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혈류 이상 나흘간 진료 못 받은 후 사망

보건·장애 서비스 위원회, 헬스 뉴질랜드의 진단·의뢰 지연 확인
환자 악화 신호에도 혈관 전문 진료 늦어져
더니든 병원에서 다리의 혈액순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가 적시에 혈관 전문 진료를 받지 못한 채 결국 다리를 절단하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보건 당국의 조사에서 병원 운영기관인 헬스 뉴질랜드(Health New Zealand·Te Whatu Ora)의 진료 체계상 문제점이 확인됐다.
보건·장애 서비스 위원회(HDC)는 여러 의료진의 판단과 의사소통, 기록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며, 헬스 뉴질랜드가 환자에게 필요한 평가와 진단을 적시에 제공하도록 보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네사 콜드웰 부위원장은 월요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 이번 사건이 여러 직원이 관련된 일련의 실패로 발생했다며, 특히 상급 의료진이 우려했던 환자의 상태가 진료 기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관련 부서에도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3월 헬스 뉴질랜드 남부지역이 운영하는 더니든 병원에서 발생했다. 사망 경위를 검토하던 검시관실(Coroner's Office)이 환자에게 제공된 의료서비스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HDC에 조사를 의뢰했다.
낙상으로 팔꿈치 다쳤지만, 다리 혈류 이상 놓쳐
환자는 2021년 3월 18일 자택에서 넘어져 팔꿈치를 다친 뒤 더니든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당뇨병과 말초혈관질환을 비롯한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과거 혈관 및 심장 수술을 받은 병력도 있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환자는 추가 수술을 기다리며 정형외과 병동에 머물렀다. 다음 날 의료진은 왼쪽 다리의 감각 저하와 발바닥 통증을 확인했다. 환자는 이러한 증상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낙상 이후 통증이 다소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초기 진료를 담당한 전공의는 증상이 만성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으며 낙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적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상황은 달라졌다. 물리치료사는 환자가 제대로 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급 의료진에게 알렸다.
상급 의사는 환자의 다리를 검사한 뒤 왼쪽 다리의 혈류가 갑자기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의심해 혈관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 판단이 기록과 의뢰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급 의사의 진료 내용을 기록하던 전공의는 급성 사지 허혈(Acute Limb Ischaemia·ALI)에 대한 의심을 명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대신 말초혈관질환과 관련해 혈관 진료를 요청한다는 취지로 기록했다.
전화로 혈관외과 당직 전공의에게 전달된 정보도 충분히 문서화되지 않았다. 혈관외과 측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기로 했으며, 증상이 악화하거나 진행할 경우를 제외하면 외래 진료를 의뢰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다리 창백해지고 감각·운동 기능 악화됐지만 대응 지연
이후 며칠 동안 환자의 왼쪽 다리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3월 20일 간호 기록에는 왼쪽 다리가 차갑고 창백하며 감각이 둔해졌다는 내용이 남았다. 당시 이러한 증상이 기존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다리 경련과 통증이 발생했고,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더 창백해졌다는 기록이 나왔다.
간호사들은 당직 전공의에게 재평가를 요청했지만, 혈관 전문 진료는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에만 이뤄질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3월 22일에는 환자가 왼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해 진통제 투여량까지 늘려야 했다. 그럼에도 혈관 전문 진료팀에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고 콜드웰 부위원장은 밝혔다.
다음 날 정형외과 병동 회진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왼쪽 다리에 움직임과 감각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환자는 급성 사지 허혈 진단을 받았고, 결국 왼쪽 다리를 무릎 위에서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수술 후 추가 합병증이 발생했고, 환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사망했다.

HDC “전문 진료 의뢰가 나흘이나 늦어졌다”
검시관에게 제출된 전문가 의료 자문에서도 혈관 전문 진료 의뢰가 초기에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HDC는 환자의 왼쪽 다리 혈액순환이 심각하게 저하됐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었으며, 당시 혈관 전문 진료팀에 즉시 연락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콜드웰 부위원장은 환자가 기존 말초혈관질환을 앓고 있어 증상을 평가하기 어려웠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더 심각한 급성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입원 다음 날 이미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들 역시 환자의 상태가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진이 환자의 다리에서 급성 허혈이 의심된다고 판단한 뒤 혈관 전문 진료팀의 평가를 받기까지 나흘이 걸린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DC는 헬스 뉴질랜드가 환자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주의와 전문성을 갖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병원, 환자 상태 악화 보고 체계 개선
헬스 뉴질랜드 남부지역은 이번 사건 이후 환자 상태 악화에 대응하는 절차를 개선했다. 간호팀 책임자와 관리자가 환자 상태에 대한 보고 및 상급 진료 요청 과정을 더 면밀하게 감독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전공의와 관련 간호 인력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혈관 상태 평가 교육을 의무화했다. 이는 혈류 감소와 같은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필요한 전문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조사 결과는 환자의 기존 질환이 복잡하더라도 새롭게 나타나는 증상과 상태 악화를 별도로 평가해야 하며, 의료진 사이의 정확한 의사소통과 기록, 신속한 전문 진료 의뢰가 환자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기존 진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응급상황의 가능성을 재평가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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