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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나쁜 남자


인간의 소유욕은 상상을 초월하는 듯하다.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실화여서일까. 그래서 더욱 이 영화에 호기심을 지닌 채 몰입했다.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로써 '40일 간의 사랑' 이라는 부제를 달기도 했다. 이 영화 속엔 한 남자의 뒤틀린 사랑에 대한 소유욕이 가미 됐다.

 

이 장면을 통하여 인간이 지닌 욕망의 한 단편을 엿보았다. 이로보아 사랑도 그 본질을 벗어나면 때론 다양한 얼굴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사랑의 감정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심적 반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소설가 이제하는 자신의 작품인 소설, '유자 약전'에서 사랑에 대하여 " 절망, 그것으로부터 연애의 출발이자 전부"라고 갈파했나보다.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는 뜨거워진 자아와 자아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과 대치, 조화와 화해라고 흔히 말한다. 사랑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지는 지고지순한 감정일 것이다. 여하튼 남녀 간의 사랑은 순수해야 한다. 어떤 목적의 수단이 된다면 진정성 있는 사랑이 아니다.

 

이 영화 주인공 하루키는 여고 시절 우주인이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지냈다. 그런 그녀가 어느 40대 남성에게 자동차로 납치돼 집안에 감금된다. 학원 강사인 남자는 하루키 몸엔 손도 대지 않고 그녀의 손발만 묶어 두었다. 매일 그녀의 몸무게를 재고 여인 사진을 찍어 벽에 붙여둘 뿐이다.

 

외로움과 소외가 극에 달해 인간관계에서는 더 이상 유대감을 발견 못하고 외계인과 같은 바깥 세계와의 사랑을 갈구하던 하루키였다. 그런 그녀와는 달리 여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소유욕을 지닌 그 남자를 주인공 하루키는 끝내 사랑하고 만다. 이 영화를 본 후 두 남녀의 빗나간 애정을 통념상 과연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일었다.

 

물신주의와 육체적 탐닉으로 진정성 있는 사랑이 상실 되는 세태 아닌가. 흔히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다. 삶을 살며 간간히 우리네 가슴에 숨어드는 사랑의 감정, 그것을 인생에 어떻게 아름답게 접목시켜 갈무리하느냐에 따라 사랑과 인생이 완성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나의 지론을 뒤엎는 일을 지인으로부터 듣게 됐다. 이 말을 듣고 사람에게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친다. 세상 살며 가장 실망이 큰 것 중 한 가지가 표리부동한 사람을 대할 때가 아닌가 싶다.

 

또한 상대방의 됨됨이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는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다. 누구나 좋은 일엔 동참을 원한다. 하지만 어떤 고난과 어려움에 처하여 상대방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할 듯싶으면 외면하기 예사다. 이런 경우 최악의 하급 사람이랄까. 이 때 상대방 진심을 비로소 짐작할 수 있다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인의 딸이 어느 젊은이와 사랑에 빠져서 5년여를 뜨겁게 교제를 했다고 한다. 양가 부모님까지 만나고 곧 결혼을 목전에 앞둘 즈음이었던 몇 해 전 일이란다. 갑자기 지인 남편의 사업이 내리막길을 치달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됐단다.

 

그야말로 집안이 풍비박산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이 때 가장 지인이 고통을 받은 것은 딸의 결혼 파경이었단다. 결혼을 약속했던 상대 남성이 태도가 돌변, 결혼을 취소하자고 말하더란다. 이는 가세가 몰락하자마자 취한 남성의 통보여서 지인 딸은 더욱 충격이 컸단다.

 

하지만 지인 남편이 전과 달리 요즘 사업이 번창하고 있단다. 이에 많은 돈을 벌자 어디서 이 소식을 접했는지 몇 해 전 딸과 헤어졌던 남자가 딸 앞에 나타났단다. 그리곤 끈질기게 다시 결혼을 요구해 온다고 했다.

 

지난날 그 남자로부터 큰 충격을 받은 지인 딸이 피하면 피할수록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자를 어찌하면 좋으냐고 지인은 내게 하소연까지 해온다. 이런 남자야말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유형이라 말할 수 있다. 평소 그 남자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지난시간 지인 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로해 주고 용기를 주었어야 원칙 아닌가.

 

이제 다시 지인 집안이 풍족해지자 태도를 바꾼 그 남자의 얄팍한 속심이 왠지 역겹다. 어찌 보면 지인 딸이 이 남성과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신의信義가 없어 본인 자신에게 이익이 없으면 예와 정도 헌신짝처럼 버릴 근본적으로 나쁜 남자여서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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