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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의 세상속으로] 법을 진찰하라


법이 많기도 하다. 그러니 법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얼치기로 시원찮은 법을 만들고도 잘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나섰다. 법치주의 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법 없이도 살 사람들 또한 많다. 법을 만들거나 정하는 일을 왜 입법(立法)이라 할까? 법을 세우다니요? 얼마나 많은 법령이 있을까?

그 법을 잠깐 들여다보자. 오늘자로 헌법 1건, 법령 5,189건(법률 1,580건, 대통령령 1,845건, 총리령 95건, 부령 1,308건, 기타, 국회규칙 등 361건)이며 자치법규가 132,197건(조례 103,664건, 규칙 28,062건, 기타, 훈령 등 471건)이다.

그러니까 헌법을 포함한 모든 법령이 137,387건이다.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는 이 모든 법의 전문을 담아 쉽게 볼 수 있다. 디지털의 힘이다.

배우 송강호가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영화 ‘브로커’를 시사회에서 보았다. 기대를 하고 가선지 따분해서 힘들었다. 브로커 송강호는 미혼모가 버린 베이비 박스 앞의 아가를 가져다 판다.

이 범인을 현행범으로 덮치기 위해 형사 배두나가 미행한다. 양심에 찔려, 버린 아이를 도로 찾으려는 미혼모. 이들의 활동(?)을 보노라면 밋밋하고 잔잔한, 간악하지 않은 인간미의 흐름이 있다. 영화는 법보다 인정을 택했지만 법은 복잡한 세상에 따로 논다.

신기술이 나오면 법은 따라가기에도 벅차고 바쁠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디지털세다. 구글세라고도 불렀다.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고 사업장에 해당하는 컴퓨터 서버가 국내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과 같은 다국적기업이 물류 없이 디지털 데이터로 영업하면서 일어나는 문제다. 디지털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합의해 만들었고 130여 개국에서 2023년부터 시행할 예정인데 이렇게 단체로 움직여야 요리조리 빠져 나가지 못한다. 이들은 통신망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그 부담은 나 몰라라 한다.

지인이 인터넷 사기를 당해 경찰서에 갔더니 못 잡는다고 포기하라 하더란다. 송금을 했는데 먹고 튀었다고 해도 은행은 그 통장주를 알려 줄 수 없다하더란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사기꾼의 정보는 보호받는다.

이런 법은 못 고치나 안 고치나? 멀쩡하게 다 큰 중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불법게임을 하고 어른 같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어리다고 봐주라고?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내리고 있다. 국민의 99%가 촉법소년의 나이를 12세로 낮추자고 한단다.

이 녀석들 정신 차리게 boot camp에라도 보내면 좋겠다. 심약한 피해 청소년들이 심적 충격을 받아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자살도 안 하던가? 그런데도 가해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받는다. 피해자의 인생은 어쩌라고? 학생인권조례는 있어도 교권조례는 없다.

새 대통령은 만인이 다 잘 사는 세상을 만들도록 법을 정비하겠다고 했다지만 기본권인 먹고 주거하는 문제를 큰 걱정 안 하도록 해 주면 좋겠다. 새 정부 1호 민생 대책은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란다. 그런데 이미 물가가 너무 올라버렸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물가는 세법을 정비해야 조금이라도 잡는다.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세는 왜 항상 10%일까? 너무 높지 않은가? 고급 양주엔 몰라도 서민들이 먹고 마시는 술엔 주세가 없으면 좋겠다.

술의 출고가격에 주세를 붙이고 거기에다 교육세에 또 부가세를 붙인다. 이러니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의 가격 중 각종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이건 아니다. 한번 거두면 그만둘 줄을 모른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20% 내리겠단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입법취지와도 안 맞다. 서민의 발에 쓰는 휘발유엔 많은 세금을 물리면서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양도차익에는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 왜 못하는 걸까? 복지에 펑펑 쓰고는 세수가 모자라는지 기업의 R&D세액공제는 줄여나가고 있다.

신제품개발이 국가경쟁력인데. 국가의 미래가 걸린 낮은 출산율을 해결할 묘법은 없는 걸까? 얼치기로 잘도 만들면서 이런 문제를 왜 미루는지… 영화 ‘범죄도시2’를 두 시간 동안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주제는 사필귀정이고 정의와 복수라는 것이다.

뻔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강력한 주먹에 스트레스를 푼다. 일상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관객 천만을 돌파했다. 이런 시원한 법은 왜 못 만드나? 점심값이 부쩍 올라 굶고 차라리 ‘범죄도시2’를 또 봐야 겠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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