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들꽃 닮은 여인
- Weekly Korea EDIT
- 10월 24일
- 3분 분량

몇 해 전 사석에서 일이다. 누군가 허영심 강한 여인을 일러 ‘걸어 다니는 아파트'에 비유했다. 그러자 좌중 사람들이 적합한 표현이라고 동조한다. 이 말에 새삼 지인을 떠올렸다. 하다못해 헤어밴드, 머리핀마저도 외제를 착용하는 그녀다.
개 당 칠 십여 만 원 짜리 외제 머리띠를 비롯, 성형외과에서 주기적으로 받는 미용 시술 비용 및 전신 마사지비가 일 년이면 몇 백 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한 때 모피가 유행할 땐 그녀가 걸친 외투가 수 천 만원 가까이 호가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또한 구두, 스타킹, 속옷도 명품이란다.
어디 이뿐이랴. 시계, 다이아몬드 반지, 귀걸이, 브로치 등 장신구는 물론, 몰고 다니는 자동차도 전부 외제이자 명품이었다. 그야말로 지인이 지닌 모든 물품을 현 시가로 어림잡아 계산해 본다면 서민들이 사는 소형 아파트 가격에 버금가는 액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듯하다.
남편은 필자 생일에 의외의 선물을 주었다. 수백 만 원을 호가 하는 일명 명품 핸드백이었다. 그것을 받은 후 언젠가 백화점에서 흰 장갑을 끼고 진열대에서 조심스레 가방을 다루던 매장 직원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혹여 핸드백에 흠결이라도 입힐까봐 마치 아기 보살피듯 조심스레 물건을 다루는 매장 직원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명품 가방을 들고 바깥출입이 자유로울까?' 라는 우려가 일었다.
명품 핸드백은 왠지 만만하지 않다. 고가의 가방이라서 행여 눈, 비에 젖을까봐 신경이 쓰여서다. 또 있다. 너무 분에 넘치는 가방이란 생각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품도 질 좋고 디자인도 예쁘잖은가. 또한 가격도 중, 저가라서 별반 부담스럽지 않은 제품이 전부다. 그럼에도 굳이 외제를 선호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희소성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지닐법한 물건이라면 이토록 명품을 애호하진 않을 듯하다. 물론 명품이라는 낱말의 의미가 지닌 높은 품질과 물건에 깃든 장인 정신을 비롯 오랜 전통만큼은 부인 할 순 없다. 하지만 서민들은 꿈조차 꿀 수 없는 비싼 가격의 제품이다. ‘이것을 지녀야만 꼭 자신이 돋보일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너무 시대에 뒤떨어질까? 심지어 일부 젊은이들은 카드빚을 내서라도 명품을 산다고 하니 왠지 걱정스럽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생일 선물을 반품 했다는 말을 친구에게 하자 그녀는 이런 말을 해온다. 미혼인 딸이 아직 있는데 상견례 시 친정어머니 될 사람이 명품 핸드백 없이 대면하면 상대방이 업신여긴다고 했다.
친구의 말에, “명품으로 혼사를 정한다면 그런 집안하고는 사돈 맺을 마음 없다” 라고 답했다. 며느리 삼을 당사자만 반듯하면 되잖은가.
결국 친구의 말을 유추해보면 결혼 조건으로서 상대방 인성 및 집안 법도나 부모 인품을 살핀다기보다는 지닌 부의 여부를 잣대로 삼는다는 뜻 아닌가. 결혼이 무슨 장삿속도 아니련만 이런 현실이라면 참으로 입맛이 씁쓸하다.
유독 우린 남에게 보여주는 일에 길들여졌다. 항상 우린 자신의 본질인 ‘자아’를 응시하기보다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고나 할까. 이 때문인지 한 때 사회문제가 되었던 과다 혼수 및, 호화 분묘, 호화 결혼식 등도 모두 타인 눈을 의식한 분수에 맞지 않는 허례 허식이였다.
우리나라 물품도 외국 산에 비하여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지난날 국산품이 다소 품질 및 내구력이 외국산에 비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현대엔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국산제품이 외국인들에게 인기리에 팔리고 있잖은가.
이로보아 명품만이 능사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명품이 사람마저 기품 있게 만들진 않는다. 명품이 무색할 일이 있었다. 며칠 전 일이다. 어느 여인의 몰지각한 언행을 목격했다. 폐지 줍는 노인의 손수레에 의하여 접촉 사고를 당한 외제차다. 이 때 운전자인 여인이 노발대발 언성을 높이며 노인께 삿대질까지 하는 게 아닌가. 당시 여인은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교양 없는 언행에 의하여 외양마저 추해 보였다.
반면 그 옆엔 걸음을 멈추고 땅에 떨어진 종이박스를 말없이 할아버지 손수레 위에 주워 담아주는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여인도 있었다. 외제 자동차 운전자보다 할아버지를 돕는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이 흡사 길섶에 피어난 소박한 들꽃처럼 비쳤다. 그 모습에 반하여 한참을 서서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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