 요구, 정부는 주택 매입 지원에 선 긋기
수도 웰링턴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집을 잃은 주민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은 여전히 파손된 주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임시 거주 지원마저 종료될 상황에 놓이면서 사실상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함께 추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대형 재난 때와 같은 주택 매입 지원 프로그램을 웰링턴에도 도입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피해 복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TVNZ 1New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웰링턴 일부 지역에는 단 한 시간 동안 77mm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갑작스러운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수백 명이 집을 떠나야 했고,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48시간 동안 내린 비는 일부 지역의 월평균 강수량의 세 배에 달했다.
당시 주택 40채가 거주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 직후의 긴급 대피가 끝났다고 해서 피해 주민들의 삶까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옹벽…반년이 지나도 복구 비용 막막
웰링턴 보겔타운(Vogeltown)에 거주하는 대런 영(Darren Young)은 홍수로 집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에도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강력한 물살이 대형 옹벽을 단 몇 분 만에 무너뜨렸고, 집 안으로는 약 1.2m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 옹벽을 복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비가 내릴 때마다 다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여전히 문제다.
영은 피해 보상 관련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복구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구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는 특히 임시 거주 비용 지원이 곧 종료될 예정이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집이 여전히 거주 불가능한 상태인데 지원마저 끊기면 가족이 머물 곳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사실상 노숙자가 될 처지”라는 취지로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눈높이까지 차오른 물…피해 주민들 “오클랜드와 같은 지원 필요”
오히로베이(Ōwhiro Bay)에 사는 캐서린 비치(Catherine Beech)의 집도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물은 집 안에서 눈높이에 가까운 곳까지 차올랐다.
비치와 다른 피해 주민들은 2023년 오클랜드 홍수 당시 제공됐던 지원과 비슷한 대책을 웰링턴에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시 오클랜드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해 주택의 피해와 위험도를 평가하고, 인명 피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일부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 매입 지원이나 위험 완화 비용 지원을 제공했다.
피해 주민들은 웰링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주택별 위험을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안전한 거주가 어려운 가구에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복구비 지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반복적인 침수 위험이 남아 있다면 집을 수리하더라도 주민이 안심하고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웰링턴 시장 “정부 차원의 주택 매입 지원 가능성 낮아”
앤드루 리틀(Andrew Little) 웰링턴 시장은 피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규모 주택 매입 지원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 직후 중앙정부가 주택 매입 지원 제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비교적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리틀 시장은 2023년 사이클론 가브리엘(Cyclone Gabrielle) 피해 이후 정부가 밝힌 입장도 언급했다. 앞으로 대규모 기상재해로 발생하는 모든 피해와 위험을 정부가 재정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방침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주택을 정부가 일괄적으로 매입하거나, 모든 복구 비용을 공공재정으로 부담하는 방식이 앞으로도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부가 모든 지원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마크 미첼(Mark Mitchell) 비상관리부 장관은 정부가 이미 피해 주민들의 숙박비를 지원하기 위해 4만6,000달러를 제공했으며, 시장 구호기금(Mayoral Relief Fund)에도 1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할 경우 추가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를 입은 주택의 장기적인 복구나 매입 지원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보험업계 “극한 기상재해, 사전 대비가 중요”
보험업계도 기후재난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질랜드 보험위원회(Insurance Council)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파포이(Kris Faafoi)는 극한 기상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수록 피해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정부와 지방정부에 재난이 발생한 뒤 복구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에 위험 지역을 파악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여기에는 침수와 산사태 위험이 높은 지역의 주택 관리, 배수시설 개선, 위험도에 따른 토지 이용 계획, 건축 기준 강화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대책은 지역별 지형과 위험 수준, 필요한 재정 규모를 고려해 마련해야 한다.
재난이 반복되는 지역에서는 주택 소유자와 보험사, 지방정부, 중앙정부 사이에 위험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복구 지원 종료 앞둔 주민들…재난 이후의 삶은 누가 책임지나
이번 웰링턴 홍수는 자연재해가 끝난 뒤에도 피해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긴급 대피와 구조 활동이 마무리되고 뉴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도, 집을 잃은 주민들은 임시 숙소 비용과 주택 복구비, 보험 처리, 장기 거주지 마련이라는 문제를 계속 해결해야 한다.
특히 피해 주택이 장기간 거주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으면 주민들은 기존 주택의 대출 상환과 임시 거주 비용을 동시에 부담할 수도 있다. 복구 지원이나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면 경제적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모든 재난 피해를 공공재정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검토해야 하지만, 피해 주민에게는 당장 머물 곳과 안전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는 재난 이후 지원을 얼마나 제공할 것인지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지역에 주택을 짓고 어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웰링턴 피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다른 주거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원하고 있다.
홍수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일부 주민에게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추가 대책을 마련할지, 피해 주민들이 실제로 주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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