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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에 6억5천만 달러 구멍

8월 14일
4분 분량

은퇴마을은 연 50억 달러 벌어

 

A lack of profitability may be stalling further investment in aged care, a new report says. Source: RNZ
A lack of profitability may be stalling further investment in aged care, a new report says. Source: RNZ

  • 요양시설 운영비는 치솟는데 정부 지원은 못 따라가

  • “수익성 악화가 신규 투자까지 막고 있다”

 

뉴질랜드의 노인요양시설(aged residential care) 업계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노인요양시설의 구조적 자금 부족액이 약 6억5,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4년 약 1억7,000만 달러였던 부족액보다 약 290% 증가한 규모다.

 

더욱 주목할 점은 노인요양시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은퇴마을(retirement village) 업계가 매년 약 50억 달러 규모의 입주권 판매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정작 노인요양 부문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Westpac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는 고령자 돌봄산업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면서, 정부 지원금과 실제 돌봄 서비스 제공 비용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은 늘고, 요양 필요성은 더 복잡해졌다

Westpac 산업경제학자 폴 클라크(Paul Clark)는 뉴질랜드에서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들이 더 늦은 나이에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대신, 입소할 때 이미 더 복잡하고 높은 수준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요양원(rest home), 병원급 요양시설, 치매 전문시설, 정신노인요양시설 등을 합쳐 약 4만1,500개의 요양 침상​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설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노인요양 서비스는 정부와 입소자가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기본적인 정부 지원에 더해 추가 서비스나 높은 수준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 각종 추가 비용과 본인 부담금이 붙는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실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Westpac의 분석이다.


 

11년 만에 자금 부족 4배 가까이 증가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욱 분명해진다. 2014년 약 1억7,000만 달러​였던 업계 전체의 구조적 자금 부족액은 2025년 6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11년 동안 약 290%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노인요양 부문 전체에 투입된 자금은 약 27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약 12억 달러는 입소자들이 부담했고, 나머지 약 15억 달러는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조달된 것으로 추산됐다.

 

돌봄 유형별 지출을 보면 병원급 요양서비스가 약 15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일반 요양원 서비스가 약 11억 달러, 치매 돌봄이 약 6억 달러​로 이었다.

 


가장 큰 비용은 결국 ‘사람’

노인요양시설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인건비다. 고령자 돌봄은 자동화가 쉽지 않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식사와 위생관리부터 투약 지원, 야간 돌봄, 이동 보조, 치매 환자 관리, 간호 및 의료서비스까지 상당한 수의 직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뉴질랜드 노인요양 업계는 지속적인 인력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인건비뿐 아니라 임상서비스 비용, 각종 규제 준수 비용, 보험료, 시설 유지 및 자본 비용까지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증가했다.

 

Westpac은 결국 정부의 지원금 증가 속도와 실제 돌봄 비용 증가 속도 사이의 구조적인 불일치가 현재의 6억5,000만 달러 자금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은퇴마을은 매년 50억 달러 규모

여기서 뉴질랜드의 독특한 노인주거시장 구조가 등장한다.

 

노인요양시설과 함께 은퇴마을을 운영하는 대형 사업자들은 일반 요양시설만 운영하는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Westpac은 뉴질랜드 은퇴마을 사업자들이 일반적인 주거용 유닛과 아파트를 판매하면서 연간 약 50억 달러 규모의 입주권(occupation rights agreements)​을 거래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약 8,000건의 입주권이 평균 60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물론 이 50억 달러는 일반적인 의미의 ‘순이익’이 아니다. 은퇴마을의 입주권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거래 규모에 가깝다는 점에서 단순히 요양시설 업계의 수익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은퇴마을과 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기업이 주거용 부동산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요양시설 운영의 적자를 보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돌봄만 하는 사업자’는 더 취약

Westpac은 업계의 사업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하나는 요양시설만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이다. 이 경우 정부 지원금과 입소자 부담금이 실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사업자의 손실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은퇴마을과 노인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연속 돌봄(continuum of care)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은퇴마을의 부동산 관련 수익을 활용해 요양시설 부문의 손실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따라서 규모가 큰 대형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버티기 쉬운 구조다. 하지만 이들 기업조차 요양시설 자체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는 구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돌봄서비스 자체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핵심 요구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투자도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적자가 아니다.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신규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요양시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시설과 침상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사업자가 시설을 새로 짓거나 기존 시설을 대규모로 개선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비조차 충분히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업자가 수십 년을 바라보고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클라크는 실제로 이러한 수익성 문제가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는 뉴질랜드의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경우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고령자는 늘어나는데 시설은 부족해질 수 있다”

노인요양산업의 재정 문제는 결국 일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하지만 시설 운영의 수익성이 낮아져 신규 시설 건설이 줄어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요양 침상 부족과 대기기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가족들이 직접 고령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요양시설 입소가 사실상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시설이 부족해지면 가족 구성원이 직접 돌봄을 맡아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6억5,000만 달러 자금 부족은 단순히 요양시설 사업자의 손익계산서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의 고령화와 돌봄 시스템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 문제​인 셈이다.


 

‘고령화 청구서’가 현실로

우리 아니라 많은 선진국이 고령화라는 공통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있지만, 생존기간이 늘어난 만큼 장기간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치매나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가 늘어나면 단순히 침상 하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간호 인력과 전문 의료서비스, 안전시설, 높은 수준의 돌봄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 뉴질랜드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단순히 요양시설을 몇 개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고령자에게 필요한 돌봄의 실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Westpac 보고서가 보여주는 6억5,000만 달러라는 숫자는 바로 그 문제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정부 지원금은 늘고 있지만 실제 돌봄 비용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은퇴마을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수익으로 적자를 메우는 현재의 구조도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령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수록 이 문제를 뒤로 미룰수록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뉴질랜드의 노인요양 시스템은 지금 ‘더 많은 고령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와 동시에 ‘그 돌봄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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