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왜 아직도 시계를 바꿀까?

9월 27일 새벽 2시, 시계를 한 시간 앞으로
잃어버리는 한 시간, 얻는 것은 무엇일까?
서머타임(Daylight Saving)이 다시 시작된다.
2026년 9월 27일 일요일 새벽 2시가 3시로 바뀐다. 즉, 이날은 평소보다 한 시간을 덜 자게 된다. 현행 제도는 매년 9월 마지막 일요일에 서머타임을 시작해 다음 해 4월 첫 일요일에 끝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자동으로 시간이 바뀌는 기기가 많아졌지만, 자동차 시계나 전자레인지, 오븐, 벽시계 등은 여전히 직접 맞춰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단순히 시계 한 칸을 움직이는 이 익숙한 연례행사는 생각보다 긴 역사와 논쟁을 갖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낮 시간을 늘리는 것’
서머타임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겨 아침에 일찍 시작되는 햇빛 한 시간을 저녁 시간대로 옮겨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햇빛이 더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그대로지만,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와 밝은 시간이 더 많이 겹치도록 시계의 숫자를 바꾸는 것이다.
여름 저녁이 길어지면서 퇴근 후 운동이나 야외활동, 바비큐, 쇼핑, 관광 등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서머타임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뉴질랜드 정부도 2007년 서머타임 기간을 현재와 같은 형태로 확대하면서 여름철 저녁시간의 야외활동과 레저 기회를 늘리는 효과를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그런데 한 시간의 변화가 몸에는 작지 않다
문제는 사람의 몸이 벽시계처럼 즉시 시간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9월에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에 따라 며칠 동안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고 아침에 졸음이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출근이나 등교를 위해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오클랜드대학교 연구진이 뉴질랜드의 2005~2016년 사고 관련 자료 약 1260만 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서머타임 시작 직후 교통사고 관련 사고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 일요일에는 사고율이 약 16%, 월요일에는 약 12% 높아졌으며, 이후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도 약 6%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나 아침 시간대의 어두운 환경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서머타임이 시작되는 첫 며칠 동안은 특히 운전할 때 평소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머타임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뉴질랜드인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서머타임 아이디어의 역사에는 뉴질랜드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곤충학자였던 조지 버논 허드슨(George Vernon Hudson)은 1895년 웰링턴 철학협회에서 계절에 따라 시간을 조정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우체국에서 교대근무를 하던 허드슨은 퇴근 후 곤충을 채집할 수 있는 밝은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영국의 윌리엄 윌렛(William Willett) 등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서머타임 논의가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뉴질랜드는 1927년 처음 도입
뉴질랜드가 실제로 서머타임을 시행한 것은 1927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1927년에는 여름철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1928년부터는 한동안 30분 앞당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전쟁 시기에는 시간이 다시 크게 조정됐고, 전후에는 제도가 사라지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에 다시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서머타임이 부활했다.
현재와 같은 기본적인 일정, 즉 9월 마지막 일요일 시작, 4월 첫 일요일 종료는 2007년 제도 확대 이후 정착됐다.
“농부들을 위한 제도”라는 것은 사실일까?
서머타임에 대해 흔히 듣는 오해 가운데 하나가 농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농업계에서는 오히려 서머타임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농장에서는 사람의 시계보다 햇빛과 가축의 생체 리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에게 “오늘부터 서머타임이니까 한 시간 일찍 일어나자”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착유와 사료 공급, 운송 등 일정이 정해져 있는 농업에서는 시계가 한 시간 바뀐다고 실제 작업환경의 일출·일몰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의 서머타임 역사에서도 농업계의 반대와 불만은 여러 차례 등장했다.

뉴질랜드만 시계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서머타임을 시행하는 것도 아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와 북미 일부 지역, 호주 일부 주 등이 서머타임을 시행하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많은 국가는 시행하지 않는다.
호주 역시 주마다 다르다.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태즈메이니아, 남호주, ACT 등은 서머타임을 시행하지만 퀸즐랜드, 서호주, 노던테리토리는 시행하지 않는다.
즉, 호주로 여행할 때도 지역에 따라 뉴질랜드와의 시차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냥 없애지 않을까?
서머타임 폐지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수면 부족, 생활 리듬 변화, 교통사고 위험 등 사회적 비용을 지적한다.
반면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긴 여름 저녁시간, 레저와 스포츠 활동, 관광 및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측면을 강조한다.
하지만 서머타임을 없애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만약 뉴질랜드가 서머타임을 영구적으로 유지한다면 여름 저녁은 더 밝겠지만 겨울 아침이 훨씬 어두워진다.
반대로 표준시를 1년 내내 유지하면 겨울 아침에는 해가 일찍 뜨지만 여름 저녁에는 지금보다 일찍 어두워진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햇빛을 늘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햇빛을 사람들의 생활시간과 어떻게 맞출 것이냐에 있다.
이번 일요일, 한 시간 뒤로 돌리세요
2026년 9월 27일 일요일 새벽 2시가 되면 뉴질랜드 시간은 3시가 된다.
토요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동으로 조정해야 하는 시계가 있다면 미리 맞춰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자동차, 오븐, 전자레인지, 벽시계와 같은 기기를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서머타임 시작 전 며칠 동안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고, 첫 며칠간은 아침 운전이나 장거리 운전에서 평소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오클랜드대학교 연구진 역시 서머타임 시작 전후 충분한 수면과 운전 시 주의를 권고했다.
시계는 단 한 시간 움직인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 한 시간을 따라가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9월 27일, 한 시간을 잃는 대신 더 긴 여름 저녁을 얻게 되는 날.
올해도 뉴질랜드의 시계는 다시 한 번 앞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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