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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난민 신청자, NZ 이민법원서 기각

영국 “윈드러시 피해자”로 뉴질랜드에 난민신청


The appeal decision does not go into detail about their claim. Source: RNZ
The appeal decision does not go into detail about their claim. Source: RNZ

 

  • 자메이카계 영국인 신청자 “시민권 잃고 무국적 상태”

  • 뉴질랜드 항소심은 “사건을 판단할 관할권 없다”

 

영국의 이른바 ‘윈드러시(Windrush) 스캔들’ 피해를 주장한 자메이카계 영국인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민보호재판소(Immigration and Protection Tribunal·IPT)는 신청자의 구체적인 피해 주장에 대한 판단에 앞서, 자신들이 해당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40대의 이 신청자는 자신이 영국에서 인종 차별을 겪었고 주거와 의료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영국 정부에 의해 은행 계좌의 돈까지 압류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여러 차례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고 의료시험을 강제로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신청자는 논바이너리(non-binary)이며 자메이카계 영국인으로 알려졌다.

 

신청자의 핵심 주장은 자신이 윈드러시 스캔들의 피해자가 되면서 영국 시민권을 잃었고 결국 무국적자가 됐다는 것이었다.

 

이민보호재판소가 공개한 사건 요약에 따르면 신청자는 영국에서 인종을 이유로 주거와 사업·교육 관련 지원금을 받지 못했으며, 정부가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의 지방정부와 계속해서 문제를 겪었으며 주거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청자는 처음 2020년 뉴질랜드에 입국했다.

 

당시 난민지위 부서(Refugee Status Unit·RSU)는 신청자가 자메이카계 논바이너리 영국 국적자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밖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청자는 2022년 내려진 이 결정에 대해 이민보호재판소에 항소하지 않았고, 몇 달 뒤 뉴질랜드를 떠났다.

 

이후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온 뒤 올해 두 번째 난민 신청을 냈다.

 

하지만 RSU는 지난 6월 다시 신청을 거부했다.


 

이번에는 신청자가 이 결정에 불복해 이민보호재판소에 항소했다. 신청자는 첫 번째 신청 당시 제기했던 주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국에서 여전히 지방정부와 문제를 겪고 있으며 주거와 의료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2024년 또는 2025년 독일로 이동해 지원과 난민 지위를 요청했지만, 독일 정부 역시 자신을 무국적자로 판단하면서 주거비나 독일 사회 정착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청자가 뉴질랜드에서 난민 및 보호 대상자 지위를 신청한 이유도 자신이 영국에서 누리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 항소 과정에서 재판소는 신청자의 주장 자체를 본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신청자에게는 변호사가 없었으며, RSU는 지난 6월 10일 특정 이민법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신청자는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두 달간의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RSU는 신청이 ‘명백하게 근거가 없는(manifestly unfounded)’ 것이며 이전 신청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IPT는 RSU 측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에게 해당 항소를 심리할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기각했다.


 

재판소는 신청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 추가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이번 결정은 신청자가 주장한 영국 내 인종차별이나 윈드러시 피해가 사실인지 여부를 재판소가 상세하게 판단해 난민 지위를 거부한 것이라기보다, 우선적으로 이민보호재판소가 해당 사건을 심리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를 따진 결과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민·난민 전문 변호사 사이먼 그레이엄은 이번 결정에 대해 IPT에서 기각된 신청자가 취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고등법원(High Court)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청자가 영국에서 자신의 신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남아 있을 수 있다.


 

‘윈드러시 스캔들’이란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윈드러시 스캔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윈드러시’라는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영연방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태운 배에서 유래했다.

 

당시 카리브해 지역을 포함한 영연방 국가 출신 사람들이 영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며 사실상 영구적으로 체류할 권리를 갖고 있었지만, 영국 정부가 이들의 체류 기록을 공식적으로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뒤늦게 드러났다.

 

이 문제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만 명에 달하는 카리브해 출신 주민들이 영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음에도 자신의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증명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정부의 후속 조사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불법 이민자로 취급됐으며, 구금되거나 강제 추방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서류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직장을 잃거나 집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사례도 조사됐다.

 

이 때문에 윈드러시 세대는 엄밀한 의미의 법적 ‘무국적자’와는 다르지만, 국적과 체류권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자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로 평가되기도 한다.

 

뉴질랜드에서 영국인의 난민 신청은 드물어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영국 국적자가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공개된 IPT 기록을 보면 1997년 이후 영국 국적과 관련된 난민 신청 항소 사건은 모두 7건으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영국 국적자가 단독으로 신청한 사례가 3건이고, 영국 이중국적자가 4건이다.

 

과거에는 영국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살기 시작한 한 남성이 여자친구 가족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며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례도 있었다.

 

이 남성은 여자친구 가족이 마피아와 관련돼 있으며 자신에게 영국을 떠나라는 협박 전화와 편지가 왔고, 이후 자동차에 불까지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소는 영국 정부가 해당 신청자를 박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영국과 아일랜드 이중국적자인 대니얼 버틀러가 아일랜드의 준군사조직으로부터 피신해야 한다며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건도 있었다.

 

결국 공개된 기록상 영국 관련 신청자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는 없었다. 다만 일부 신청자는 인도적 사정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추방을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 역시 신청자가 주장한 윈드러시 피해와 영국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까지 나아가지 못하면서, 뉴질랜드에서의 난민 신청은 기각됐다.


 

이번 사례는 한편으로는 윈드러시 스캔들이 영국 사회에 남긴 후유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난민 신청에서 개인이 주장하는 피해의 심각성과 별개로 어느 국가의 법원이 해당 사건을 판단할 법적 관할권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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