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직장문화’ 만든 변호사 결국 징계
장시간 근무·비현실적 업무량에 병가까지 문제 삼아

변호사징계재판소 “후배 직원들에 대한 처우, 때로는 끔찍할 정도”
한 선임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병가 사용까지 문제 삼는 등 부적절한 직장문화를 조성한 사실이 인정돼 변호사징계재판소(Lawyers and Conveyancers Disciplinary Tribunal)에서 업무상 위법행위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이 변호사의 관리 방식에 불만을 품은 후배 변호사 5명이 같은 날 한꺼번에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재판소는 최근 공개한 책임 판단에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해당 변호사를 ‘Ms A’로 지칭하며, 두 건의 misconduct(중대한 업무상 비위)와 한 건의 unsatisfactory conduct(불만족스러운 업무수행)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해당 변호사는 별도의 네 번째 misconduct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유죄를 인정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직장 내 갈등을 넘어 법률사무소 운영과 후배 변호사에 대한 감독, 고객 서비스, 전문직 윤리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7시간 30분의 청구 가능 업무를 매일 채워라”
재판소가 들여다본 것은 Ms A가 운영하던 법률사무소의 전반적인 업무 환경이었다.
당시 뉴질랜드 법률협회(Law Society)는 Ms A가 혼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우려를 제기했고, 그녀에게 조건부 실무 자격증(practising certificate)을 발급했다.
이에 따라 Ms A는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사무소를 운영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법률 업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춘 변호사를 회사의 단독 대표 책임자(sole principal director)로 두고 고용된 변호사로 근무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소는 실제 운영은 상당히 달랐다고 판단했다.
Ms A는 사실상 자신이 사무소의 대표인 것처럼 행동했고, 명목상 이사로 있던 변호사들의 감독이나 영향력은 최소한에 그쳤다는 것이다.
재판소는 Ms A가 법률 직원 채용은 물론 교육과 감독, 사건 수임 여부, 업무 내용, 청구 방식, 그리고 사무실의 직장문화까지 사실상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녀가 법률협회에 했던 약속을 어겼으며, 이는 misconduct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후배들에게 과도한 업무…주말 근무까지
직원 관리와 감독에 관한 두 번째 핵심 혐의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재판소는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검토하면서 후배 변호사들의 증언이 서로 사전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Ms A 측 변호인은 여러 후배 직원들이 비슷한 진술을 한 것을 두고 일종의 ‘집단사고(groupthink)’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소는 후배 직원들의 문제 제기가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직원 두 명은 당시 자신들이 맡고 있던 업무와 업무 방식에 대해 우려를 느껴 뉴질랜드 법률협회의 Friends Panel에 별도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개인적인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업무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사무실에는 선임 변호사가 거의 없었다
재판소에 따르면 전 직원 7명이 증언했으며, Ms A는 상당한 시간을 사무실 밖에서 보냈다.
해외에서 일하거나 뉴질랜드 다른 지역에서 재판에 참석하고 고객을 만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후배 변호사는 상사를 한 달에 며칠 정도만 직접 볼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원격근무를 위해 음성 메시지 등 기술을 활용했지만, 후배 변호사들이 업무를 진행하면서 궁금한 점을 즉시 질문하거나 직접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재판소는 Ms A가 당시 이용 가능한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했지만, 후배 변호사들과의 직접적인 대면 접촉이 매우 적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직원회의도 불규칙하게 열렸고, 이후 정기적인 회의가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후배 변호사들이 서로 업무를 조율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이 많지 않은 후배들이 스스로 업무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매일 7시간 30분 청구 업무”…현실적으로 불가능
문제는 여기에 높은 업무량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후배 변호사들은 하루에 7시간 30분의 청구 가능한 업무시간(billable hours)을 기록해야 했다.
일부 시간은 계속교육 등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재판소는 당시 경력 수준의 후배 변호사들에게 이 정도의 청구 가능 업무량은 비현실적이고 상당한 압박을 주는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는 ‘병목현상’도 발생했다.
