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021년 고점 회복은 2029년 말까지 걸릴 수도
ASB “집값 급등 시대는 끝났다”…올해 보합, 2027년 3.5% 상승 전망

주택가격이 과거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되찾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ASB은행 경제학자들은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국 주택가격이 2021년 말 기록했던 명목상 최고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이 2029년 말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가격이 올해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뒤 2027년 약 3.5% 상승하고, 그 이후에는 명목소득 증가율과 비슷한 연간 약 5% 수준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뉴질랜드 주택시장을 특징지었던 ‘집값은 장기적으로 계속 크게 오른다’는 공식이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0년간 집값 거의 6배 상승
ASB에 따르면 2020년 이전 약 30년 동안 뉴질랜드 주택가격은 거의 6배 가까이 상승했다.
연평균 상승률은 약 6%로,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성장률 약 5%를 웃돌았다.
하지만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ASB는 현재 전국 주택가격이 2021년 기록했던 역사적 고점보다 약 15%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주택가격으로 비교하면 고점 대비 하락폭은 약 30%에 이른다.

다만 지역별 차이는 상당하다. 오클랜드와 웰링턴 등 주요 지역과 일부 지방도시의 주택시장 상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국 평균만으로 개별 지역의 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왜 집값이 쉽게 반등하지 못하나
주택가격 하락 이후 집값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음에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ASB는 경기 둔화와 낮은 순이민자 증가, 차입비용 상승,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시장에 여전히 많은 매물이 나와 있다는 점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과거처럼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구조가 약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서 구매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지만, 금리 하락이 끝나면 이런 ‘대출 확대를 통한 집값 상승’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감소도 주택시장에 영향
인구 증가세 둔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ASB는 최근 순이민자 증가세가 낮아진 데다 자연적인 인구 증가도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이민과 인구 증가가 둔화되면 주택 수요 역시 과거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ASB는 순이민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장기간에 걸친 강한 인구 증가세가 다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이민자 유입이 많은 오클랜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주택시장에도 중요한 변수다.
주택 공급 확대도 달라진 시장 환경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과거와 다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택 건설이 늘어나고 도시지역의 고밀도 개발(intensification)이 확대되면서 주택 구매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ASB는 이러한 공급 증가가 주택시장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구매자들이 제한된 매물을 놓고 경쟁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신규 주택 공급과 고밀도 개발이 확대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고, 이는 집값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집값 폭등 시대는 끝났다”
ASB의 전망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앞으로의 집값 상승률이 과거보다 훨씬 완만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ASB는 주택가격 전망 자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구 증가, 주택 공급 등 구조적인 변화가 향후 주택가격 회복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몇 년 동안 주택가격은 완만하게 회복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집값 상승’이나 장기간 이어지는 큰 폭의 자본이득(capital gains)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ASB의 전망을 숫자로 정리하면 올해 전국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2027년에는 약 3.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에는 명목소득 증가율과 비슷한 연평균 약 5% 수준의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 평균 주택가격이 2021년 말의 명목상 최고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2029년 말 무렵이 될 수 있다.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왜 부담은 여전히 큰가
주택가격이 고점보다 15% 정도 낮아졌음에도 주택 구입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주택가격만 보면 2021년보다 상당히 저렴해졌지만, 대출금리와 생활비, 보험료, 지방세 및 각종 주거비용 등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단순한 집값보다 대출 상환 능력과 충분한 보증금(deposit)을 마련하는 것이 여전히 큰 장벽이다.
반대로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장의 장기적인 가격 흐름이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과거처럼 집값이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추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높은 대출을 활용하는 전략은 과거보다 위험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집을 사야 할까?
ASB의 전망은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전망은 집값이 바닥을 지나 점진적으로 회복하되, 그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는 데 가깝다.
따라서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금리와 소득, 대출 상환능력, 원하는 지역의 공급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집값이 언제 바닥을 찍느냐’를 정확하게 맞히기보다는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인지, 현재 금리 수준에서도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반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우에는 과거처럼 높은 자본이득을 전제로 한 투자 전략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나
ASB의 이번 전망은 뉴질랜드 주택시장이 구조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집값이 연평균 약 6%씩 상승했던 시대와 달리 앞으로는 인구 증가 둔화, 주택 공급 확대, 금리 환경 변화 등으로 집값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시장은 금리, 정부 정책, 이민, 경기, 건설비, 금융시장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2029년이라는 시점을 확정적인 예측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거나 순이민이 크게 증가하고 주택 공급이 다시 부족해질 경우 집값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반대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거나 실업률이 높아지고 대출 여건이 악화될 경우 회복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ASB의 메시지는 뉴질랜드 주택가격이 다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과거처럼 빠르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주택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온 많은 뉴질랜드 교민들에게도 앞으로는 ‘집값은 결국 크게 오른다’는 기대보다는 금리와 소득, 인구, 공급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주택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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