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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꽃잎의 달콤함과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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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가 인간에게 안겨주는 효용가치는 실로 크다. 남녀의 입맞춤이 사랑의 감정만 고조 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명과도 연계 된다면 지나치지 않으리.


현관에서 아내의 키스를 받고 출근하는 남성은 업무량도 배가(倍加) 된단다. 또한 학계 보고에 의하면 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이로보아 사랑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붉은색 여인의 달큰한 입술은 사랑의 꽃잎이요, 건강 지킴이나 다름없다.


이 꽃잎은 신비로움의 보고(寶庫)이자, 숭고한 사랑이 드나드는 문(門)이다 .이것에 의하여 인류 역사는 시작되었으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자애로움, 부덕을 갖춘 지난 어머니 말씀도 엄밀히 살펴보면 이 꽃잎이 열릴 때마다 이루어진 일이다. 많은 위인들을 양육한 것도 이 입술이 해 낸 일이다.


여인 없는 사랑이 어찌 존재하며, 훌륭한 자녀 양육 또한 어머니 없이 어떻게 이루어지랴. 최초의 학교는 가정이요, 훌륭한 교사는 어머니다. 그럼에도 남자들은 이토록 경이로운 여인 입술을 때론 성감대로만 착각하곤 한다. 오로지 남자 욕구에 순응 (順應 )하는 관문(關門)으로만 여길 정도다.

그럼에도 여인은 결코 그 값싼 인식에 굴하지 않았다. 평소 솔로몬 왕의 “현명한 사람의 입은 가슴에 있다”라는 말에 순응했다. 이런 지혜로운 여인이 지녀온 아름다운 항복 (降伏 )을 남정네들은 자신 가슴에 지피는 사랑을 불태우는 모닥불 정도로 수용하곤 하였다 .


여성이 쌓아온 순결, 그 고귀한 성(成)을 호시탐탐 함락하려는 남자와 달리, 여인은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로 외유내강 (外柔內剛 )을 지녔다. 빈한한 삶, 모진 역경에도 남자가 자신에게 쏟아 붓는 뜨거운 사랑만 갈구했다. 그 사랑이 변함없이 주어지면 한줄기 밝은 빛을 가슴 가득 머금은 채 삶을 영위 한다. 삶에 지친 여인이 내쉬는 한숨을 잠재우는 묘약이 때론 립스틱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들어가는 빛바랜 꽃잎에 붉은색 립스틱을 바를 때 여인은 새로이 화사한 꽃으로 피어난다.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은 한 떨기 장미다. 이로보아 꽃잎에 발라진 립스틱은 청춘의 도돌이표다 .비록 푸른 시절을 잃은 주름 살 투성이 얼굴이다. 하지만 꽃잎인 입술이 생기를 얻을 때, 가슴엔 사랑이 용암처럼 들끓는 것을 감지한다.


이것이 설령 서러운 자위가 될지언정 , 결코 사랑의 끈만큼은 목숨 다하는 날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 쓴다. 노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틀니로 함몰한 입술에 분홍빛 루즈 만 살짝 칠하여져도 비록 팔순 (八旬 )일지라도 환한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 할머니도 순간 아주머니로 거듭 부활하잖은가. 이는 가슴엔 식지 않은 사랑이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는 증표다. 오죽하면 노년 사랑을 표현한 영화 제목마저 '죽어도 좋아'일까.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운을 안겨주는 붉은 빛은 정열과 사랑을 품은 색채다. 사랑은 마술 아니던가. 각박하여 얼음장 같은 세상이련만, 사랑하는 사람 곁은 혹한 속 뜨끈한 전기장판과도 같다.


남녀 사랑 온도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리련만 애틋한 그리움, 배려가 인생사에 주성분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연유도 실은 남녀 애정 때문에 가능 했거늘, 사랑도 저울질 되는 세태라지만 그 본질은 청춘 남녀 가슴에 여전히 곱디고운 화석 (化石 )이 되었다.


하지만 사랑의 요소엔 환희와 희열만 내재 된 게 아니다.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채색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또 다른 오묘한 얼굴을 지녔다.


사랑이 지닌 아픔도 컸기에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탄생하게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스물 넷 청춘의 유부녀 마틸데를 사랑한 바그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지닌 고통을 이 음악극을 통하여 절절히 묘사 했잖은가.


시인 에드먼드 스펜서는 ‘어느 날 바닷가 모래 위에 그녀의 이름을 적었네’라는 시에서 모래 위에 적은 사랑하는 사람 이름을 파도가 허망하게 지웠다고 로맨스가 지닌 모래성을 통탄하기도 했다 .


인류가 생존하는 한 남녀 사랑은 불변이다. 뭐니뭐니해도 남녀 사랑 시금석 (試金石 )은 성적 매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 발산 여부 역시 여인 입술에 의해서다. 이 꽃잎에 발라진 립스틱은 잔 에뷔테른과 모딜리아니 이 두 사람이 나눴던 지고지순한 사랑의 표본이나 진배없다.

잔 에뷔테른이 모딜리아니가 지닌 빙벽 (氷壁 )의 사랑을 녹인 순애보가 그것을 여실히 증명하잖은가. 모딜리아니가 죽자 따라서 자신 목숨을 끊은 잔 에뷔테른이다 .사랑도 계산기로 두드리는 현대엔 상상도 못할 잔 에뷔테른의 애심 (愛心 )이다. 그러나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군가를 목숨처럼 사랑한 적 있던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이라도 따주고 싶었던 뜨거운 가슴을 지녔던 게 언제였던가. 다시금 거울 앞에 앉아 그동안 무심히 흐르는 세월 흔적을 지우기라도 할 양, 빨강색 립스틱을 꽃잎에 발라본다.


지난 세월이 앗아간 청춘이, 그리고 잊힌 사랑이 다시금 되찾아온 듯 얼굴빛이 곱다. 갑자기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이 내 가슴을 향하여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혹시 모르잖는가. 언젠가는 바짝 메마른 가슴에도 사랑이 단비처럼 찾아올지도…”라고 말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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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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