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뜨거워지는 이민 논쟁
ACT·NZ First '강화', 노동당·녹색당 '반이민 경계'

2026년 총선을 앞두고 이민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ACT와 뉴질랜드 퍼스트(NZ First)가 이민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국민당(National)과 노동당(Labour), 녹색당(Greens)은 지나치게 이민을 제한하는 정책과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접근을 경계하고 나섰다.
각 정당 대표와 이민정책 담당자들은 지난 금요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연례 이민 콘퍼런스(Immigration Conference)에 참석해 이민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뉴질랜드 퍼스트의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대표는 이민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내용을 포함한 10개가 넘는 정책 제안을 공개하며 가장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노동당의 필 트와이포드(Phil Twyford) 의원은 불법체류 부모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들을 위한 시민권 취득 경로, 영주권 취득 과정 연장, 부모 비자(parent visa)의 재정 요건 검토 등 여러 정책을 제안하면서도, 이민자와 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우파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ACT·NZ First, 이민 규제 강화 주장
ACT는 현재 영주권 제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CT의 파름지트 파르마(Parmjeet Parmar) 의원은 부모 영주권 비자(parent resident visa)의 추첨제(ballot system)를 없애고 신청자들을 대기열(queue)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또 ACT는 영주권(Permanent Resident Visa)이라는 별도의 체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파르마 의원은 이 정책이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주권 카테고리를 없애더라도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에 계속 거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일정한 기간 실제 뉴질랜드에 체류했는지를 확인하는 물리적 체류 요건(physical presence test)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ACT가 제시한 기준은 5년의 기간 동안 최소 730일, 즉 2년을 뉴질랜드에서 실제로 거주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파르마 의원은 이 방식이 호주와 캐나다의 제도와 유사하다고 설명하면서 현재의 이민제도가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주권을 취득한 뒤 장기간 뉴질랜드를 떠나 있다가 필요할 때만 돌아오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ACT의 주장이다. 또한 일부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의 무료 또는 보조금이 지원되는 교육이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ACT는 이와 함께 불법체류자에 대한 추방 관련 법률을 강화하고, 이민부(Immigration NZ) 내부에 불법체류자 전담 단속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당 "영주권 폐지는 지지하지 않는다"
현 이민부 장관인 국민당의 에리카 스탠퍼드(Erica Stanford)는 ACT의 영주권 폐지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탠퍼드 장관은 영주권이 뉴질랜드에 장기적으로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람들에게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하며, 숙련된 인력을 뉴질랜드로 유치하는 데도 경쟁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영주권자들은 이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출신 국가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시민권을 선택하면 기존 국적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이민자들이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탠퍼드 장관은 또한 NZ First와 녹색당이 각각 제안한 태평양 지역 출신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면 또는 합법화 정책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다음 세대의 불법체류자"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정 기간 기다리면 언젠가 영주권이나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스탠퍼드 장관은 ACT 등 다른 정당의 강경한 이민정책 자체에 대해 현재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총선 전 각 정당이 여러 정책을 발표하지만 실제로 연립정부 협상 과정에서 모두 그대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민자가 뉴질랜드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녹색당의 이민정책 담당자인 리카르도 메넨데스 마치(Ricardo Menéndez March)는 이민을 뉴질랜드가 겪고 있는 각종 사회·경제 문제의 원인처럼 취급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뉴질랜드가 인프라 부족, 고령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임금, 노동소득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자산에는 충분한 과세를 하지 않는 세제 문제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 가운데 이민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것은 없으며, 이민을 강하게 제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정착형 영주권 경로(settled residency pathway)'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뉴질랜드에서 5년 동안 거주해 온 사람들에게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공한다는 것이 녹색당의 구상이다.
또 비자와 비자 사이에 노동자가 뉴질랜드를 떠나야 하는 12개월의 대기기간(stand-down period)을 없애고, 이민 노동자들이 직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녹색당, 불법체류자 합법화 주장
녹색당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면 또는 합법화 정책도 옹호했다.
메넨데스 마치 의원은 뉴질랜드에 약 2만 명의 불법체류자(overstayers)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들이 이미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고 상당수가 일을 하며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합법화 프로그램이 인프라에 큰 추가 부담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이민자들은 추방될 국가와 실질적인 연고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도 이민제도 개편안 제시
노동당의 필 트와이포드는 이민정책에 대한 여러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중에는 미등록 또는 불법체류 부모에게서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시민권 취득 경로를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영주권 취득 절차를 더 길게 만드는 방안과 부모 비자 신청에 적용되는 재정 기준을 재검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트와이포드 의원은 정책 설명 과정에서 이민자를 뉴질랜드 사회의 문제로 규정하는 우파 포퓰리즘을 강하게 비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민정책, '필요한 인력'과 '이민 규모' 사이 충돌
국민당의 스탠퍼드 장관은 이민을 크게 제한하겠다는 정당들이 실제로 누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뉴질랜드의 이민 신청에서 상당 부분은 파트너십 비자를 통한 신청이며, 또 다른 상당수는 뉴질랜드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숙련 인력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전체 이민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당의 주장이다.
스탠퍼드 장관은 이민정책에서 불법체류자에게는 사면을 제공하면서 뉴질랜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력의 영주권은 제한하는 것은 서로 정반대의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앞두고 이민이 핵심 쟁점으로
이번 이민 콘퍼런스는 11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의 이민정책 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ACT와 NZ First는 이민 규모와 영주권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당은 이민제도를 관리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제한은 숙련 인력 확보와 뉴질랜드의 국제적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당과 녹색당은 이민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반이민 정서에 기대기보다는 인프라, 임금, 고령화 등 뉴질랜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 총선에서는 이민 규모를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뿐 아니라, 누가 뉴질랜드에 정착할 수 있는지, 영주권과 시민권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이미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주요 정책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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