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연금제도 세계 15위
역대 최고 성적에도 ‘노후소득 보장’은 과제

국제 연금지수서 55개국 중 15위·B등급
키위세이버 적립률 높이면 순위 추가 상승 가능
뉴질랜드 연금제도가 국제 비교에서 역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세계 15위에 올랐다.
그러나 은퇴 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하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정부 연금 지출 증가도 장기적인 과제로 지적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마시(Marsh)가 발표한 최신 ‘CFA 인스티튜트 글로벌 연금지수(CFA Institute Global Pension Index)’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평가 대상 55개국 가운데 15위를 기록했다. 종합 등급은 B로,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 지수는 각국의 연금제도를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은퇴자에게 충분한 소득을 제공하는지, 장기적으로 재정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제도의 운영과 관리가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뉴질랜드는 노후소득 보장 수준인 적정성(Adequacy)에서 B등급, 재정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서 B등급, 제도 운영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무결성(Integrity)에서 A등급을 받았다.
마시의 연금 컨설팅 책임자이자 보고서 주저자인 팀 젠킨스는 뉴질랜드가 여러 장점을 갖춘 안정적인 B등급 연금제도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점수 상승에는 은퇴 전 소득 대비 연금소득 비율이 높아진 점과 가계 저축률이 높은 수준을 보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
키위세이버(KiwiSaver)에 쌓인 자산이 늘어나면서 노후소득 보장 관련 평가가 개선됐고, 제도 운영과 정보 전달 체계에 대한 평가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뉴질랜드의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적정성으로, 55개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연금제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더라도 은퇴자에게 충분한 소득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네덜란드·덴마크·호주 등 A등급… 국가별 격차 뚜렷
이번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국가는 네덜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호주 등이다. 호주는 이번에 처음으로 A등급에 진입했다.
반면 필리핀, 인도, 튀르키예, 아르헨티나는 D등급을 받았다. 국가마다 연금 적립 방식과 정부 지원 수준, 은퇴 후 소득 보장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순위뿐 아니라 각 제도의 구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뉴질랜드와 호주의 차이는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지속가능성에서 두드러졌다.

뉴질랜드는 영주 요건 등을 충족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공적연금인 NZ Super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개인이 추가로 노후자금을 적립하는 키위세이버를 함께 활용한다.
반면 호주는 고용주가 근로자 급여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적립하는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과 자산·소득 심사를 거쳐 지급하는 노령연금(Age Pension)을 결합하고 있다.
젠킨스는 호주의 고용주 의무 적립률이 12%에 달하고 노령연금에는 자산 및 소득 심사가 적용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두 제도를 함께 평가하면 호주의 연금제도가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인구 고령화로 NZ Super 지출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행 제도가 반드시 변경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래에 연금 지출을 감당하는 데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위세이버 적립률 인상이 순위 높일까
뉴질랜드에서는 키위세이버의 적립률을 높이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 젠킨스는 실제 적립률이 높아진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뉴질랜드의 국제 연금 평가 점수도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위세이버는 근로자와 고용주의 기여금을 바탕으로 은퇴자산을 쌓는 제도다. 적립액이 커지면 은퇴 후 공적연금 외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여율 인상이 곧바로 노후생활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근로자의 소득 수준, 적립 기간, 투자 수익률, 수수료, 물가상승률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여율을 높일 경우 근로자와 고용주가 부담하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젠킨스는 국제 연금지수가 미래에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제도를 평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적립률 인상에 대한 논의만으로 순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실제 제도 변화와 자산 축적이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키위세이버 인출 연령과 NZ Super 수급 연령 분리 제안
노후자금 활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젠킨스는 키위세이버 인출 가능 연령과 NZ Super 수급 자격 연령을 반드시 일치시킬 필요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마다 은퇴 시기와 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두 연령을 분리하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은퇴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질랜드에서는 현재 키위세이버의 일반적인 인출 가능 연령이 NZ Super 수급 자격 연령과 연계돼 있다. 다만 실제 인출 자격은 개인의 상황과 적용 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연령 기준을 분리하는 방안은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기 인출이 장기적인 노후자산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 연금제도 개혁은 세계적 과제
국제 연금제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연금을 부담하는 근로자에 비해 연금을 받는 은퇴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젠킨스는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어떤 연금제도도 현재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제도를 점검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조정하는 국가들이 국제 평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뉴질랜드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세계 15위라는 순위만으로 은퇴자들이 충분한 노후소득을 확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뉴질랜드의 연금정책은 공적연금의 재정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 키위세이버를 통해 개인의 노후자산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서로 다른 은퇴 시기와 생활 여건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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