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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외동포는 여전히 ‘선언의 대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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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이 발표한 2026년 업무추진계획은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하다. 데이터베이스 구축, 재외선거 개선, 복수국적 연령 하향, 영사 확충. 그러나 뉴질랜드 교민 사회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번 계획은 새로운 약속이라기보다 오래된 과제의 재포장에 가깝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들어왔다. “검토하겠다”, “협의하겠다”, “추진하겠다.”

문제는 언제나 같았다. 말은 있었지만, 제도는 없었고 실행은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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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구축? 이제 와서야 국가가 존재를 묻는가

재외동포 DB 구축은 정책의 기초라고 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지금까지 국가에는 재외동포에 대한 제대로 된 데이터조차 없었는가.


재외동포 사회는 100여년 간 존재해 왔지만, 정부 정책에서는 늘 ‘소수’, ‘후순위’, ‘참고 대상’에 불과했다. DB 구축은 환영할 일이 아니라, 이제야 시작하는 국가의 직무유기 보완에 가깝다. 더구나 이 데이터가 실제 정책 배분과 예산,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또 하나의 관리용 통계에 불과할 것이다.


재외선거 개선, 왜 아직도 “검토” 단계인가

재외국민 투표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명확하다. 제도가 불편하고,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자·우편투표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뉴질랜드 남섬, 지방 도시에 사는 교민들에게 투표는 하루 일정이 아니라 며칠을 비워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현실을 수십 년간 외면해 놓고, 이제 와서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말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주권 행사는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참여를 탓하는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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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 확충, ‘강화’라는 말은 너무 쉽게 쓰인다

동포 영사 기능 강화 역시 반복된 레퍼토리다. 교민 사회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영사관은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선거철이면 업무는 마비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연결조차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전담 영사 배치’는 구체적 숫자도, 시기도,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정책이 아니라 의지 표명의 수준이다. 선언만으로는 교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복수국적 완화, 절반의 결단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 역시 반쪽짜리다. 50세 하향은 진전이지만, 교민 2·3세에게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병역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이유로 세대 단절을 방치해 온 책임에서 국가는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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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과 국적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길을 열지 않는 한, 차세대는 한국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민은 더 이상 박수만 치지 않는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번 계획이 또다시 중앙 중심, 북반구 중심 정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다. 재외 동포는 늘 ‘다음’이었다. 예산도, 인력도, 시범사업도 항상 뒤였다.


이제 교민 사회가 묻는다. ▶언제 실행되는가 ▶누가 책임지는가 ▶실패하면 누가 설명하는가


재외동포는 더 이상 국가 이미지 제고용 수사가 아니다. 행사 때만 불리는 존재도 아니다.


김경협 청장은 “동포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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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니라 법으로, 계획이 아니라 예산으로, 약속이 아니라 결과로.

그렇지 않다면 2026년 업무추진계획은 또 하나의 두꺼운 문서로 남을 것이고, 재외동포 사회의 신뢰는 그만큼 더 멀어질 것이다.


발행인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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