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2강 깨기 놓고 정치권 충돌

국민당의 Foodstuffs 분리 추진에 ACT 반발
노동당은 도매 분리·가격폭리 금지 제안
뉴질랜드의 높은 식료품 가격과 슈퍼마켓 경쟁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선거를 앞두고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당이 Foodstuffs의 사업구조를 분리해 Pak’nSave와 New World·Four Square를 별도의 전국 체인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ACT당과 노동당도 각각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현재 식료품 소매시장은 Woolworths New Zealand와 Foodstuffs 계열이 합쳐 전국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2026년 6월 발표된 상무위원회(Commerce Commission) 보고서에서도 두 대형 사업자가 전국 소매시장의 80% 이상을 계속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슈퍼마켓 시장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식료품 가격과 선택권뿐 아니라 중소 식품업체와 투자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정책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당 “Foodstuffs를 두 개 경쟁 체인으로”
국민당은 재집권할 경우 Foodstuffs를 구조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상은 Pak’nSave를 별도의 전국 체인으로 분리하고, New World와 Four Square를 하나의 전국 체인으로 묶는 것이다. 여기에 Woolworths New Zealand가 경쟁자로 남게 되면 전국적으로 세 개의 주요 슈퍼마켓 그룹이 경쟁하는 구조가 된다.
다만 국민당은 곧바로 분리를 강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무위원회가 6개월 동안 해당 구조가 소비자에게 순편익을 가져오는지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상무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실제 시행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은 경쟁이 강화되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가격 경쟁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니콜라 윌리스 재무·경제성장 담당 대변인은 뉴질랜드의 슈퍼마켓 경쟁이 충분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취지로 정책을 설명했다.
또한 국민당은 구조개편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CT 시모어 “규제가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어”
그러나 ACT당 대표 데이비드 시모어는 국민당의 계획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시모어 대표는 슈퍼마켓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 자체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산업의 시장구조를 정부가 직접 개편하는 것이 실제로 소비자 가격을 낮출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뉴질랜드처럼 인구가 적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와 기업이 시장 진입을 결정할 때 규제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시모어 대표는 또 국민당 의원 일부가 당의 슈퍼마켓 분리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며 ACT에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럭슨 국민당 대표는 의원들이 정책에 대해 우려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정상적인 당내 논의 과정이라면서도, 당 차원에서는 해당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oodstuffs “비용과 효과를 따져봐야”
정작 분리 대상이 될 수 있는 Foodstuffs 측에서도 정책의 비용과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Foodstuffs North Island의 크리스 퀸 최고경영자는 소비자들이 구조개편으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절감 효과가 언제 나타나는지, 구조개편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 것인지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슈퍼마켓을 실제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회사 이름이나 브랜드를 나누는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와 물류, 공급계약, 유통망, IT 시스템, 직원과 자산 등 다양한 운영체계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가 실제 정책 시행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노동당은 ‘도매시장 분리’ 카드
노동당 역시 슈퍼마켓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해법은 다르다.

노동당은 Foodstuffs와 Woolworths의 도매사업을 소매점 사업에서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도매업체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소규모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이 대형 슈퍼마켓 계열사에 의존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경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노동당의 설명이다.
노동당은 이와 함께 식품 등 필수품에 대한 ‘가격폭리(price gouging)’를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의 설명에 따르면 상무위원회의 2022년 시장조사에서 대형 슈퍼마켓의 경쟁구조와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노동당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강력한 가격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격폭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가격 수준이나 이윤을 의미하는지, 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실제 제도 설계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상무위원회는 이미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
이번 정치권 논쟁은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상무위원회는 2022년 뉴질랜드 식료품 소매시장에 대한 시장조사를 실시한 뒤 Woolworths와 Foodstuffs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무위원회는 새로운 경쟁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 소규모 사업자가 성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적절한 매장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경쟁력 있는 도매 공급에 대한 접근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후 뉴질랜드 정부는 식료품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규제체계를 도입했고, 상무위원회가 식료품 시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최근 보고서에서도 대형 슈퍼마켓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다. 2026년 6월 상무위원회는 규제 개혁이 시행되기 시작했지만 시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이 관건
슈퍼마켓 구조개편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하나다.
“그래서 장을 보는 소비자의 지출이 실제로 줄어드는가?”
기업을 분리하면 경쟁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구조개편 자체에도 비용이 발생한다. 반대로 현재와 같은 시장구조를 유지할 경우 기존의 경쟁 부족 문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 접근성, 상품 종류, 할인과 프로모션, 온라인 쇼핑, 지역별 가격 차이 등도 중요한 경쟁 요소다.
상무위원회 역시 2025년 보고서에서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있으며, 대형 슈퍼마켓의 전국 시장점유율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최근 몇 년 사이 Pak’nSave의 점유율이 증가하고 Woolworths의 점유율이 감소하는 등 시장 내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교민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정책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슈퍼마켓 경쟁 문제는 정치권의 정책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쌀과 김치, 라면, 두부 등 한국 식품부터 육류와 채소, 유제품, 생활용품까지 슈퍼마켓은 대부분의 가정이 매주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이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구조개편에 따른 비용과 불확실성이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인지는 향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민당의 Foodstuffs 분리안은 상무위원회의 검토라는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돼 있고, 노동당은 도매사업 분리와 가격폭리 규제를 제안하고 있다. ACT는 이러한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투자와 혁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슈퍼마켓 경쟁정책은 ‘대형 슈퍼마켓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넘어, 소비자 가격·중소사업자·공급업체·투자·시장 경쟁을 어떻게 동시에 개선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상무위원회의 평가와 각 정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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