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날개의 추락
- Weekly Korea EDIT
- 2025년 12월 25일
- 3분 분량

‘특特’이란 낱말에 유독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삶 속에서 불가피하게 이 낱말을 애용하련만, 실은 개인적으론 썩 가슴에 와 닿는 단어는 아니다.
지난날 이 ‘특’이란 말에 대한 트라우마 탓인가보다. ‘특特’이란 말의 어원은 돼지, 소, 개 등 짐승 수컷을 의미하는 뜻으로 안다.
이렇듯 짐승의 수컷을 일컫는 말을 남성권위주의에 갇혔던 조상들은 자신의 아내를 특처特妻란 말로 부르기도 했단다.
이 말은 현모양처를 의미하는 게 아닌 지혜롭지 못한 우처愚妻란 의미였다고 하니…. 또 있다. 어느 문헌에 의하면 특묘特廟하면 임금님의 첩을 모시는 사당이란 뜻으로 상대를 격하시키는 말이란다.
그럼에도 요즘 이 ‘특’이란 글자가 우리 곁에서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 병원 진료 시에도 ‘특진’은 진료비가 더 비싸다. 음식점 메뉴판의 ‘특’자는 항상 손님에게 음식 맛이 꽤 좋을 거라는 기대감마저 안겨준다.
‘특별 서비스, 특집 기획, 특실, 음식도 특특 탕, 특별 지역’ 등, 이렇듯 어느 글자 앞에 ‘특’이라고 표기되면 왠지 모르게 타와 다를 거라는 변별력마저 느끼게 해서인가. 최고를 호칭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글자인 ‘특’이다.
특별 채용이란 말도 있다. 그 후광을 입은 여인을 기억한다. 그녀는 젊은 날 첫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갑내기 여성이다. 당시 모 무역업체 여 사장님 비서로 근무할 때 일이다. 그녀는 사장 수행 비서였다. 그녀는 나와 달리 그야말로 특혜로 회사에 취직했다. 필자는 그 당시 70대 1이라는 관문을 뚫고 어렵사리 공개 채용된 비서였으나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일명 줄과 빽이란 양 날개를 달고 쉽사리 비서직에 앉았다. 회사 중역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든든한 배경 탓인지 매사 오만불손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장의 오른팔을 자처했다.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손발이 되어 하다못해 손, 발톱까지 깎아주고, 스타킹까지 신겨주는 몸종 같은 역할을 그녀는 용케 잘해내고 있었다. 나는 사장의 업무에 수반되는 여러 일을 직접 총괄하고 있었다. 비좁은 비서실에 그녀와 마주보는 위치에 책상을 놓고 근무 했다.

그녀는 사장 신임이 두터운 나를 자신의 경쟁자로 여기는 게 역력했다. 자신의 현 위치를 자칫 내가 침탈侵奪이라도 할 듯한 위기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심지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은근슬쩍 내게 떠넘기는 수법의 교활함도 엿보였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소위 갑질 하는 태도였다.
업무를 항상 사장 대신 그녀가 지시했다. 이때 충분히 말로 전할 일도 메모지에 적어서 책상 위에 내던지곤 하였다. 가끔 대화를 나눌 때는, “입고 있는 옷이 어느 메이커냐?
나는 항상 명동 양장점에서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별히 디자인 해 준 옷을 입는다” 는 등으로 과시를 했고 자신이 마치 나의 상관인양 업무에 일일이 간섭했다. 자릴 비우면 책상 서랍까지 뒤지곤 하였다.
비록 소소한 일이지만 보이지 않게 날선 각을 세우고 고의로 업무적으로 압박해오곤 했다. 항상 어느 업무에서 나를 배제시키려 애썼다. 자신에게만 사장이 특별히 어떤 일을 지시했노라고 입을 열 때마다 ‘특별’ 이란 말을 강조했다. 나의 담당 업무까지 가로챘다. 또한 내가 이룬 업무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일에 혈안이 되곤 했다. 이런 그녀의 치졸한 언행으로 수없이 마음이 상해도 속으로만 삭였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그녀가 자신의 배에 복대를 감는 모습을 목격했다. 몇 달 후 초겨울 어느 날, 만삭인 그녀가 갑자기 산기를 느낀 듯 비서실 방안을 네 발로 헤맸다.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그녀의 다리를 타고 혈액이 흥건히 흘러내렸다. 마침 사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다급해진 그녀는 나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눈을 하얗게 치뜨며 날카로운 비명을 연신 토해내는 그녀 몸에서 아기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 끝에 나는 외투를 벗어 바닥에 깔고 그녀를 뉘었다. 엉겁결에 서투른 솜씨로 아기를 받았다. 그리곤 황급히 약국에서 가위, 소독약, 붕대를 사와 아기의 탯줄을 잘랐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녀는 내 앞에서 자신을 낮추기 시작했다. 평소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자아도취의 날개를 단 그녀 아니었던가. 비로소 아이의 출산을 계기로 나와 눈높이를 맞추게 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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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추미(醜美)](https://static.wixstatic.com/media/fdbf97_6df7addb50a246f48a153f53f4db133d~mv2.png/v1/fill/w_980,h_980,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fdbf97_6df7addb50a246f48a153f53f4db133d~mv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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