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불확실성에도 기업심리 급반등
내년 경기 회복 기대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여전히 부진한 현재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당장은 수요가 약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투자와 고용 확대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가 6일 발표한 2026년 9월 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QSBO)에 따르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계절조정 기준 순 4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 조사 당시의 순 14%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로, 기업들의 경기 낙관론이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재 실제로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자체 국내 사업활동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계절조정 기준 순 1%로 나타났다. 즉, 기업들의 심리는 크게 개선됐지만 현재 매출과 수요 등 실물 경기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 사이의 격차다.
기업들은 현재 수요가 약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향후 사업 수요에 대한 전망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그동안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했던 기업들이 앞으로 1년 동안 건물과 설비·기계류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을 보이고 있다.
고용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9월 분기 동안 실제 직원 수를 줄였다고 답한 기업은 순 5%였지만, 다음 분기에는 상당수 기업이 직원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기업들은 여전히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다시 인력 부족 문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매업·건설업 등 전 업종에서 낙관론 확산
기업들의 낙관론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았다.
NZIER 조사에서는 모든 주요 업종에서 경기 전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매업의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다. 소매업체 가운데 앞으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순 57%에 달했다.
다만 실제 상황은 아직 낙관론과 거리가 있었다. 9월 분기 소매업체들은 신규 주문과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며, 비용 부담 역시 여전히 높았다.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소매업의 수익성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 역시 분위기가 크게 반전됐다.
건설업체 가운데 앞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 비율은 순 46%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주문과 생산량이 모두 증가하면서 실제 수요 측면에서도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
그러나 건설업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건축사 사무실의 업무량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는 향후 주택 건설 물량이 대체로 정체될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업용 및 정부 관련 건설 프로젝트의 파이프라인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 역시 국내외 수요가 증가했다고 보고하면서 경기 전망이 밝아졌다. 하지만 비용 상승과 가격 인상 능력 약화로 인해 제조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물가 압력은 다소 완화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기업들의 비용 및 가격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이다.
비용이 상승했다고 답한 기업의 순비율은 지난 분기 54%에서 47%로 하락했다.
기업들이 앞으로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도 낮아졌으며, 가격을 인상한 기업의 비율 역시 감소했다.

NZIER는 이러한 결과가 최근 연료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확산될 위험이 다소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요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격에 모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도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사태는 여전히 최대 변수
기업심리가 크게 개선됐지만 중동 지역의 불안은 여전히 뉴질랜드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가 진행된 9월에도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했다.

NZIER는 현재까지 중동 사태가 기업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향후 뉴질랜드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는 휘발유와 디젤 등 에너지 가격 변화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운송비와 식품가격, 기업 운영비용 등으로 상승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2.75%로 올렸다. 중앙은행은 중동 분쟁으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2026년 6월 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기업들은 긴장
이번 NZIER 조사에서는 기업들 사이에서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높이는 양면적인 요소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대출 및 투자 비용이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 역시 재고정 시점에 더 높은 이자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RBNZ 역시 현재 OCR 2.75%에서 추가 인상이 필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향후 금리 경로가 미리 결정된 것은 아니며, 물가와 경제활동 등 새로운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RBNZ의 다음 OCR 결정은 10월 28일 예정돼 있다.

“회복 기대는 커졌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뉴질랜드 경제는 바닥을 지나 회복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다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실제 수요 개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가계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높은 연료가격과 물가, 높은 실업률, 금리 상승 가능성 등은 경제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특히 기업들의 낙관론이 실제 매출과 고용 증가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몇 달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NZIER는 1961년부터 분기별 기업경기실사지수(QSBO)를 실시하고 있으며, 약 1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기 상황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다. 이 조사는 공식 경제통계보다 빠르게 기업 현장의 변화를 포착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결국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메시지는 분명하다. 뉴질랜드 기업들은 ‘지금 당장 경기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동발 유가 충격과 금리 인상이 다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교민들이 주목할 부분
이번 결과는 뉴질랜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교민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① 사업자: 투자와 고용 심리가 개선되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소비 약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② 주택담보대출 보유자: RBNZ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향후 대출 재고정 시 금리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③ 구직자: 기업들의 채용 의향이 개선되고 숙련인력 부족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고용시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④ 소비자: 연료가격과 물가 움직임이 향후 금리와 가계 구매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제유가 흐름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료: NZIER, Reserve Bank of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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