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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홍도야 울지 마라


물신주의에 매몰된 현대다. 어느 경우엔 인간의 생명이 한낱 물체로만 보이기 일쑤다. 대죄를 저질러 놓고도 법을 무시하며 두더지 같이 비겁하게 숨어버리는 지난날 세월 호 참사 사건만 해도 그렇잖은가.

 

십 여 년 전 많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진도 팽목항 앞바다의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새삼 절감해서이다. 이 비통한 세월 호 참사를 지켜보며 그 사고 이면엔 온갖 비리와 탐욕이 자라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 같아 분노마저 치밀었다. 승객 수 보다 배에 실은 화물 무게가 더 무거웠다. 이로보아 세월 호는 출발 전부터 이미 사고를 안고 있었던 것 아닌가.

 

사고 회사 대표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또한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긴 앞서 간 분들의 자조 섞인 교훈처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누구를 보고 이를 한탄하랴. 사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잖은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도덕 따윈 안중에도 없이 살아온 듯하다. 지난날 세월 호 참사에서 우리들의 지난 삶을 새삼 반추反芻해 본다.

 

하긴 '요즘 세상에 뭐 그런 것을 지키고 사느냐?' 이것이 작금昨今의 평상 생활 원칙이기도 했다. 이뿐인가. 출세를 위해선 줄을 잘 잡아야 하고, 부를 위해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비 양심을 소유해야 하는 소위 한심스러운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급기야는 남녀의 결혼관도 놀라우리만큼 변했다. 서로간의 사랑은 뒷전이다. 오로지 부富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아무리 돈이 '모든 문을 여는 열쇠'라고 하지만 인륜지 대사인 결혼조차도 장삿속으로 이윤을 따지는 세상이다.


이에 아직 미혼인 두 딸을 둔 필자로선 어느 사윗감을 고를지 고민이 크다. 돈이라면 죽어서 관속에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세상이고 보니, 사람답게 산다는 도덕 따위의 덕목은 지나간 이야기에 불과해서이다.

 

이런 세태 풍조는 요즘만이 아니었다. 심금을 울려 많은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 어느 영화 한 편이 현 세태를 대변하잖은가. 오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생이 되었다는 홍도는 그의 오빠 친구 영호와 사랑에 빠져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


그러나 남편이 외국 유학을 떠나자 시어머니의 계략에 홍도는 끝내 시집에서 쫓겨난다. 이 틈을 타 유학에서 돌아온 홍도의 남편 영호는 부잣집 딸과 약혼을 하기에 이른다. 이에 격분한 홍도는 약혼식장으로 달려가 부잣집 딸을 칼로 찌른다. 이때 달려온 경찰관이 홍도 오빠다.

 

그리하여 자신의 여동생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운다는 옛 영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일명 '홍도야 울지 마라'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한 '홍도야 울지 마라' 이 곡과 내용이 왠지 서럽게, 서럽게 요즘 따라 귓전을 때리고 가슴에 젖어든다.

 

'사랑을 팔고 사는 꽃바람 속에/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등불/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구름에 싸인 달을 너는 보았지/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하늘이 믿으시는 내 사랑에는/구름을 걷어주는 바람이 분다' <중략>

 

한낱 수십 년 전의 신파극 주제곡이나 언제 불러도 가슴 뭉클해지는 유행가이다. 이런 노래가 불리지 않는 세상에서 진정 살 수는 없을까. 이즈막 세태를 들여다보면 '신神은 천상天上의 신이요, 돈은 지상地上의 신'이란 말이 맞는 성 싶다.


물질 때문에 부모 형제 가슴에 칼끝을 들이 대는 세상이 아니던가. 아무리 인간이 욕괴(慾塊)라고 하지만, 설령 욕망의 덩어리일지언정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사람보다 돈이 우위를 차지하는 세상은 탁류가 넘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기 마련 아닌가.

 

돈이 지닌 위력이 '만물의 척도'라고 흔히 말하지만 어찌 인간만큼 귀하디귀하랴. 돈은 인간 삶에 자유 및 복지, 풍요의 수단이긴 하다. 이런 돈이 한편으론 인간을 파멸 시키는 원인도 된다. 돈을 얻기 위하여 양심을 저버리고, 친척 및 친구에게 등을 돌리는가하면, 신의를 짓밟고 명예를 헌옷 벗듯이 벗어던지기도 하잖은가.

 

어디 이뿐인가. 자신의 영혼마저도 헐값에 팔고 칼부림을 하는가 하면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돈 몇 푼 때문에 평생 쌓아온 자신의 업적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성경은 이를 경계 하여 '금전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디모데후서 6장 10절'라고 이를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세상, 물질 여부로 사람 됨됨이의 잣대로 삼지 않는 세상은 정녕 상상 속의 세상이란 말인가.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앞당기는 일은 배금주의拜金主義 사상에 물들지 않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만능열쇠인 돈의 악惡과 해害를 줄이는 일이다. 이 일에 묘책은 따로 있다. 돈을 가장 가치 있게 쓰고 버는 일을 고뇌해야 한다. 그것은 곧 사회에 선善을 실천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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