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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건설업계에 스며든 범죄 자금

4시간 전
3분 분량

매년 수억 달러 돈세탁 의혹


A new police report says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is being laundered through the construction industry each year by organised crime groups.
A new police report says hundreds of millions of dollars is being laundered through the construction industry each year by organised crime groups.

  • 경찰 보고서, 조직범죄 집단의 건설업계 악용 경고

  • ‘오퍼레이션 스쿠바’서 7,000만 달러 자금 흐름 확인


뉴질랜드 건설업계에서 조직범죄 집단이 매년 수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자금을 세탁하고 있다는 경찰의 경고가 나왔다. 마약 거래 등으로 얻은 범죄 수익이 정상적인 건설업체와 유령회사를 거쳐 합법적인 자금처럼 둔갑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 탈루와 불법 현금 임금 지급, 이주 노동자 착취가 발생하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건설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범죄 집단은 건설업계를 이용해 매년 수억 달러를 세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과 수사기관이 문제의 전체 규모를 아직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만큼, 실제 자금 흐름은 더 복잡할 가능성이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의 범죄 전문 기자 재러드 새비지(Jared Savage)는 라디오 뉴질랜드(RNZ)의 시사 프로그램 ‘더 디테일(The Detail)’에 출연해 건설업계의 자금세탁 실태와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새비지 기자는 범죄조직과 일부 비정상적인 건설업체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범죄조직은 불법으로 얻은 현금을 처리할 방법이 필요하고, 일부 업체는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거래 내역을 감추기 위해 현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범죄 수익은 건설업체를 거쳐 여러 회사의 계좌로 이동하고, 유령회사 등을 통해 정상적인 사업 수익처럼 보이도록 처리된다. 이후 부동산 매입이나 해외 송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새비지는 이러한 방식이 단순한 범죄 수익 은닉을 넘어 정상적인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세금과 고용 관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업체들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경쟁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퍼레이션 스쿠바’에서 7,000만 달러 자금 흐름 확인

건설업계를 이용한 자금세탁 문제는 경찰의 ‘오퍼레이션 스쿠바(Operation Scuba)’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새비지 기자에 따르면 해당 수사에서 건설업계를 통해 약 7,000만 뉴질랜드달러가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건설업계 전체의 연간 자금세탁 규모가 아니라, 특정 수사에서 파악된 자금 흐름이다.


수사에서는 오토바이 갱단 코만체로(Comanchero) 조직원들과 관련된 자금 거래 및 복잡한 기업 구조가 드러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전직 회계사 키엥 치브(Khieng Chiv)도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치브는 마약 거래 수익 약 780만달러를 세탁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구축한 복잡한 금융 구조가 드러났다.



수백만 달러가 여러 유령회사로 흘러 들어갔으며, 갱단의 고위 조직원에게 380만달러 상당의 주택과 오레와(Ōrewa)에 있는 사업체 두 곳을 마련하는 데도 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도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범죄조직과 관련자 사이에 오간 메시지도 중요한 단서가 됐다.


새비지는 정상적인 거래 관계라면 보기 어려운 협박성 메시지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두바이로 300만달러를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 등이 수사 단서가 됐다고 설명했다.



치브에게는 10년이 넘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새비지는 이번 판결이 뉴질랜드의 자금세탁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량으로, 범죄 수익을 숨기는 데 관여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경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불법 현금 임금이 정상 업체의 경쟁력까지 위협

건설업계를 통한 자금세탁은 범죄조직에만 이익을 주는 문제가 아니다. 세금과 고용 관련 의무를 준수하는 사업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일부 업체가 직원에게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면서 세금이나 법정 의무를 회피하면, 정상적으로 세금과 인건비를 부담하는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개 입찰에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고, 법규를 준수하는 업체는 일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비지는 관련 보도 이후 일부 건설업 관계자들로부터 비슷한 입찰 가격을 제시한 업체들 가운데 유독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공사를 따낸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문제가 단순히 범죄조직을 단속하는 차원을 넘어 뉴질랜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불법적인 비용 절감이 경쟁의 기준이 되면 정상적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공정한 경쟁 질서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현금 임금 지급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착취당할 위험도 제기됐다. 고용 기록과 임금 지급 내역이 제대로 남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았는지 확인하거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건설업계도 관리·감독 강화 추진

건설업계는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마스터 빌더스(Master Builders)를 비롯한 업계 단체들은 회원사에 공사 현장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과 하도급업체를 확인하고, 계약과 거래 내역을 점검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새비지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현금 임금을 통한 자금세탁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전국 단위의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건설업체가 계약 상대방과 하도급업체의 신원, 실제 사업 운영 여부, 자금 흐름 등을 보다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서와 회계 기록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입찰 가격이나 불투명한 현금 거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조직범죄 집단이 합법적인 산업의 구조와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악용해 범죄 수익을 감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의 수사와 업계의 자율적인 관리 강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금세탁의 전체 규모와 관련 업체들의 범위를 파악하는 데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뉴질랜드 건설업계가 범죄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회복할 수 있을지, 향후 수사 결과와 전국 단위 관리 체계의 실효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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