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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ATM…현금 찾을 곳이 점점 줄어든다

8월 13일
3분 분량
ANZ has reduced its ATM numbers by 85 in the past two years. Source: RNZ
ANZ has reduced its ATM numbers by 85 in the past two years. Source: RNZ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ATM 운영을 축소하고 있지만,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저소득층, 장애인, 농촌 지역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현금을 인출할 장소를 찾다 보면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은행 ATM이 사라지고, 대신 출금 수수료를 부과하는 비은행 ATM이 들어선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ATM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기도 했다.


 

최대 은행인 ANZ는 지난 2년 동안 ATM 85대를 줄였다. 이 가운데 10곳을 제외한 대부분은 해당 장소의 계약을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Westpac 역시 같은 기간 ATM 54대를 줄였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eserve Bank) 자료를 보면 ATM 감소는 최근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뉴질랜드 전역의 은행 지점 수는 약 40% 감소했고, 은행이 직접 운영하는 ATM 수도 32% 줄었다.

 

현금 사용 감소가 ATM 축소의 가장 큰 이유

은행들은 ATM 감소가 고객들의 이용 패턴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뉴질랜드은행협회(New Zealand Banking Association) 로저 보몬트 최고경영자는 ATM을 이용하는 고객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운영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고객 거래 가운데 ATM을 이용하는 비중은 약 1.5%에 불과하며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물 임대계약 변경이나 지진 위험 때문에 ATM을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시대학교 금융 전문가 클레어 매튜스는 ATM을 운영하는 데 비용이 들 뿐 아니라 현금을 보관하는 데 따른 보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사용 자체가 감소한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충분한 이용자가 없는 ATM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드 결제 과정에서 현금을 함께 인출할 수 있는 EFTPOS 서비스가 널리 이용되면서 별도로 ATM을 찾는 소비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금 쓰는 사람 아직 40%”

하지만 현금 사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ATM을 계속 줄여도 되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Consumer NZ는 현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며 ATM 감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2025년 9월 현금 사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3%가 일상적인 지출에 현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2.5%에 그쳤다.

 

즉,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뉴질랜드인이 현금을 필요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 멘토 네트워크인 Fincap 역시 현금이 일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예산 관리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무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시 지역에서도 장애가 있거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제한된 무료 현금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TM 사라지고 비은행 ATM은 수수료 부과

은행 ATM이 사라진 자리에 비은행 사업자가 운영하는 ATM이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일부 비은행 ATM이 한 번 현금을 인출할 때 2.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점이다.

 

은행 지점과 ATM이 함께 줄어들면서 소비자가 현금을 사용하기 위해 더 먼 곳까지 이동하거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클랜드대학교 경제학 강사 샤넬 듈리는 ATM 감소를 단순한 기기 수의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 금융 서비스의 물리적 기반 자체가 축소되는 현상으로 봤다.

 

온라인 뱅킹과 모바일 결제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이 지점과 ATM 같은 오프라인 인프라에서 점차 물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무료 현금 접근권’ 기준 검토

중앙은행도 ATM 감소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뉴질랜드의 현금 서비스에 대한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의견 수렴 결과를 다음 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검토 중인 방안에는 은행 고객이 현금을 인출하고, 입금하고, 교환할 수 있는 장소의 수와 위치에 일정한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도시 지역 주민의 95%가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무료 현금 인출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데 은행권 전체적으로 연간 약 1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은행권 전체 연간 이익의 약 1% 수준이다.

 

중앙은행은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 약 6,000건의 의견을 접수했으며 현재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금 사용 감소와 금융 접근성 사이의 균형이 과제

ATM 감소는 단순히 현금 사용이 줄어든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확산된 상황에서 이용률이 낮은 ATM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에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 사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ATM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기본적인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농촌 지역과 고령층, 장애인,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현금 서비스가 사라질 경우 디지털 금융 전환의 비용을 특정 계층이 더 크게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뉴질랜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현금 사용 감소라는 현실과 현금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금융 접근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의견 수렴 결과와 향후 최소 서비스 기준이 뉴질랜드의 현금 이용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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