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로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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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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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성스러운 5'에 연관된 장미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다섯 군데 상처가 났다. 이 때문인지 중세 유럽에선 장미가 기독교와 밀접하다고 여겼다. 홀 꽃이고 꽃잎이 다섯 장인 장미 형태가 기독교의 성스러움과 일치 한다는 믿음에 의해서이다. 이로보아 장미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만은 아니다. 그리스도의 피에서 비롯된 은총·자선·순교를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천주교에서 장미 열매를 줄에 꿰어 묵주로 사용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평소 화려한 색상의 붉은 장미를 떠올리노라면 왠지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몸이 아플 때 누군가로부터 장미 꽃다발을 받으면 기운이 샘솟는 듯하다. 이는 장미에 내재된 좋은 기운 때문이 아닐까 싶다.다.
이게 아니어도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장미가 지닌 힘을 새삼 절감할 수 있다. 미국 남북전쟁 때 일이다. 북군의 존 로건 장군은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전사자 무덤을 장미와 백합으로 장식하라는 포고령을 내렸다. 1868년 5월 30일의 일이다. 훗날 이 날은 미국 전몰자 추도 기념일인 '메모리얼 데이'가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 기념일을 '데코레이션(Decoration) 데이' 라고 또 다르게 부르게 된 연유도 아마 무덤을 장미로 장식한 데서 유래한 말인가 보다. 뿐만 아니라 1912년 매사추세츠 직물공장 여공들은 파업을 선언하며 자신들은 "빵과 장미를 원한다"라고 일제히 부르짖으며 거리로 뛰쳐나왔잖은가. 여공들은 회사의 심한 노동 착취로 인하여 짓밟힌 인권을 장미로 환치 시켰다.
한낱 꽃인 장미가 인간 삶에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닫자 왠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동안 오로지 장미의 아름다움만 예찬했던 마음이 경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해서이다. 다 알다시피 장미를 국화로 지정한 나라가 있을 정도다.
이란, 이라크 및 영국도 국화國花가 장미이다. 장미는 문화 및 실생활에도 이바지 하였다. 노르웨이 산産 목재 가구를 비롯 식기 등에 새겨진 꽃장식이 '로즈말링'이다. 이 '로즈말링'은 노르웨이 국가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잖은가.
또한 장미는 인간의 패악悖惡마저 용서하는 힘을 지녔다고나 할까. 십 수 년 전 일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선 15만 명의 인파가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이 있다. 이 때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장미를 든 채였다.
당시 그곳 오슬로 인구가 60 만이었다. 이날 행사엔 15 만 명이 참석하여 장미 행진을 벌인 것이다. 그곳 우퇴위아 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및 테러 사건을 경험한 노르웨이 국민들은 장미 행진을 하며 범인에게 증오보다는 관용을 베풀기를 기원 하였다.
장미의 아름다움 속 이면엔 이렇듯 사랑과 자비, 용서를 품고 있었다. 사실 아름다움만큼 포용력이 강한 것은 없는 듯하다. 지난날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시 삶은 더욱 힘들고 곤궁해졌다. 그럼에도 자비의 손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굴하지 않았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많은 돈을 내놓았잖은가.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하면 어디선가 시민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도 간간히 들려온다. 일예로 차량에 불이 붙었을 때 근처를 지나치던 사람이 달려와 위기의 순간에 운전자를 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씨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돕고자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잖은가. 드미트리 무라토프씨 같은 러시아인이 많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머잖아 종식 될지 모를 일이다. 이 모든 게 마음 자락에 이타심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깃들어 있어서이다.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애쓴다.
이는 욕심이 없거나 바보여서 만이 아니다. 마음이 선량해서이다.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동심을 잃지 않을 때이련만…. 삶에 떠밀려 그 마음을 잊고 지낸듯해 손이 절로 가슴으로 간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거짓 없는 모습이야말로 장미꽃보다 더 어여쁘다. 그래 꽃 중의 꽃은 뭐니 뭐니 하여도 사람이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핵은 물론, 총칼도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은 좀체 이길 수 없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 평론가. 수필가 하정 김혜식 작가의 ‘세상의 희망 상자’
1995년 ‘순수문학’에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한 김혜식 작가는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평론집을 비롯해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등이 있다.
아시아작가상 수필 부문 대상, 11회 청주문학상, 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청주예총 공로상, 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 작가 연혁
- 1995년 《순수문학》 수필 「발등거리 등불」로 등단.
- 하정 문학 아카데미 원장, 드림 작은 도서관 관장 역임,
- 저서 : 수필집 《내 안의 무늬가 꿈틀거렸다》, 독서에세이 《예술의 옷을 입다》, 테마 수필집 《조강지처 그 존재의 서글픔》, 칼럼집 《굼벵이에게 보내는 갈채》, 평론집 《예술의 옷을 벗기다》, 《해석의 의미 다름의 가치》
- 현, 충북일보, 경북 신문, 독서신문 고정 필진
- 아시아작가상 수필부문 대상, 제11회 청주문학상, 제5회 연암 박지원 문학상,
- 청주예총 공로상, 제1회 피천득 연고 광시문학상, 제8회 작가와문학상 평론 문학상 수상
- 2021년 계간지. 《에세이 포레》수필 평론 부문 <서정과 삶의 집적>으로 평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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