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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오지랖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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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신년마다 복 많이 받으라고 기원하는 미덕美德이 있다. 복이란 신께 올리는 음식과 술을 의미한다. 이로보아 제사 끝에 음식을 음복飮福하듯이 복을 온 마을 사람들이 골고루 나눠 갖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조상들이였다.


그래서 새해만 돌아오면 이웃과 나눴던 덕담 중 빠지지 않는 게 복福자다. 이런 우리 민족의 선한 심성이 산업 사회로 진입하면서 서서히 희석 됐다. 심지어는 생존 경쟁 시대라는 말에 어울릴법하게 타인을 짓밟고 자신만 삶의 승자가 되려는 심리가 사회전반에 만연해진 현대다.


개인적 생각으론 부동산 투기도 이 중에 한가지라면 지나칠까? 애써 모은 돈으로 어렵사리 내 집 마련할 기회를 타인으로부터 몽땅 빼앗는 게 부동산 투기다. 이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크나큰 사회악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나만 잘살면 된다는 마음 아닌가.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도 반 지하에서 혹은 쪽방에서, 고시원 및 월세 방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만이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다”라는 말처럼 필자 역시 젊은 날 셋방살이를 살아봤기에 그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젊은 날 결혼 후 남의 집 단칸방에 살아야 했다. 한 울 안에 6가구가 사는 흡사 닭장 같은 집이었다. 화장실도 수도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부엌에서 손만 뻗으면 잡힐 듯 가까이 위치한 공중 화장실이었다. 그 앞에서 매일이다시피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곤 했다. 여름철 만 되면 화장실 악취가 코를 쥐게 했다. 이 냄새는 마침 첫 아이 임신으로 입덧에 시달리는 나의 비위를 몹시 자극하고도 남음 있었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것은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 화장실에서 들려오던 대변보는 소리였다.


그곳 사람들이 마치 장염이라도 걸린 양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요란스러웠다. 평소 유독 비위가 약한 터에 화장실서 풍겨오는 고약한 인분 냄새, 듣기에도 왠지 매우 불쾌한 대변 배설 소리는 입덧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날 이런 적빈赤貧을 경험해서인가.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가슴으로 충분히 공감한다.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삶이 안정될 때 행복도 느낄 수 있다. 주거 안정이야말로 인간의 기본적 행복 요건이다. 그럼에도 연일 언론매체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서민들의 삶은 점차 행복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서울의 아파트 값 고공 행진하는 뉴스가 태반 아닌가.


정부에서는 임대 주택 및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으로 주택 부족을 해소하려 애쓰고 있다. 또한 종부세를 비롯 양도세 강화 및 주택 담보 대출 규제 등으로 투기의 고삐를 한껏 죄어 보겠다며 야심만만한 정책도 펼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값은 서민들이 미처 따라잡지를 못한다. 항상 뒷북만 치는 격이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집값만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셈이다. 가끔 동네 부동산 중개인 사무소 앞 유리창에 명기된 아파트 시세를 버릇처럼 훑어본다. 불과 몇 년 전에 비하여 절반 가까이 오른 아파트도 눈에 띈다. 말이 수억, 수십억이지 싶다. 월급쟁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야말로 전액을 저축 한다 해도 평생 모을 수 없는 집값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어 닥칠 때마다 기획부동산이란 단어도 회자 됐다. 부동산 중개업의 실질적 역할은 토지, 집 매매, 매수를 비롯 셋방을 중개하는 일 아닌가. 이런 본업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다량의 아파트를 구입, 투기를 부추겨선 안 될 일이다. 수 년 전엔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는 뉴스가 보도됐었다. 요즘은 부동산 불경기로 부동산 중개업도 철퇴를 맞은 형상이다. 지난날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이 업業까지 뛰어들까. 극심한 취업난 탓 아닌가.


신께 지낸 제사 음식을 제주가 고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곳이 복덕방이다. 이곳에 많은 사람이 집산集散하자 혼사 중매, 소• 돼지 암 붙이를 비롯, 땅 매매도 성사 시키는 중개 역할을 맡았던 곳이 복덕방福德房 유래라고 어느 문헌은 밝혔다. 요즘은 물질적 중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변질 됐다. 한 때는 젊은이들까지 선호하던 부동산 중개사 시험이다.


이왕이면 향후 공인 중개사 시험 때는 복덕방이 애초 지녔던 기능인 인간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중개 문제도 시험에 제출 됐으면 한다. 또 있다. 하루빨리 아파트 값이 안정돼 집 없는 설움을 겪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이 바람은 정녕 필자만의 오지랖 넓은 생각 만은 아닐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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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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