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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겨울의 낭만은 삿포로지


겨울 인기 여행지를 꼽는다면 단연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다. 눈부신 하얀 설경은 물론이고 라멘, 초밥, 털게 등 미식가들을 사로잡을 음식까지 매력이 다양하다. 코로나19로 3년간 억눌렀던 국외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러 3박4일간 삿포로에 다녀왔다. 다시 여행이다.

인천에서 3시간 거리인 삿포로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하코다테, 오타루, 비에이 등 주요 관광도시로 가기 위한 교통 거점이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쾌속 열차를 타면 삿포로 역까지는 약 40분, 오타루 역까지는 약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보통 삿포로 여행을 계획하면 삿포로 시내와 오타루 관광을 빼놓지 않는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삿포로 동북쪽의 비에이로 가는 하루짜리 버스투어를 신청해 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등을 보고 오거나 삿포로 근교 조잔케이나 남쪽 노보리베츠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우리 여행은 오타루-삿포로-노보리베츠-삿포로 순으로 일정을 짜서 움직였다. 삿포로 여행은 먹는 즐거움으로 시작했다. 일본 3대 라멘(하카타·삿포로·기타가타)에 꼽힐 만큼 삿포로는 미소(일본식 된장) 라멘이 유명하다. 신치토세공항 안에 라멘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


삿포로 여행객들의 후기에서 빠지지 않던 콘버터라멘이 궁금해 공항에서 바로 맛봤다. 성게알, 게살 등의 해산물과 옥수수, 버터를 얹은 라멘의 맛은 취향 저격. 다만 삿포로 미소의 특징인지 청국장 같은 구리텁텁한 향이 좀 거슬렸다. 요식업 전문가인 백종원식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유.”

오타루에 도착해 숙소에 짐만 던져두고 오타루 운하로 달려갔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 초기까지 유통의 중심이었다는 오타루는 운하를 중심으로 옛 건물이 남아있다.

창고였으나 지금은 카페나 공방 등으로 사용되는 건물들이다. 파란색 엘이디(LED) 조명으로 반짝이는 운하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11월에도 몰아치는 눈보라가 겨울 여행다운 운치를 더했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오타루 여행에 나섰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 만화 <미스터 초밥왕> 등의 배경이 된 곳답게 멋과 맛 뭐하나 놓치지 않았다.


오타루 역 근처 삼각시장에서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으로 먼저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걸어서 사카이마치도리 상점가로 이동해 지역특산품인 유리공예 제품을 파는 공방과 유명한 디저트 가게(르타오, 기타카로 등)들을 지나 목적지인 오르골당에 들렸다.


기념품 가게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르골 역사, 세계 각국의 오르골 등 다양한 종류의 볼거리가 가득했다.


들어가면 안 살 수 없는 오르골의 세계를 빠져나오니 공방 앞 높이 5.5m의 시계탑이 때마침 증기를 내뿜으며 음악을 연주했다. 15분마다 5음계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시계탑은 지나던 사람들의 발길을 예외 없이 붙들었다.

오타루에서 다시 쾌속 열차를 타고 삿포로로 이동했다. 삿포로 여행의 시작도 뱃속부터 채웠다. 꼭 먹어야 한다는 수프 카레는 파는 곳이 많아 아무 가게나 들어가 주문했는데도 “오이시(맛있다)” 소리가 절로 났다.


큼지막하게 잘라 구워낸 채소의 맛이 좋아서 카레가 유명해진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채소들이 달큰했다. 홋카이도가 감자, 옥수수, 멜론 등 농산물이 유명하다더니 눈 쌓인 풍경뿐 아니라 음식 맛까지 강원도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삿포로 여행에서 삿포로 맥주를 빼놓을 수 없는 법. 아케이드 형태로 쭉 연결된 다누키고지 상점가, 쇼핑센터인 삿포로 팩토리 등 시내 구경을 하며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들렀다.


홋카이도 한정판이라는 클래식 맥주를 포함한 유료 샘플링 3종을 맛봤다. 꿀꺽꿀꺽, 시원했다.

홋카이도는 해가 빨리 진다더니 오후 5시에도 제법 깜깜했다. 차로 10여분 남짓 거리인 숙소로 돌아갈 땐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비가 비싸다는 소문은 사실(기본료가 약 7천원)이었고, 맥주는 굳이 박물관까지 찾아가 마셔야 했을까 미터기를 보며 생각했다.

일정 중 하루는 렌터카를 빌렸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부처의 언덕에 다녀오기 위해서다. 삿포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마코마나이 다키노 묘지 입구에는 모아이 석상이 일렬로 세워져 장관을 이뤘다.


부처의 언덕은 묘지 안쪽에 들어가자 보였다. 키 13.5m인 불상이 놓인 콘크리트로 세운 사당은 실제로 보니 경이로웠다. 천장이 없는 구조라 불상 머리 위로 햇빛이 비치니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당 바깥에서 보면 언덕 위로 튀어나온 불상의 머리 위쪽만 보인다. 겨울인 지금은 하얀 눈이 언덕을 덮지만 여름에는 보라색 라벤더 꽃이 한가득 피며 절경을 선사한다. 발자국 하나 없는 드넓은 설경까지 즐기고 이번엔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으로 향했다.

도깨비가 상징인 지옥 계곡은 유황 온천물이 산 정상에서 흘러내렸다. 유황 냄새가 심하지 않아 온천수가 끓고 있는 지점까지 놓인 산책로를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화가 난 붉은 가면으로 얼굴이 바뀌는 염라대왕 사당도 눈길을 끌었다.

삿포로 여행의 마지막 밤은 오도리 공원에서 보냈다. 조명 쇼인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와 뮌헨과의 자매도시 기념으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이달 25일까지 열리는데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나흘 동안 내리는 눈은 지치기보다 황홀했고, 편의점 음식부터 비싼 털게, 양고기(징기스칸) 요리들은 포만감과 행복함을 함께 줬다.


삿포로 여행만 다섯 번이나 다녀왔던 지인이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찾게 된다”더니 왜 겨울 여행 하면 삿포로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밤이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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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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