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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자만 연금지급?…이민사회 충격

2시간 전
4분 분량
Kelly Feng, chief executive at Asian Family Services.
Kelly Feng, chief executive at Asian Family Services.

  • “수십 년 세금 내고 살아도 시민권 없으면 연금 못 받아”…이민자·전문가들 강력 반발

 

NZ 퍼스트(NZ First) 당이 2029년부터 뉴질랜드 시민권자에게만 NZ Superannuation(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민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윈스턴 피터스 NZ First 대표는 지난 일요일 해밀턴에서 열린 공개회의에서 인구 고령화와 NZ Super 비용 증가에 따른 납세자의 부담을 이유로 이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는 시민권 여부가 아니라 뉴질랜드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NZ Super 수급 자격의 핵심이다. 따라서 영주권자와 일부 레지던트 비자 소지자도 정해진 거주기간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NZ Super를 받을 수 있다.


 

NZ First의 새로운 공약이 시행될 경우 이민자들은 장기간 뉴질랜드에서 거주하고 일하며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노후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피터스 대표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NZ Super에 필요한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평생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세금을 낸 사람들과 비교해,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세금을 낸 사람이 동일한 노후연금을 받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민자들과 전문가들은 시민권을 기준으로 연금 수급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기존 뉴질랜드 복지제도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십 년 뉴질랜드에 살고 세금 냈는데…”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소피 리우 씨는 NZ First의 정책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인 리우 씨는 뉴질랜드에서 10년 이상 거주했으며 시민권 신청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아직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민권을 취득하면 중국 국적과 관련해 가족 및 개인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뉴질랜드 시민권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우 씨는 많은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 본국의 연금제도에 대한 기여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뉴질랜드를 노후생활의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 일하면서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한 사람이 은퇴할 시점에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NZ Super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반문했다.

 

특히 중국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시민권 취득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가족과 재산, 본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영주권자는 임시 방문객이 아니다”

Asian Family Services의 켈리 펑 최고경영자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펑 CEO는 시민권 여부만으로 NZ Super 수급 자격을 결정할 경우 일부 이민자 가정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건강 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단순히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자선단체, 의료서비스와 응급서비스 등 사회 전체로 비용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주권자는 일시적으로 뉴질랜드를 방문한 사람이 아니라 오랜 기간 이 나라에서 살면서 일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지역사회와 경제에 기여해온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펑 CEO는 따라서 연금 수급 자격을 결정할 때 시민권이라는 여권상의 지위보다 현재처럼 뉴질랜드에서 실제로 거주한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이민자들은 본국에 가족이나 재산, 사업 등 여러 가지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어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민자는 연금을 받기 위해 뉴질랜드에 온 것이 아니다”

Asian Network Incorporated의 비샬 리시 CEO 역시 NZ First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다.

 

리시 CEO는 해외 이주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연금 혜택을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가족을 키우고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장기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과거 숙련 노동자와 투자, 인력 등을 필요로 할 때는 이민자들의 경제적 기여를 환영했지만, 이들이 고령층이 된 뒤에는 부담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NZ First가 과거 영주권자의 투표권 제한도 주장한 점을 언급하면서, 영주권자들이 뉴질랜드 사회에서 세금과 노동으로 기여할 권리만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다.


 

전문가 “시민권 기준이 재정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근거 부족”

오클랜드대학교 경제학과 명예 부교수인 수전 세인트 존(Susan St John)은 현행 NZ Super의 거주기간 요건 자체가 이미 상당히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민권을 새로운 기준으로 추가한다고 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반드시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시민권을 취득해야만 NZ Super를 받을 수 있게 만들면 연금을 받기 위해 시민권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정부가 실질적인 재정 절감 효과를 얻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세인트 존 교수는 뉴질랜드의 보편적 노령연금 제도가 1970년대부터 평등주의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NZ Super는 근로기간 동안 충분한 연금 기여를 하지 못했거나 저임금 직종에서 일했던 사람 등이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거주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시민권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면 기존 제도의 근본적인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NZ Super의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면 시민권 여부보다는 고소득·고자산 은퇴자에 대한 세금이나 지원 방식을 조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민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매시대학교의 폴 스푼리 교수도 이번 공약이 단순한 연금제도 변경을 넘어 뉴질랜드의 이민정책 자체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가 이민자들에게 매력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였던 이유는 영주권을 얻은 뒤 시민권을 비교적 개방적으로 취득할 수 있고, 다른 국가의 시민권이나 여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권 취득 여부를 NZ Super와 직접 연결한다면 이민자들이 뉴질랜드 정착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푼리 교수는 NZ First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정책을 바꾸려는 것이라면 실제로 국민적·정치적 동의가 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사회도 주목해야 할 연금 공약

이번 정책은 아직 시행된 제도가 아니라 NZ First가 발표한 선거 공약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책이 추진될 경우 시민권을 아직 취득하지 않은 장기 영주권자와 레지던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본국의 국적법이나 가족관계, 재산 문제 때문에 뉴질랜드 시민권 취득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민자들에게는 단순히 “연금을 받으려면 시민권을 취득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NZ Super는 뉴질랜드 시민에게 주는 혜택인가, 아니면 일정 기간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사회에 기여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노후보장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NZ First가 2029년 시행을 목표로 내놓은 이번 공약이 향후 선거 과정에서 얼마나 큰 쟁점으로 떠오를지, 그리고 다른 정당들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이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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