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Z 기자가 3주간 입원하며 본 병원의 현실
- WeeklyKorea
- 9시간 전
- 5분 분량
“환자는 넘치고, 병상은 부족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오클랜드 노스쇼어 병원에서 3주를 보낸 한 기자가 공공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현실을 직접 고발했다. 의료진은 헌신적으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병원 내부에서는 인력 부족과 낡은 시설, 원활하지 않은 정보 공유, 부족한 병상 등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TVNZ 기자 질 히긴스(Gill Higgins)는 최근 갑작스럽게 생명을 위협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게 되면서 약 3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의료진 개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신을 치료한 의사와 간호사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3주 동안 병상에 누워 지켜본 병원 시스템은 전혀 다른 문제를 보여줬다.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시스템 자체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었다.”
이것이 그가 퇴원 후 남긴 가장 강한 메시지였다.

낡은 병동, 감염 환자와 면역저하 환자가 같은 공간에
히긴스가 입원했던 곳은 노스쇼어 병원의 오래된 병동이었다.
환자들은 여러 명이 한 공간을 공유했고, 수면 공간과 화장실 역시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환자의 존엄성과 사생활 보호, 회복 환경 등을 이유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형태의 병동 운영을 제한해 왔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시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던 그는 맞은편 침상에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커튼 하나로 공간을 구분한 상태에서 면역저하 환자와 감염 환자가 같은 병동에 있는 상황은 환자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화장실 역시 여러 환자가 함께 사용했다.

고령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다 보니 화장실 문이 제대로 잠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청소가 필요한 상황 때문에 일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환자들에게 변기 시트를 직접 닦고 사용하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간 입원 환자가 기대하는 기본적인 위생과 편안함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 휴무일에 하고 싶은 일? 그냥 잠자는 것”
그러나 기자가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의료진의 피로와 인력 부족이었다.
간호사들은 채혈을 하거나 약을 전달하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업무량과 피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다음 휴무일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은 간호사들의 대답은 놀랄 만큼 단순했다.
“잠을 자는 것.”
다음 근무를 버티기 위해 침대에 누워 쉬고 싶다는 것이다.
많은 간호사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더 이상 업무 강도를 견디기 어려워 직장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떠나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현장은 최근 공식적으로 제기된 노스쇼어 병원의 인력난과도 맞닿아 있다.
뉴질랜드간호사협회(NZNO)는 최근 노스쇼어 병원 응급실의 안전하지 않은 인력 수준을 문제 삼아 ‘비상 상황(state of emergency)’을 선언했다.
당시 응급실은 정규직 기준으로 약 25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Health NZ는 이에 대응해 응급실에 9명의 직원을 추가하고, 노스쇼어 병원과 와이타케레 병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팀을 위해 간호사 14명과 헬스케어 어시스턴트 10명을 추가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히긴스는 단순히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는 잡혀 있었지만… 아무도 ‘금식’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가 경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병원 내 정보 전달의 문제였다.

어느 날 그는 간 초음파 검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담당 간호사는 정확한 검사 시간을 알지 못했고 확인을 위해 알아봐야 했다.
그 사이 아침 식사가 나왔고 그는 콘플레이크를 먹었다.
그런데 얼마 뒤 직원이 휠체어를 가지고 나타났다.
검사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데, 먼저 4시간 동안 금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아침을 먹은 뒤였다.
결국 검사는 취소됐고, 약 45분 동안 배정됐던 방사선 검사 시간도 그대로 낭비됐다.
단순한 실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히긴스는 이 사례가 뉴질랜드 의료 시스템의 더 큰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간호사는 의사에게 다시 확인해야 하고, 의사는 전문의에게 정보를 요청해야 하며, 전문의의 결정이 다시 간호팀과 다른 부서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빠지거나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전문의가 참여하는 복잡한 환자의 경우 치료 계획과 약물, 검사 일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작은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특정 의사나 간호사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장 직원들이 환자 치료와 행정 업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환자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고 업데이트하는 작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IT 인력 감축 논란까지… “디지털 시스템도 불안”
의료 현장의 정보 공유 문제는 뉴질랜드 보건 시스템의 IT 구조와도 연결돼 있다.
뉴질랜드간호사협회는 Health NZ의 IT 서비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디지털 인력이 줄어들 경우 시스템 장애와 업무 지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Health NZ 내부 분석에서도 IT 인력 감소와 조직 내 경험 축소, 노후화된 시스템 등이 환자 안전에 추가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의료진이 아무리 뛰어나도 필요한 환자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는다면 치료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치료 내용을 확인하고 질문할 수 없는 고령자나 중증 환자라면 이러한 정보 공백은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히긴스 역시 자신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자신의 치료에 대해 질문하고 확인할 수 있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남편이 대신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 복도에서 50시간… 병상이 없으면 ‘방문객 라운지’로
퇴원 이후에도 히긴스는 치료를 위해 몇 차례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는 최근 응급실 밖 복도에 환자용 침대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일부 환자는 병상이 나올 때까지 최대 50시간 동안 응급실 복도에서 대기해야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히긴스 자신도 병상 부족을 직접 경험했다.
입원해야 했지만 일반 병동에 빈 병상이 없었던 날, 그의 침대는 결국 방문객 라운지로 옮겨졌고 그는 그곳에서 이틀 밤을 보내야 했다.
환자들에게는 병상이 부족해 복도와 응급실에서 긴 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퇴원이 결정된 환자가 퇴원 서류를 받지 못해 병상을 몇 시간씩 사용하고 있는 상황도 있었다.

그 역시 한 차례 퇴원이 결정된 뒤 짐을 정리하고 퇴원 서류를 기다렸다.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나도 서류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간호사에게 문의한 뒤에야 “그냥 집으로 가고 서류는 이메일로 받으면 된다”는 답을 들었다.
그동안 다른 환자들은 복도에서 빈 병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문제들이 모여 ‘병든 시스템’을 만든다
이번 경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노스쇼어 병원 한 곳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인력 부족, 노후한 시설, 부족한 병상, 복잡한 행정 절차, 정보 전달의 공백 등 각각의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의료진은 더 많은 시간을 행정과 정보 확인에 사용해야 하고, 환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하며, 병상 회전율도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시스템의 작은 비효율이 쌓이면서 전체 의료 서비스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히긴스는 퇴원 후 ‘Hospital in the Home’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시 한번 의료진의 헌신을 경험했다.
간호사가 매일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 서비스 자체는 훌륭했지만, 여기에서도 전달된 정보가 항상 정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문의가 밤늦게까지 일하다 퇴근길에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집에 돌아가 다시 컴퓨터에 접속해 혈액검사나 약물 처방을 입력해야 하는 현실도 그가 지켜본 의료 현장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의료진을 탓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히긴스는 자신의 글이 의료진에 대한 불평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신을 치료해 준 노스쇼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문제는 의료진이 아니라 그들이 일하고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지쳐 있고, 병원 시설은 오래됐으며, IT 시스템과 정보 전달은 원활하지 않고, 응급실과 병동은 환자로 가득 차 있다면 결국 그 부담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그는 의료 서비스를 단순히 정부 예산에서 선택적으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항목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로를 새로 만들어 출퇴근 시간을 몇 분 줄이는 것과 달리, 의료 시스템은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과 죽음의 문제이며, 환자의 고통과 회복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료진에게는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느냐, 아니면 결국 소진돼 의료 현장을 떠나게 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3주간의 입원이 한 기자에게 보여준 것은 분명했다. 뉴질랜드 의료진은 여전히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의 헌신만으로는 더 이상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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