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열 목사 목회 칼럼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무엇’이 아닌 ‘누구’
- Weekly Korea EDIT
- 21분 전
- 2분 분량

이민 생활은 끊임없는 자기소개의 연속입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늘 직업과 경력을 답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회적 타이틀을 떼어냈을 때 남는 ‘진짜 나’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종종 성공하면 ‘대단한 나’가 되고, 실패하면 ‘아무것도 아닌 나’가 된다고 착각합니다. 성경 속 모세 역시 우리와 똑같은 혼란을 겪었던 인물입니다.
이집트의 화려한 왕궁에서 왕세자로 40년을 보냈던 모세는 말 한마디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던 권력자였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하고, 도망자가 되어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양치기로 보냈습니다. 왕자의 화려한 예복 대신 먼지 묻은 홑옷을 입고, 사람의 목소리 대신 양 떼의 울음소리만 들으며 늙어간 그는 스스로를 ‘실패자’로 규정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이 타오르는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나타나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명을 내리십니다. 그때 모세가 던진 첫마디는 “내가 누구입니까?(Who am I?)”였습니다. 왕자였던 모세도, 양치기였던 모세도 아닌,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진짜 모세’를 발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거절합니다. “저는 입이 둔합니다”, “보낼 만한 사람을 보내소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을 할 수 있는가(What I do)’라는 역량의 관점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독수리 알이 닭의 둥지로 굴러 들어가 닭들 틈에서 자라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독수리인 줄도 모른 채 평생 땅바닥의 벌레를 쪼며 닭처럼 살았습니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를 보며 동경했지만, 친구 닭들의 비웃음에 금세 고개를 숙였습니다. 모세 역시 자신이 하늘을 날아야 할 독수리임을 잊은 채 ‘광야의 닭’으로 늙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세의 질문에 그의 능력을 칭찬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정체성의 혁명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나의 스펙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의 소유인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이름을 “나는 나다(I AM THAT I AM)”라고 소개하셨습니다. 헬라어로는 ‘에고 에이미’라 불리는 이 선언은 오직 창조주만이 하실 수 있는 규정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하려 애쓰고 남들의 평판에 일희일비할 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는 네가 규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지은 존재다.” 못난 사람도, 잘난 사람도 하나님 앞에서는 그분의 목적을 위해 지음 받은 고귀한 생명일 뿐입니다.
모세가 떨기나무 앞에서 신을 벗었을 때, 그는 비로소 세상의 평가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는 굴레를 벗고, ‘하나님이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본질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때야말로 우리 인생의 진정한 출애굽이 시작될 것입니다.
[이번 주 실천 가이드]
타이틀 떼고 대화하기: 누군가를 만날 때 직업이나 경제적 능력을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인격적인 대화만 시도해 보십시오.
신 벗기 의식: 하루를 마무리하며 방 안에서 양말을 벗을 때, 오늘 하루 내가 나를 증명하려 했던 조바심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 기도를 해보십시오.
실패한 과거와 화해하기: 모세의 광야 40년처럼, 내가 실패라고 여겼던 시간이 사실은 ‘진짜 나’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과정이었음을 인정해 보십시오.
다음 호에 계속

박성열 목사 목회 칼럼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박성열 목사는 뉴질랜드 남십자성어린이예술단 음악감독으로 8년(1997-2004)간 봉사했으며, 뉴질랜드 시온합창단(성인혼성) 지휘자로 또 8년(2005-2012)간 봉사했다. 또 뉴질랜드 오페라단 단원으로 12년(2005-2016)간 활동했다.
현재는 오클랜드 장로합창단 지휘자로 12년(2014- 현재)째 봉사하고 있으며, 오클랜드 오라토리오코랄 운영위원장으로 11년(2015- 현재)째 봉사하고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 예수찬양교회 시니어 목사로 19년(2007- 현재)째 사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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