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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 세대일까?”… 이민자 시선으로 본 난자 냉동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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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뉴질랜드 감독 샤민 야즈다니, 다큐멘터리 『Frozen – My Eggs & Me』 통해 개인적 여정과 사회적 질문 담아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일이 풀리길 바랐지만, 이제는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이란계 뉴질랜드 감독 샤민 야즈다니(Shamin Yazdani)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섰다 — ‘난자를 냉동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의 다큐멘터리 『Frozen – My Eggs & Me』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최근 ‘Show Me Shorts Film Festival’에서 매진된 상영회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단순한 의학적 선택을 넘어 이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가족, 그리고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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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은 꼭 아이를 통해 남겨야 하나요?”

야즈다니의 친구이자 다큐 속 등장인물인 이란 출신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여러 방식으로 ‘탄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꼭 아이를 낳아야만 유산을 남기는 건 아니죠. 우리 세대의 여성들은 이전에 없던 존재예요 — 자유로운 여성들로서.”


이는 많은 현대 여성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통계청(Stats NZ)에 따르면, 뉴질랜드 여성의 출산율은 2024년 1.58명, 역대 최저 수준에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낮은 편이다.


또한 첫 출산의 중위 연령은 31.5세로, 기록이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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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냉동은 비용·통증·불확실성의 삼중고”

난자 냉동은 미래의 선택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과정은 비싸고, 고통스럽고, 결과도 불확실하다.


게다가 이민자 여성의 입장에서는 더 복잡한 감정이 뒤따른다. 부모 세대의 희생과 뿌리를 잇지 못한다는 죄책감, ‘내가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말이다.


야즈다니는 영화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20대와 30대 초반을 런던에서 보내며 경력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대가 이어져온 터전에 뿌리를 내린다는 건 굉장히 안정감을 주죠. 그런데 제가 그걸 제 아이에게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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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야즈다니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자라며, 성인이 되어 돌아왔을 때 파케하(Pākehā, 유럽계 뉴질랜드인) 와 비(非)파케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격차를 체감했다고 말한다.


“우리 같은 여성들은 사회 구조 속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난자 냉동 같은 선택도 그 맥락 속에서 나오는 거죠.”


“새로운 나라에서 자신만의 기반을 세우는 데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가족을 꾸리는 결정이 더 늦춰질 수밖에 없어요.”


“부모님은 오히려 나보다 더 이해심이 깊었다”

그녀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죄책감의 근원이 외부가 아닌 ‘자신 안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인생이 늘 예측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세요. 그래서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다’는 걸 이해해 주셨죠. 그들의 그 이해와 연민이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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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자체가 내 아기 같아요”

야즈다니는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영화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영화는 일종의 ‘임신 기간’ 같았어요. 아직도 그 과정 속에 있고, 아마 개봉 후에도 한동안은 그 여정이 이어질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이 영화가 제 아기예요.”


『Frozen – My Eggs & Me』는 단순히 ‘난자 냉동’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것은 이민 1.5세대 여성이 ‘자신의 뿌리와 미래’ 사이에서 내리는 선택의 기록이자, 뉴질랜드 사회 속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여성의 ‘자기 결정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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