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면 철이 사라진다”… 채텀 제도, 본토보다 50배 빠른 부식
- Weekly Korea EDIT
- 8월 16일
- 2분 분량
강풍·염분에 노출된 고립된 섬, 건축자재 수명 단축… "기존 기준으론 감당 안 돼"

채텀 제도에서는 평범한 건축 자재가 1년 만에 부식으로 사라진다. 이는 본토 내륙 지역보다 무려 50배 빠른 속도다. 그 원인은 바로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된 환경, 그리고 염분 가득한 강풍이다.
뉴질랜드 건축연구소(BRANZ)와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현재 사용되는 건축 자재들이 채텀 제도에서는 전혀 버텨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강풍과 바닷바람이 철을 먹어치운다”
채텀 제도는 뉴질랜드 본토에서 800km 이상 떨어진 남태평양 외딴섬이다. 바다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으며, 삼림이 개간되면서 바람을 막아줄 숲도 많이 사라진 상태다.
6대째 현지에 거주하며 보존국(Department of Conservation)과 함께 울타리 설치 작업을 23년간 해온 데니스 프렌더빌(Denis Prendeville)은 말한다.

“해안에 울타리를 세우면 7년이면 녹슬어서 무너져요. 일부러 두꺼운 철사나 금속끼리 닿지 않게 플라스틱으로 분리해서 설치하죠. 안 그러면 1년도 못 버팁니다.”
실험으로 입증된 '극단적 환경'
BRANZ는 채텀 제도 곳곳에 금속 시편(metal coupon)을 설치해 1년 동안 자연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mm 두께의 탄소강판(carbon steel)은 단 1년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동일한 자재가 뉴질랜드 내륙에서는 5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부식 속도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BRANZ에 따르면,
• 채텀 제도의 부식 속도는 유럽 해양지역 최고 수준의 2배,
• 뉴질랜드 본토 해안 중 가장 혹독한 곳인 오테랑가 만(Oteranga Bay)보다도 3배 이상 빨랐다.
기존 자재 기준, 현실과 안 맞는다
현재 뉴질랜드 건축 기준에서는 채텀 제도를 ‘Zone D’라는 고부식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BRANZ의 선임 과학자 Zhengwei Li는 이를 정면 반박한다.
“Zone D 기준으로 허용된 자재를 사용하면 조기 부식과 실패가 불가피합니다.”
현장 건축업자들, '스테인리스는 필수'
웰링턴에서 이주해온 건축업자 리스 와이첼(Leith Weitzel)은 “이 지역의 환경은 말 그대로 건축업계에 충격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지붕 처마 밑이나 외벽에 비에 씻기지 않는 철 구조물이 있으면, 몇 년 안에 녹슬기 시작한다”며,
“가능한 한 외부에는 해양용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그것이 유지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심지어 해양용 스테인리스조차도 티 스테인(tea staining)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인식, 비표준 자재로 인한 손해
채텀 제도에 설치되는 조립식 주택, 키트형 창고 등은 본토 기준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이 염분 많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이라는 사실을 업체에 설명해도, 결국 잘못된 못과 철물이 설치돼 문제가 생기죠.” – Leith Weitzel
이는 단순한 시공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 전역의 건축 기준이 일부 지역에 적용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요한 건, ‘적재적소의 자재 선택’"
BRANZ 팀장 안나 드 라트(Anna de Raadt)는 “이제 중요한 건 ‘적절한 자재를 적절한 장소에 쓰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다양한 자재를 실험하고, 채텀 제도 같은 극단적 환경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건축 자재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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