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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아직도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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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언행을 성 신호 性 信號에 비유한 낱말이 있다. ‘교태를 부린다’를 비롯 ‘꼬리를 친다’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여인의 성적 상징성에 적합하다할 말은 “꼬리를 흔들다”가 아닐까 한다. 사실 인간에게 꼬리는 없다. 하지만 이규태 글 ‘히프의 한국학’의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그네를 뛸 때 앞으로 나갈 즈음 척추의 맨 아래 부분이 새큼하게 저려 오르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 때 엉덩이의 갈림목이 시작되는 척추 맨 아래 부분이 꼬리가 달렸던 부위란다. 그네를 뛸 때 이곳이 저려오는 것은 없는 꼬리지만 본능적으로 추락을 방지하려고 뭣인가를 잡으려다가 실패한 데서 느끼는 동물적 경련이라고 그는 언술했다.


그래서인지 “꼬리를 흔든다”라는 말로 인체에도 없는 부위에 애먼 하게 여인의 성적 상징성을 빗대고 있다. 하긴 여인의 화장술도 실은 남성 사랑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구순九旬 할머니도, “젊었을 때 빼어난 미인이셨을 것 같아요” 라고 치켜세워주면 갑자기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다. 그래 치매를 앓는 친정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비법으로 이를 인용하기도 한다.


흑백 사진이 들어 있는 사진첩을 들추며 어머니로 하여금 젊은 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드리는 게 그것이다. “엄마! 이 땐 복사꽃처럼 참 예쁘셨어요.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심 남자 선생님들이 침을 흘리며 엄마를 바라보곤 했었어요” 이런 말을 하면 어머니는 이 순간만큼은 모처럼 만면에 가득 웃음을 머금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성에게 예쁘다는 말만큼 강력한 자아도취 제는 없는 듯하다. 이로보아 연령에 관계없이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도 여자로서 성적 매력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란 생각이다.


성적 상징성은 예술에도 여과 없이 표출 되곤 한다. 1940년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가 그린 ‘용을 죽이는 성 게오르 기우스’만 살펴봐도 프로이트적 시각이 반영된 작품으로서 나체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엔 성 게오르 기우스가 구출한 공주가 현대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여인은 붉은 융단 위에 황홀경에 빠진 모습으로 앉아있다. 그리곤 그 옆엔 성 게오르 기우스가 기사 복장차림으로 말을 타고 창으로 용을 죽이는 모습도 화폭에 담겼다. 여인이 꿈속에서 본 인물인 성 게오르 기우스는 남근男根의 상징으로써 날카로운 창을 지녔다. 그가 강한 남성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성 게오르 기우스는 용의 붉은 혀를 창으로 찌르고 있다. 여기서 용의 붉은 혀는 여인 음문陰門을 암시 한다. 여인이 깔고 앉은 붉은 천도 성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주름을 많이 잡히게 붓질을 했는데 이 역시 여성의 생식기를 의미한다.


이 그림에서 핵심적 포인트는 나체 여인의 표정과 용의 붉은 혀를 창으로 찌르는 성 게오르 기우스의 모습이다. 이는 작가가 성적 상징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려 애쓴 게 역력하다. 이로보아 여인이 지닌 관능성이 주제가 되어 명화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보편적으로 여인이 지닌 성적 매력을 폄하하기 예사다.


개인적으로 다소 듣기에 불편한 말이 ‘꼬리를 친다’이다. 강아지의 경우 주인이 쓰다듬어주면 꼬리부터 흔들며 의사 표현을 한다. 동물들도 암 붙이 의사를 꼬리로 보낸다. 인간 행동학의 연구로 유명한 데스몬드 모리스 저서 ‘벌거숭이 원숭이’ 에서 인간 행동을 원숭이 행위를 통하여 분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원숭이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 상대를 향한 구애 행위란다.


여인들은 자신의 성적 상징성을 복장으로써 한껏 부각시켜 이성을 유혹 하기도 했다. 17세기경 프랑스 궁정에서 데코르테 아래 착용하는 옷인 코르셋을 고안, 귀부인들의 종 모양 드레스 착용을 도왔다. 덕분에 당시 여인들은 이 드레스를 입음으로써 자신의 섹스 심볼을 마냥 과시 할 수 있었다.


이렇듯 퇴화된 꼬리의 대용물로 복장을 선택하는 측면에 비쳐볼 때 여인이 부리는 요염을 일러, “꼬리를 친다”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닌 성 싶다. 그러고 보니 젊은 시절과 달리 나의 꼬리는 이제 그 형체가 선명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흔들 수 있는 꼬리가 몇 개쯤은 가슴 속에 남아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때론 삶을 살며 헛된 착각도 필요하다면 서러운 자위만은 아닐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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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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