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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 키위세이버 조기 해약 문턱에 절망

‘너무 까다로워’...“죽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니”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한 남성이 키위세이버(KiwiSaver) 조기 해약 제도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죽는 것도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 몰랐다”며, 남은 삶의 시간을 행정 절차와 싸우는 데 쓰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웰링턴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크리스토퍼(가명)로만 알려지기를 원했다. 그는 아직 십대 자녀들에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지 못한 상태다.


“3년 시한부… 보험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 것”

크리스토퍼는 지난해 8월 4기 말기 암(대장암) 진단을 받았으며, 의사로부터 약 2~3년의 기대 수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처음 진단 당시에는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민간 의료보험이 있어서 곧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죠. 만약 공공 의료 시스템만 의존했다면,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망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체력 저하로 정상적인 근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키위세이버 ‘조기 해약’, 시도조차 포기

크리스토퍼는 생활비와 주택담보대출, 자녀 양육비 부담으로 키위세이버 자금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관련 규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아예 신청을 포기했다.


“절차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좌절스러웠습니다. 제 돈을 꺼내기 위해 싸워야 하고,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게 되니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는 금융분쟁조정기관(FSCL)이 다룬 한 사례를 언급했다. 불치암 판정을 받은 여성이 65세 이전에 사망할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향후 12개월 이내 사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 인출이 거절된 사례였다.


“은퇴자금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못 주는 돈”

크리스토퍼는 이 사례가 현재 제도의 비현실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은퇴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한 사람에게조차 ‘아직 1년은 살 수 있으니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포기하는 대가입니다.”


그는 항암치료로 인해 격주로 이틀은 치료에, 그 다음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든 상태라며, 향후 계약직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병을 공개해야 하는 현실도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사는 것도 힘들고, 죽는 것도 힘들다”

웰링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두 자녀를 키우는 그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2~3년은 어떻게든 기능하며 살 수 있겠죠. 하지만 삶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놀라울 만큼 어렵더군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에 저는 일하거나 잠들어 있습니다.”



“이론상 내 돈인데, 현실에선 은행 돈”

그는 키위세이버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했다.


“정부는 제가 이 돈을 굴릴 능력이 있다며 매칭 비율을 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 하면 대출 신청하듯 증명하고 심사받아야 합니다. 규칙이 필요한 건 이해하지만,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때까지도 돈을 안 내주는 건 너무합니다.”



“호스피스 문을 두드릴 때쯤 돼야 ‘마지못해’ 돈을 주겠다는 건,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묻고 싶습니다.”


제도권의 입장: “개별 사례 판단, 상식적 접근 권장”

공공신탁기관 퍼블릭 트러스트(Public Trust)의 데이비드 캘러넌 총괄 매니저는, 일반론적으로는 중증 질병(serious illness) 또는 중대한 재정적 곤란(significant hardship) 사유로 조기 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가이드라인상 ▶사망 임박(18개월 이내)으로 판단되면 전액 인출 가능 ▶영구적 근로 불능 상태도 일부 또는 전액 인출 가능 ▶재정적 곤란의 경우 최대 13주 생활비 수준 인출 가능하지만 최종 판단은 의료 소견서와 감독기관의 개별 심사에 달려 있다.


이번 사례는 키위세이버가 ‘노후 대비 제도’라는 목적에만 과도하게 묶여 있는지, 말기 질환자·이민자·가족 부양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인간다운 삶과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지를 사회와 정책 당국에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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