후배 변호사들의 업무를 Ms A가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했는데, 상당수 업무가 마감 직전에 제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정상 근무시간을 넘겨 일하거나 마감기한을 놓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주말 근무 로스터까지 만들어졌다.
계약상 주말 근무에 대해서는 대체휴무(time off in lieu)를 받을 수 있었지만, 높은 업무량과 고객에 대한 전문적인 의무 때문에 실제로 대체휴무를 사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직원들은 증언했다.

“초과근무 싫으면 사표 내라”…5명 같은 날 퇴사
결정적인 장면은 주말 근무를 둘러싼 갈등에서 발생했다.
한 후배 직원이 주말 근무 로스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신들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Ms A는 이에 불쾌감을 나타냈고, 초과근무를 원하지 않는다면 사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컸다.
그날 후배 변호사 5명이 모두 사직했다.
재판소는 이 사건을 단순한 직원과 고용주의 의견 충돌로 보지 않았다. 여러 직원들의 증언과 당시 업무환경을 종합한 결과, 해당 사무소의 관리와 감독 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파도 병가를 쓸 필요 없다”
병가를 대하는 Ms A의 태도 역시 재판소의 판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 직원은 Ms A가 직원들에게 법률 업무는 육체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병가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은 병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Ms A는 해당 사무소에서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으며 손을 충분히 씻으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병가 사용 자격이 충분하지 않았던 직원에게는 무급휴가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더 심각한 사례도 있었다.
한 후배 변호사는 2019년 10월 고열이 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Ms A는 해당 직원의 증상을 “psychosomatic(심인성·정신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이 사무소에 적합한 사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직원은 오히려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추가로 일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두려워했다”
재판소는 Ms A가 직원들을 전혀 칭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일부 Skype 메시지에서는 직원들의 업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칭찬한 사례도 확인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랐다.
재판소는 법률협회 기준위원회에 증언한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Ms A를 두려워하거나 ‘상사의 반대편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기였다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최종적으로 Ms A의 직원 관리 방식이 misconduct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법률 업무 자체에 헌신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판결문은 “그 당시 후배 직원들을 대했던 방식은 때때로 끔찍할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고객도 피해…“너무 바빠서 직접 만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직원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재판소는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별도의 혐의도 심리했다.
가정법원(Family Court) 사건에서 자녀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하던 고객들에게 제공된 법률 조언 자체는 대체로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조언이 매우 단편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이었다.
고객들은 선임 변호사인 Ms A와 직접 상담하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직접 대화하는 대신 후배 변호사들과 이야기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소는 경력과 경험이 부족한 후배 변호사들의 이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선임 변호사가 단지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를 거부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담당 변호사가 계속 바뀌면서 관계와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상당한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소는 Ms A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나서야 했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unsatisfactory conduct, 즉 비전문적인 업무수행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Ms A가 결국 해당 고객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은 인정됐다.
법률 전문직에 요구되는 ‘직원 관리’의 기준
이번 결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변호사의 전문적인 능력만큼 직원에 대한 감독과 관리 역시 전문직 윤리의 중요한 일부로 평가됐다는 점이다.
법률사무소는 고객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경험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들이 실무를 배우는 교육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임 변호사가 후배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부과하거나 적절한 감독 없이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 이는 단순한 직장 내 불만을 넘어 전문직으로서의 의무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재판소는 직원들의 건강과 복지를 무시한 업무환경, 부족한 감독, 비현실적인 업무량, 고객과의 소통 부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후배 직원 5명이 같은 날 사직했다는 사실은 해당 직장문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결정은 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이며, 구체적인 징계 수위와 처벌 내용은 다음 주 열리는 penalty hearing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뉴질랜드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거나 젊은 변호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에게도 이번 사건은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업무성과와 고객 서비스가 중요한 직종이라 하더라도, 직원의 건강과 합리적인 업무량, 적절한 교육과 감독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판소가 분명히 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과근무가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의 관리가 실제 집단 퇴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 직장문화와 전문직 윤리에 대한 경고성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본 기사는 Lawyers and Conveyancers Disciplinary Tribunal의 최근 책임 판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사건 당사자인 선임 변호사의 이름은 재판소 결정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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