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상가 활성화 대책 발표
“상가 임대료 낮추고 빈 점포 채우겠다” 공약

1년 이상 비어 있는 상가, 지방정부가 임대 경매할 수 있도록 추진
소상공인 임대료 조정 제도도 손질
녹색당(Green Party)이 침체된 도심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 제도와 장기 공실 점포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녹색당 공동대표이자 오클랜드 센트럴 지역구 의원인 클로이 스워브릭(Chlöe Swarbrick)은 9월 20일 소상공인이 시장 상황에 맞춰 임대료를 낮출 수 있도록 하고, 1년 이상 비어 있는 도심 상가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임대 경매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약은 크게 상업용 임대료 조정, 장기 공실 점포 활용, 임대차 분쟁 해결 세 가지 방향으로 구성됐다.

‘래칫 조항’ 손질…시장 임대료가 내려가면 임대료도 낮출 수 있도록
녹색당이 특히 문제로 지적한 것은 상업용 임대차계약에 포함되는 이른바 ‘래칫 조항(ratchet clause)’이다.
래칫 조항은 임대료 재검토 시 시장 임대료가 기존 임대료보다 낮아지더라도 현재 임대료 아래로는 임대료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계약 조건이다.
녹색당은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는 임대료가 올라가지만, 경기나 소비가 위축돼 시장 임대료가 내려갈 때는 기존 임대료가 유지되는 구조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장 임대료 재검토 결과에 따라 임대료를 올리는 것뿐 아니라 내리는 것도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 녹색당의 계획이다.
대상은 연매출 3,000만 뉴질랜드달러 미만 사업체이며,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임대료가 내려갈 수 있는 폭을 제한한다면 임대료 인상 제한폭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한다면 하락폭 역시 5%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녹색당은 이와 함께 임대인에게만 임대료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1년 넘게 비어 있는 상가는 지방정부가 임대 경매
두 번째 핵심 공약은 장기간 비어 있는 상가 문제다.

녹색당은 중앙상업지구(CBD) 등 도심에서 1년 이상 공실 상태인 상업 공간에 대해 지방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상에 따르면 지방정부가 건물주에게 먼저 8주의 기간을 주어 직접 새로운 임차인을 찾도록 하고, 그 기간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지방정부가 해당 공간의 임대권을 경매에 부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건물주가 해당 공간을 직접 사용하거나 재개발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녹색당은 이 제도를 영국에서 2024년부터 시행된 High Street Rental Auction 제도를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워브릭 의원은 특히 오클랜드 CBD의 경우 오랜 기간 이어진 공사와 도시 환경 변화 이후 도심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업용 임대차 분쟁을 위한 별도 저비용 절차도 제안
녹색당은 임대료 문제를 둘러싼 소상공인과 건물주 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저비용 절차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소규모 사업자가 상업용 임대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녹색당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업용 임대차 분쟁을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재판·조정 절차를 마련하고, 임대료 재검토 분쟁에는 최종 제안 중재(final-offer arbitration) 방식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방식에서는 양측이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최종 금액을 제출하고, 중재자가 두 제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ACT “도심의 복잡한 부동산 생태계를 모르는 정책”
녹색당의 공약에 대해 ACT당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대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시모어 대표는 빈 상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지방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복잡한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상업용 부동산에는 은행, 건물주, 개발업체, 임차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며, 임대료 규제가 투자와 금융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모어 대표는 또 녹색당이 겨냥한 래칫 조항과 관련해 은행들이 대출 과정에서 이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대료를 강제로 낮추는 방식이 건물주와 금융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나타냈다. 이 부분은 ACT 측의 주장으로, 정책 시행 시 실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빈 상가 문제, 뉴질랜드 도심의 공통 과제
이번 논쟁은 단순히 임대료 문제만을 둘러싼 것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의 확대, 소비 패턴 변화, 높은 건축·운영 비용, 도심 교통과 주차 문제, 대형 쇼핑센터와의 경쟁 등 여러 요인이 상업지역의 공실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대료를 낮추는 것만으로 모든 빈 상가가 다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는 별도의 문제다.
반대로 시장 상황이 크게 변했는데도 과거 높은 임대료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소상공인의 영업 부담이 커지고 결국 상점이 문을 닫아 공실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녹색당 공약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것이다.
결국 정책의 핵심 쟁점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정부와 지방정부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녹색당은 임대료가 시장 상황에 따라 양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 ACT는 재산권과 투자·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실제 법안으로 구체화될 경우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 은행 대출 조건, 지방정부의 권한, 재개발 예정 건물에 대한 예외, 임대료 산정 방식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교민 사업자들도 주목할 정책
뉴질랜드에서 카페, 식당, 미용실, 소매점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자영업자들에게도 상업용 임대료는 사업 지속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다만 현재 발표된 내용은 녹색당의 선거 공약이며,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나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실제로 정책이 추진될 경우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임대차계약의 범위, 기존 계약에 대한 적용 방식 등이 법안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현재 계약서의 임대료 재검토 조항, 래칫 조항, 임대료 인상 조건 및 계약 갱신 조건 등을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이번 공약은 뉴질랜드의 비어 있는 도심 상가를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한 소비환경 속에서 소상공인과 건물주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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