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1만3,000달러 시대… “슬픔이 빚으로”
전문가 “직접 준비하면 1,800달러로도 가능”

평균 장례비용 1만3,000달러
등록부터 꽃 장식·운구·장례식까지 가족이 직접 준비하는 방법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에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장례를 직접 준비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장례식장에 모든 절차를 맡기는 대신 가족과 지인들이 직접 장례를 준비하면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고인을 충분히 추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장례비용은 평균 약 1만3,0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소개됐다. 반면 금융서비스위원회(Financial Services Council)의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인 10명 중 4명은 비상시에 5,000달러를 마련하려면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장례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유족이 대출이나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그 부담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퍼거스 휠러(Fergus Wheeler)는 자원봉사 단체 ‘데스 위드아웃 뎁트(Death Without Debt·빚 없는 장례)’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장례를 직접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공개 워크숍을 운영하고, 장례 관련 법률과 업계 관행의 개선도 촉구하고 있다.
휠러는 2019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이 직접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제도적·상업적 장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후 장례를 반드시 장례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누구나 존엄성을 지키면서 경제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장례비 1만4,300달러까지… 매장 방식에 따라 비용 차이
뉴질랜드 장례지도사협회(Funeral Directors Association of New Zealand)가 최근 장례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문객 약 50명이 참석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장례비용은 화장 방식이 약 1만1,700달러, 매장 방식이 약 1만4,300달러로 조사됐다.
장례 형태와 서비스 수준에 따라 비용은 이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휠러는 최근 지인의 장례에 관과 화장, 장례식 비용으로 2만5,000달러가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종교단체나 주변의 기대 때문에 유족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 당일에는 많은 사람이 위로와 도움을 전하지만, 장례가 끝난 뒤 남은 비용을 함께 부담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휠러는 뉴질랜드 사회에 고인을 존중하려면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장례가 고인을 소홀히 추모하는 장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이 직접 준비하더라도 고인의 삶을 충분히 기리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지출 규모가 아니라 추모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례비 줄이는 8가지 방법
1. 사망 신고 직접 하기
뉴질랜드에서는 사망 원인 확인서와 화장 관련 증명서 등 의료 전문가가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있지만, 출생·사망·혼인 등록기관(Births, Deaths and Marriages)에 사망을 등록하는 절차는 장례지도사가 아니더라도 진행할 수 있다.
내무부(Department of Internal Affairs) 웹사이트에서 관련 양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망자의 가족관계와 직업 등 필요한 정보를 작성하면 된다.
휠러는 과거에는 장례지도사를 고용하지 않고 사망 신고를 직접 진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의 단체는 관련 기관과 수년간 협의한 끝에 해당 양식을 온라인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2. 고인의 시신 직접 관리하기
휠러는 모든 장례에서 방부 처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방부 처리는 시신의 상태와 보관 기간, 운구 및 장례 일정 등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적절한 냉장·냉각 관리가 이뤄지면 일반적으로 며칠 동안 시신을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부와 목 뒤쪽을 포함해 시신의 온도를 신속하게 낮추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신 보관은 사망 원인과 건강 상태, 실내 온도 및 법적 요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로 직접 관리하기 전에는 의료기관이나 관련 당국에 필요한 절차와 안전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3. 꽃 장식 직접 준비하기
장례식에 사용하는 꽃을 반드시 꽃집에서 구매할 필요는 없다. 계절에 맞는 꽃을 직접 구하거나 정원에서 키운 꽃을 활용하면 장식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휠러는 지인이 사망했을 때 이웃 주변에서 완두꽃과 꽃이 핀 나뭇가지, 서양톱풀 등을 모아 침대 주변을 장식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고인을 꽃으로 둘러싼 공간이 유족에게 더욱 따뜻한 추모의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단, 야생화나 공공장소의 식물을 채집할 때는 소유자의 허가와 지역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4. 직접 관 만들기
기본적인 목공 기술이 있다면 철물점에서 목재를 구입해 관을 직접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화장시설마다 관의 크기와 재료 등에 대한 규격이 있으므로 제작 전에 해당 시설의 요구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직접 제작하는 방식은 관 구입비를 줄일 수 있지만, 안전성과 운반 편의성, 시설 규정 등을 충족하는 것이 우선이다.
5. 개인 차량으로 운구하기
전문 운구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가족이나 지인의 승합차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휠러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고인을 운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신 운송에 필요한 법적 요건과 위생·안전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하기 전에는 관할 당국과 관련 시설에 운송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장례식 직접 준비하기
장례식을 반드시 장례식장에서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집이나 교회, 테니스 클럽 등 적절한 장소를 활용할 수 있다.
휠러는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준비하는 장례식이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추억을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장소를 이용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나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뉴질랜드 마오리 문화에서는 장례식 후 축복 의식이나 카라키아(karakia·기도)를 진행하기도 한다. 장소와 문화적 관습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7. 장례비로 사용할 자금 미리 마련하기
장례비를 준비할 때는 자금에 접근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이 계좌 명의자의 사망 사실을 통보받으면 계좌가 동결될 수 있으며, 유언장에 재산을 남겼더라도 유족이 해당 자금을 이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휠러는 관과 화장 비용으로 약 1,500달러를 준비하면 기본적인 장례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모든 장례에 적용되는 확정 비용이 아니라 그의 경험에 따른 추산이며, 실제 비용은 시설과 지역, 선택한 서비스에 따라 달라진다.
장례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마련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족에게 관련 계획과 비용 정보를 알려 두는 것이 중요하다. 자금을 보관하거나 관리하는 방식은 법적 소유권과 금융기관 규정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8. 가족과 죽음에 관해 미리 이야기하기
휠러는 죽음 자체가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서 장례 준비까지 불확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미리 논의할 사항으로는 장례지도사를 이용할지 직접 준비할지, 화장과 매장 중 무엇을 원하는지,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등이 있다.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과 연락 방법도 정리해 두면 유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휴대전화의 연락처와 비밀번호, 중요한 서류의 보관 위치 등도 미리 공유할 필요가 있다. 고인의 뜻을 가족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장례 절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사례… 가족이 직접 준비해 1,800달러에 장례 치러
휠러는 최근 자신의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생존해 있을 때 장례에 관해 미리 대화했고, 가족은 직접 장례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전체 장례비용은 1,800달러에 그쳤다.
가족들은 장례 준비 과정에 각자 역할을 맡으면서 단순히 모여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함께 고인을 추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한 경험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휠러는 죽음을 실패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며, 죽음과 장례에 대해 가족끼리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 장례를 준비하는 가족이라면 장례업체에 모든 절차를 맡기는 방식뿐 아니라 직접 준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사망 신고와 시신 관리, 화장 및 운구 등에는 법적·안전상 요건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에 절차를 확인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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