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피지, HIV 국가 비상사태 선포

24시간 전
4분 분량

성인 60명 중 1명 감염 추정


 

  • 신규 진단 급증에 정부 긴급 대응…임산부 감염도 증가

  • 검사·치료 확대하고 PrEP 및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 도입 추진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피지에서 HIV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결국 국가적 HIV 비상사태(national HIV emergency)​를 공식 선언했다.

 

피지 보건부 장관 아토니오 랄라발라부(Dr Atonio Lalabalavu) 박사는 화요일 녹화된 기자회견을 통해 HIV 확산의 심각성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장관은 이번 결정이 시티베니 라부카(Sitiveni Rabuka) 총리와 내각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피지 정부가 공개한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피지 성인 약 60명 가운데 1명이 HIV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불과 5년 전 추정치인 성인 167명당 1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새롭게 HIV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60명​에 달했다.

 

5년 만에 감염 추정치 크게 증가

피지의 HIV 상황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증가 속도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HIV 감염률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보건당국은 올해 3월 기준으로 약 9,000명의 피지인이 HIV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피지의 HIV 유행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피지는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이 지역에서 두 번째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보건 분야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산부 감염도 심각한 수준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임산부 사이에서도 HIV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지 보건당국은 산전 진료를 받는 여성 가운데 HIV 양성 비율이 약 2%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는 산전 진료를 받는 임산부 약 50명 가운데 1명이 HIV 감염 상태일 수 있다는 의미다.

 

HIV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엄마에서 아기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임신 중 적절한 치료와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면 모자간 전파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최근 피지의 HIV 관련 상황을 취재한 한 연구자는 신생아 사망과 HIV 관련 합병증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검사와 치료 대폭 확대

피지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HIV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랄라발라부 장관은 앞으로 HIV 검사와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고, PrEP(노출 전 예방요법) 이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PrEP는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감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리 약을 복용해 HIV 감염 위험을 낮추는 예방 방법이다.

 

또한 피지에서는 주사기·바늘 교환 프로그램(needle and syringe programme)​을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는 특히 주사 약물 사용 과정에서 오염된 주사기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경우 HIV가 전파될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형 HIV 예방치료(long-acting injectable prevention) 도입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HIV 진단이 미래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

피지 보건당국은 예방뿐 아니라 감염 이후의 치료 역시 이번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HIV는 현재 적절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지속하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생활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치료를 통해 혈액 내 바이러스 양을 검출되지 않는 수준(undetectable viral load)​으로 유지하면 성관계를 통한 HIV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확립된 중요한 원칙이다.

 

피지 보건부 장관 역시 HIV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중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HIV 진단이 개인의 미래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며, 약을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하고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 사용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

피지 정부와 보건 관계자들은 HIV 증가와 관련해 위험한 약물 사용 방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사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혈액을 통해 HIV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과 함께 검사와 예방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HIV의 확산을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확대하고, 감염 사실을 숨기거나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사회적 낙인(stigma)​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질랜드인 여행객도 예방수칙 필요

피지는 교민들이 휴가나 가족 방문을 위해 자주 찾는 국가인 만큼 이번 소식은 뉴질랜드 거주자들에게도 관심사가 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의 SafeTravel 역시 피지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HIV를 비롯한 감염병 위험을 고려해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피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HIV는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되는 질환이 아니다.

 

악수나 포옹, 같은 식기를 사용하는 것, 일반적인 수영장 이용이나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통해 HIV가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주요 전파 경로는 보호되지 않은 성관계, 감염된 혈액에 대한 노출, 오염된 주사기 공동 사용, 그리고 치료받지 않은 감염자의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모자간 전파 등이다.

 

따라서 여행객 역시 막연한 공포보다는 안전한 성관계, 의료·문신·피어싱 과정에서의 위생관리, 주사기 공동 사용 금지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도 피지 지원

피지의 HIV 대응에는 뉴질랜드와 호주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참여하고 있다.

 

피지 정부에 따르면 호주, 뉴질랜드, 글로벌펀드(Global Fund), 인도, 유엔 HIV/AIDS 공동 프로그램(UNAIDS) 관련 파트너 및 기타 국제기관​이 피지의 HIV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피지 정부는 HIV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정책을 점검하기 위해 의회 상임위원회 설립도 제안했다.


 

정부와 의료계, 지역사회가 함께 장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감염인을 배제하기보다 치료로 연결해야”

피지 정부가 이번 비상사태 선언에서 강조한 것은 단순히 HIV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진단 → 치료 → 지속적인 관리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모든 HIV 진단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로 연결돼야 하며, 치료를 시작한 사람이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과 지역사회, 종교 지도자, 학교, 고용주 등이 HIV 검사와 치료를 지지하고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줄이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지에서 HIV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심각한 보건 문제다.

 

그러나 HIV는 과거처럼 ‘치료할 수 없는 질병’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지속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면 성적 전파도 막을 수 있다.

 

이번 피지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감염인에 대한 공포와 차별을 확대하기보다는, 검사와 예방, 조기 치료, 지속적인 의료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더 이상 게시물에 대한 댓글 기능이 지원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 소유자에게 문의하세요.
0807 MLE Digital Ad (203×102px).jpg
세계한인언론인협회.jpg
뉴스코리아-배너.jpg
오른쪽배너-더블-001.jpg
GLI오른쪽.jpg
거복식품-추석-야채.gif
0807 MLE Digital Ad (412x100px).jpg
sph.gif
기사배너광고모집_490x106.p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