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물가상승률 3.7%로 둔화
연말 4.5%까지 오를 수도

9월 분기 소비자물가 0.7% 상승… 유가 일시 하락 효과 사라져 재상승 우려
전기료·지방세·주택 건축비 부담 지속… 10월 28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뉴질랜드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9월 분기 3.7%로 낮아졌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시적인 휘발유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세를 완화했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연말 물가상승률이 4.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오는 10월 28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Stats NZ)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까지 3개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상승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6월의 4.1%에서 3.7%로 낮아졌다. 이는 2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물가상승률이 다시 둔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하락은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해소됐다기보다 휘발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내려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물가 둔화 이끌어
9월 분기 휘발유 가격은 6.5% 하락했고, 기타 차량용 연료 가격도 4% 내렸다. 당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국제 공급 여건이 개선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니콜라 그로든 물가 담당 대변인은 휘발유 가격 하락이 분기 물가상승률을 낮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휘발유 가격은 오히려 19% 상승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식품과 연료, 가정용 에너지를 제외하면 9월 분기 물가상승률은 1.1%, 연간 상승률은 2.9%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더라도 생활비 전반의 가격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국제 항공료는 해당 분기 14.3%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2022년 12월 분기 이후 가장 큰 분기 상승폭으로, 유럽과 아시아 노선의 항공료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기료·지방세·주택 건축비도 상승
국내에서 발생하는 물가 압력도 다시 두드러지고 있다. 전기료와 지방세, 주택 관련 비용 등 뉴질랜드 내부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비무역재 물가는 9월 분기 1.0%, 연간 3.3% 상승했다.
신축 주택 건축비는 분기 기준 0.5%, 연간 기준 3.2% 올랐다. 통계청은 건축 자재와 하도급, 인건비, 연료비 상승이 신규 주택 건설 비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전기료는 배전망 이용료 등 관련 비용 상승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9.3% 높아졌다.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지방세도 최근 조정분이 반영되면서 연간 6.2% 상승했다.
반면 임대료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9월 분기에는 변동이 없었고, 연간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버터와 올리브유 등 일부 식품 가격과 시청각 장비 가격도 하락해 다른 항목의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국제 유가 재상승… 연말 물가 4.5% 전망
9월 분기 물가상승률은 경제학자들의 예상 범위 중 낮은 수준에 해당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연료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당시의 물가 안정 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주유소의 연료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4%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일부 전망에서는 12월 분기 연간 물가상승률이 4.5%에 이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연료비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AS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스미스는 기초 물가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 대부분이 3%를 웃돌고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된 품목 가운데 약 60%의 가격이 3%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여러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SB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2027년 말까지 3%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뉴질랜드는 2년 넘게 연간 물가상승률 3% 이상을 경험하게 된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커져
물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시장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9월 당시 10월 금리 인상을 잠시 미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후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28일 통화정책 검토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2월에도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이 약 50%로 반영되고 있다.

ANZ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일스 워크먼은 기초 물가 지표가 우려스럽다며, 중앙은행이 이번 정책 검토에서 단기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러한 조정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대로 금리가 인상되면 기준금리는 3%로 올라가게 된다. 다만 실제 결정은 중앙은행의 물가 전망과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지출 억제 강조… 에너지 정책 공방도
니콜라 윌리스 재무장관은 이번 물가 지표가 긍정적이지만, 해외 상황과 국제 유가 충격으로 인해 여전히 물가 압력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지 않는 정책을 유지한 것이 물가 억제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윌리스 장관은 호주의 물가상승률이 4%라는 점을 언급하며 뉴질랜드의 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관련해서는 노동당 정부가 2018년 도입했던 해상 석유·가스 탐사 금지 정책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해당 금지 조치는 지난해 7월 폐지됐다.
반면 금지 조치 지지자들은 뉴질랜드에서 마지막으로 상업성이 있는 유전이 발견된 시점이 2003년이었다는 점을 들어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정부는 올해 타라나키 분지의 한 지역에 새로운 탐사 허가를 처음으로 발급했다.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3%보다 낮고 호주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과 비슷하고 영국 및 유럽연합보다는 낮은 것으로 제시됐다.

물가 안정 여부, 앞으로가 관건
이번 9월 분기 물가 지표는 연간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 하락이라는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기초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고, 전기료와 지방세, 건축비 등 국내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재상승이 이어질 경우 물가가 다시 높아지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와 사업 운영비가 높은 기업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뉴질랜드 경제의 핵심 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비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얼마나 확산하는지, 그리고 중앙은행이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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