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은 정책에 퀸스타운·오클랜드 시장 반발
“패닉 속 정책 결정”… 관광객 숙박세 철회에 지자체 반발

국민당(National Party)이 재집권할 경우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함께 관광객 숙박세, 이른바 ‘베드 나이트 레비(bed-night levy)’ 도입 계획을 철회하자 퀸스타운과 오클랜드 시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민당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지방정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사실상의 ‘완전한 정책 선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퀸스타운 레이크스 지역의 존 글로버 시장은 국민당의 결정을 두고 “패닉 속에서 만들어진 정책의 부수적 피해”라고 비판했다.
국민당은 일요일 발표를 통해 오는 11월 총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논의돼 온 숙박세 역시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는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가 지난 4월 관광산업과 지역사회 재원을 위해 관광객 부담금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되는 결정이다.
“방문객이 지역사회 비용 일부 부담하는 것은 당연”
글로버 시장은 특히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지역 부담금은 충분히 설계 가능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등 해외 국가의 사례를 언급하며 현지 거주자와 해외 방문객을 구분해 관광객에게 별도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뉴질랜드의 국제 방문객 부담금 제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버 시장에 따르면 현재 국제 방문객 가운데 실제 부담금을 내는 사람은 약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호주와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 입국하는 방문객에게는 부과되지 않으며, 뉴질랜드에 이틀만 머무는 관광객과 석 달 동안 체류하는 관광객이 동일한 금액을 내는 구조여서 체류 기간이나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광객들이 지역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방문객이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퀸스타운처럼 관광객 수가 지역 인구를 크게 웃도는 관광도시의 경우, 도로와 공공시설, 관광 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지역 주민과 납세자만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글로버 시장은 정부가 관광산업을 지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광 지역사회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도구마저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럭슨 “결국 뉴질랜드 국민에게도 부담 돌아가”
반면 럭슨 총리는 숙박세가 외국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설계되기 어렵고, 결국 뉴질랜드 국민에게도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철회 이유로 들었다.
그는 퀸스타운이나 오클랜드 등에서 주말 여행을 즐기는 뉴질랜드 가족이나 커플 역시 숙박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 관광산업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숙박세를 단순한 ‘세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정 지역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사용자 부담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오클랜드 시장도 “지역 협약 취지 훼손”
오클랜드의 웨인 브라운 시장 역시 국민당의 정책 철회가 중앙정부와 오클랜드 시의회가 지난 4월 체결한 ‘지역 협약(Regional Deal)’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협약에는 2027년부터 숙박세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브라운 시장은 숙박세가 일반적인 세금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부담하는 사용자 요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오클랜드 시민에게 추가적인 지방세나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도 대형 행사 유치와 지역 기업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는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문화 행사 등을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관광객과 방문객 증가에 따른 인프라 부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숙박객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면 지역 주민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 다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오클랜드 시의회의 논리다.
ACT “두 달 만에 완전히 입장 바꿔”
정부 내 연립 파트너인 ACT당의 데이비드 시모어 대표는 국민당의 급격한 정책 변화를 비꼬기도 했다.
그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당이 여러 형태의 새로운 부담금과 세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혀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숙박세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관광도시 지방정부는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사용하는 도로와 공공시설, 행사와 관광 인프라의 비용을 지역 주민만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당은 새로운 부담금이 결국 국내 여행객의 비용을 높이고 뉴질랜드 국민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관광객이 사용하는 지역 인프라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있다.
해외 방문객에게 직접 비용을 부과해 지역사회 재원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관광객과 국내 여행객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존 재원으로 해결할 것인지가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주요 정책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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