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프면 유급 병가 추가”…기업들, 육아 지원 늘어

370개 고용주 조사…92%가 법정 기준보다 더 많은 육아휴직 제공
육아비 지원·사내 보육·단계적 복직까지…“부모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
기업들의 육아·출산 지원 복지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출산휴가 기간에 급여를 보전해주는 것을 넘어, 자녀가 아플 때 사용할 수 있는 추가 병가부터 보육비 지원, 사내 보육 서비스, 단계적인 복직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고 있다.
부모휴가 정책을 조사해 공개하는 Crayon의 2026년 자료에 따르면 370개 고용주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의 92%가 법정 최소 기준보다 더 나은 육아휴직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뉴질랜드 전체 근로자의 약 6분의 1에 해당한다.
정부 지원은 26주…기업이 추가 혜택 제공
현재 정부 지원 유급 부모휴가(parental leave payment)는 최대 26주다. 2026년 7월 1일부터 주당 최대 지급액은 세전 $811.05로 인상됐다. 정부 지급액은 근로자의 평소 소득 등을 기준으로 하되 최대 한도가 적용된다.
다만 부모휴가(parental leave)와 정부의 부모휴가 급여(parental leave payment)는 서로 다른 제도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한 부모는 휴직 권리를 가질 수 있고, 별도로 정부에서 최대 26주 동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법적으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가 최대 52주의 부모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일반적으로 최대 26주가 주 양육자 휴가(primary carer leave), 나머지는 연장휴가 형태로 구성된다. 연장휴가는 일반적으로 무급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정부 지급액에 추가로 급여를 보전해주는지가 실제 직원이 받는 혜택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Crayon 조사에서는 약 절반의 기업이 정부의 부모휴가 급여를 추가로 보전해주고 있었으며, 38%는 휴직 기간 동안 직원의 정상 급여를 전액 지급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넘어 ‘육아 과정’ 전체 지원
최근 기업들의 정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출산 직후의 휴직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Crayon의 스테파니 파우는 기업들이 이제 임신과 출산 전후, 직장 복귀, 자녀 돌봄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어린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감염병에 걸려 부모까지 함께 아픈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병가를 제공하고 있다.
자녀가 아플 때마다 부모가 휴가를 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보육비 지원하는 기업도
이번 조사에서는 16개 기업이 직원의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에서는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육아를 지원하고 있다.
직원이 아이를 직장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사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다.
Tax Traders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하는 아멜리아 후퍼는 회사가 제공하는 사내 보육 서비스 덕분에 아들을 일주일에 이틀씩 직장에 데려올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출산 전에는 회사의 부모휴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실제 아이를 낳고 보니 육아와 경력을 동시에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고 말했다.
“육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후퍼의 사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휴직 기간보다 복직 과정의 유연성이다. 회사는 그에게 유연한 복직을 허용했고, 사내 보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일정 기간 동안 근무시간을 줄이더라도 정상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했다.
후퍼는 주당 30시간을 일하면서도 40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는 방식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출산휴가 기간에는 6개월 동안 정상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은 직원에게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면서, 회사 입장에서도 숙련된 직원이 장기간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50~80% 근무하고 100% 급여’도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12%는 출산휴가에서 복귀하는 직원에게 일정 기간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정상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복귀 후 1~6개월 동안 직원이 기본 근무시간의 50~80%만 근무하면서도 100%의 기본급을 받는 방식이다.
출산 직후 어린 자녀를 돌보면서 갑자기 기존 근무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운 부모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직장으로 복귀하면서도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직원이 업무와 조직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트너 휴가도 확대
출산한 여성뿐 아니라 파트너를 위한 유급휴가를 확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13곳은 2~4주의 유급 파트너 휴가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 일부 기업은 임신 중 유산이나 사산, 태아의 이상, 산후우울증 등 기존의 전통적인 부모휴가 범위를 넘어선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Kiwibank는 조사에서 태아 이상과 산후우울증을 위한 휴가를 제공하는 최초의 등록 기업으로 소개됐다.
이는 출산과 육아를 단순히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임신부터 출산 후 정신건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기업 복지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의 정책, 대부분 유지 또는 개선
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부모휴가 정책이 크게 후퇴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20개 기업이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고, 29개 기업은 기존 정책을 개선했다. 반대로 정책을 축소한 기업은 8곳이었다.

파우는 개선된 기업 수가 축소한 기업보다 약 6대 1로 많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업별 복지 수준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뉴질랜드 근로자가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 최소 기준과 회사 복지는 다르다
교민들이 직장에 입사하거나 출산을 앞두고 있다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와 “회사에서 추가로 제공하는 복지”를 구분해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보장하는 부모휴가와 급여가 있는 반면, 회사가 추가로 지급하는 급여 보전이나 파트너 휴가, 보육비, 추가 병가 등은 각 기업의 고용계약이나 내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출산을 앞둔 직원이라면 인사팀이나 고용계약서를 통해 다음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정부 부모휴가 급여를 추가로 보전하는지
회사 자체 유급 부모휴가가 있는지
파트너에게 별도의 유급휴가가 제공되는지
부모에게 추가 병가가 제공되는지
육아 또는 보육비 지원이 있는지
육아휴직 후 단계적 복직이 가능한지
복직 후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한지
부모휴가 기간 중 키위세이버 등 다른 복지 혜택이 계속되는지
2028년부터 휴가 제도도 바뀐다
뉴질랜드에서는 휴가 제도 자체에도 변화가 예정돼 있다.
Employment Leave Act 2026이 2026년 8월 법으로 통과됐으며, 현재의 Holidays Act를 대체하게 된다. 새로운 제도는 2028년 8월 6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그때까지는 현재의 Holidays Act가 적용된다.

새 법은 연차휴가뿐 아니라 병가, 가족폭력 휴가, 사별휴가, 공휴일 및 대체휴일 등의 산정과 사용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다. 법정 최소 기준보다 더 나은 조건을 고용주와 직원이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이 육아와 휴가를 지원하는 방식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좋은 육아복지는 직원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
기업 입장에서도 부모 지원 정책은 단순한 복지 비용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숙련된 직원이 회사를 완전히 떠나게 되면 기업은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대로 유연한 복직과 보육 지원을 제공하면 직원이 경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회사 역시 기존 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후퍼 역시 회사의 지원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마가 되는 것과 커리어를 갖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그의 경험은 뉴질랜드 직장문화에서 육아 지원 정책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최근 뉴질랜드 기업들의 부모휴가 정책은 단순히 “몇 주 동안 유급휴가를 주느냐”의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출산 후 복직까지, 그리고 어린 자녀가 아플 때까지 직원의 실제 생활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가 기업 복지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교민들에게 중요한 점
뉴질랜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인 부모들에게도 이런 변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의 급여보다 복직 이후 근무시간과 보육 지원이 실제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출산을 앞두고 있다면 정부의 법정 권리만 확인하지 말고 현재 근무 중인 회사가 제공하는 추가적인 부모휴가·병가·보육·유연근무 제도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마다 조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직급과 비슷한 급여를 받더라도 부모휴가 정책에 따라 실제 가정이 체감하는 혜택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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