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슨 총리 “호주인일 뿐”… 추방 논란에 선 긋기

뉴질랜드 출신 네오나치 활동가 토마스 수월(Thomas Sewell, 32)을 둘러싼 추방 논란이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에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총리는 “그는 호주 시민일 뿐”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최근 멜버른에서 열린 반이민 집회 이후, 약 40명의 남성이 원주민 시위 캠프를 폭력적으로 습격했는데, 수월도 그 무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폭행, 난동, 폭력행위 등 25개 혐의로 기소됐다.

호주 내에서는 수월의 추방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이미 91,000명 이상이 서명했지만, 럭슨 총리는 “그는 호주 시민이고, 끔찍한 인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호주가 처리하도록 두겠다”고 선을 그었다.

수월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호주로 이주해 호주와 뉴질랜드 이중 국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주에서 그를 뉴질랜드로 추방하는 절차는 간단치 않다.

호주 시민권법(Citizenship Act)은 이중국적자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지만, 이는 반역, 간첩, 테러, 폭발물 범죄 등 극히 중대한 범죄에 한정된다. 또한 법원에서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고, 해당 범죄가 호주에 대한 ‘충성의 거부(repudiation of allegiance)’로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일반 범죄 혐의로는 시민권 박탈이 쉽지 않으며, 수월 사건은 통상적인 ‘501조 추방’(비호주 시민 범죄자의 강제송환)과는 다르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는 이번 사건을 두고 “끔찍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수월은 최근 빅토리아 주총리 자신타 앨런(Jacinta Allan)의 기자회견을 난입해 욕설을 퍼붓는 등 공개석상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앨런은 이후 SNS에 “기자회견에서 네오나치를 직접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밝히며 충격을 전했다.

그간 호주는 뉴질랜드 출생자들을 대규모로 추방해 양국 관계에 긴장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로, 호주 사회가 ‘뉴질랜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수월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럭슨 총리는 자국 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호주가 처리할 문제”라고 거리를 두었지만, 향후 호주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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