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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48분 전
3분 분량

  • 60년 넘게 이어온 ‘오마하의 현인’ 시대의 또 한 번의 전환

  • 장남 하워드 버핏이 비상임 회장 맡아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6)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60년 넘게 회사의 성장과 투자전략을 이끌어온 버핏은 이제 명예회장(Chairman Emeritus)으로 남고, 이사회 이사직은 계속 유지한다.

 

후임 회장은 장남 하워드 버핏(71)이 맡는다. 하워드는 1993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로 활동해왔으며, 경영 전반을 직접 지휘하기보다는 회사의 기업문화와 가치관을 지키는 비상임 회장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세대교체가 사실상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60년 넘게 이어진 버핏 시대

버핏은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회사를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지주회사로 성장시켰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려움을 겪던 섬유회사였지만, 버핏은 보험과 철도, 에너지, 제조업,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약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미국 철도회사 BNSF, 자동차보험사 GEICO, 에너지·산업·소매 관련 기업 등이 있으며, 주식 포트폴리오에도 여러 대형 기업이 포함돼 있다.

 

버핏은 그동안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철학을 강조해왔다.


 

그의 이름과 투자 방식은 버크셔 해서웨이 자체의 브랜드와 기업문화와도 사실상 떼어놓기 어려웠다.

 

CEO는 이미 그렉 에이블로 넘어가

이번 회장 교체가 갑작스러운 경영권 승계는 아니다.

 

버핏은 이미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오랫동안 후계자로 거론돼 온 그렉 에이블(64)에게 CEO 자리를 넘겼다.

 

에이블은 2000년 버크셔 해서웨이가 당시 MidAmerican Energy를 인수하면서 그룹에 합류했고, 2018년부터 버크셔의 핵심 경영진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은 에이블이 담당하고 있다.

 

버핏 역시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에이블에 대한 높은 신뢰를 나타냈다. 그는 에이블이 자신의 기대를 뛰어넘어 CEO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이미 오랫동안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아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새로운 CEO를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경영과 기업문화의 역할을 분리하면서 버핏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워드 버핏의 역할은 ‘경영’보다 ‘문화’

하워드 버핏은 아버지와 같은 투자 전문가나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

 


그가 맡게 되는 회장직은 비상임 회장(non-executive chairman)이다.

 

핵심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기업문화를 지키는 것이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렉은 회사를 운영하고, 하워드는 우리의 문화와 가치를 지킬 것”이라는 취지로 역할을 설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강조해온 문화는 비교적 단순하다.


 

각 계열사 경영진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피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정직성과 신뢰, 주주 중심의 경영도 중요한 원칙으로 꼽힌다.

 

하워드 버핏 역시 과거 인터뷰에서 버크셔의 문화를 단순하게 일하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며, 경영자와 주주를 존중하고, 나쁜 소식도 솔직하게 먼저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버핏 없는 버크셔’가 시험대에

이번 세대교체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버핏이 빠진 뒤에도 버크셔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버핏은 단순한 회장이 아니었다.

 

그는 투자 결정을 내리는 최고경영자이자 주주들과 직접 소통하는 대표였고, 수십 년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의 철학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따라서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버핏 개인의 명성과 판단력에 의존해온 기업문화를 조직 자체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버핏 자신도 이번 승계를 ‘연속성(continuity)’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회사의 기존 가치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경영진이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버크셔가 가진 막대한 현금도 관심

새로운 CEO 그렉 에이블에게는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기업 인수나 주식 투자,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다.

 

버핏 시대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현금을 성급하게 사용하지 않고 좋은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에이블이 이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다.

 

버크셔는 보험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해왔으며, 이러한 자본을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언제 인수에 나설 것인지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버핏은 여전히 버크셔의 주주이자 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앞으로도 이사회 이사로 남는다. 또한 상당한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자신의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은 자녀들이 관여하는 자선재단 등에 이전될 예정이다.

 

다만 앞으로는 과거처럼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CEO에게 일상적으로 조언하는 역할에서는 한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즉, 버크셔 해서웨이는 처음으로 워런 버핏이 직접 경영을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버핏은 이번 주주 서한에서 자신이 1965년부터 버크셔를 이끌어왔다고 돌아보며,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자신의 일을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버핏은 “Father Time always wins”, 즉 결국 시간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의미의 표현을 남겼다. 동시에 자신에게 버크셔가 매우 탄탄한 상태에 이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고 밝혔다.

 

버핏의 퇴임은 한 기업의 회장 교체를 넘어 세계 투자업계에서도 상징적인 사건이다.

 

1960년대에 한 섬유회사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집단으로 키운 인물이 이제 공식적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크셔 해서웨이의 다음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그렉 에이블이 회사를 운영하고, 하워드 버핏이 기업문화를 지키며, 워런 버핏은 이사회와 주주로 남는 구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워런 버핏이 만든 버크셔의 문화가 ‘버핏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앞으로 몇 년간 버크셔가 어떤 투자와 인수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경영진이 얼마나 일관되게 기존의 장기주의와 자율경영 문화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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